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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305

아카데미 힐링 2월25일, 거리를 거닐 때도, 미디어를 만날 때도, 온통 한 사람의 얼굴이 도배질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앞으로 5년 잘하길 바란다는 이성을 비집고 나오는, 저 지겹고 구린 얼굴과 쇳소리 비슷한 목소리가 싫었다. 그가 오십 차례 이상 내뱉은 '국민'이라는 카테고리에 나는 포함이 안 됐으면 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진짜, 이땅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어설프게 형성된 '국민'이기보다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을 섭렵한 '인민'이나 '시민'이고 싶으니까. (물론 알다시피 이 땅에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은 없었다!) 그걸 꿍한 마음을 치유해준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으니. 이땅을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놓은 미국(정부)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아니 아주 무관할 수.. 2013. 2. 27.
생일에 <러브레터>를 본다는 것 HD리마스터링 된 . 재개봉에 앞선 시사회, 가슴이 뛰었다. 보는 내내 뛰었다. 이 장면 하나로도 충분한 영화다. 슬픔을 애도하는 법. 극 중에서 아키바가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그제서야 보낸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그 옛날, 나도 히로코를 통해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시사회를 본 친구도 무척 좋아했다. 슬픔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눈물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제(11일) 1주기를 맞은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 도 보고 싶어졌다. 가족의 유대감과 성공의 어두운 면,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했다는, 휘트니가 마지막을 불살랐다는 영화.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 얻었다고 하나, 은 그것을 넘어.. 2013. 2. 12.
앤, 당신이어서 행복해... 쌓이고 쌓인 것. 그것도 차곡차곡. 오늘에서야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한다.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나의 (영화) 여신으로 등극하시다. '여신남발자'라는 놀림에도 꿋꿋하게! 줄리아 로버츠는 이제 만신전에 올려놓고, 그 자리, 이젠 앤 해서웨이의 것이다. , 확인 사살을 했다. 가 아니었다. 부터 내 마음을 두드리던 앤이었다. 앤, 나를 홀린 여신. . 나를 울려버린 영화. 다시 언급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 오늘, 앤을 만나서 나는 행복하였도다. 오늘 이런저런 일들을 만나던 와중에도, 앤과 엠마가 내게로 왔다. 7월15일, 성 스위딘의 날. 그 어느해에는 그날, 를 돌려볼 것 같다. 그들의 Kiss를 눈물겹게 바라볼 것 같다. 그리고 그것,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이렇게, 당신 손을 잡.. 2013. 2. 9.
<더 임파서블>, 서로 돌봐주기의 신공 재난은 이야기를 낳는다. 재난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그 속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재난의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다. 지금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잔 손택은《타인의 고통》을 통해 그것을 입증했다. 많은 재난영화가 스펙터클 보여주기에 급급한 이유다. 그리고 실재 사건마저도 그것을 재난처럼 다루는 미디어로 인해 우리는 마음을 뺏기고 있다. 제 마음, 없다. 오로지 수동성만 지배한다. "영화 같다"는 말로 우리는 이미 재난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것, 수동성이다. 은 그러나 다르다. 다른 재난영화가 보여주기에 급급해 하는 스펙터클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쓰나미(tsunami)가 소재라고 해서 스펙터클의 전시와 .. 2013. 1. 22.
'타인의 고통'이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려준 지성, 수잔 손택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중에서 12월. 여기저기서 고통 섞인 비명이 섞여 나옵니다. 미디어에 게재된 사진을 봅니다. 그런데, 사진을 그냥 사진으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사진에 담긴 이미지가 통각을 불러옵니다. 아픕니다. 슬픕니다. 12월, 그렇습니다. 체로키족이 명명한 '다른 세상의 달'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크리크족이 말한 '침묵하.. 2012. 12. 30.
남자가 철 들기 시작하는 때 (스포일러 있음! 알아도, 영화관람에 크게 지장은 없으리라 여겨지지만.) 다음에 꺼내는 이 말, 우스개지만, 백퍼 진실을 담은 뼈대 있는 우스개. 답을 보기 전, 한 번 유추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자가 50대가 넘어설 때, 필요한 다섯 가지는? 친구, 딸, 집, 돈, 건강.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 50대는? 아내, 부인, 와이프, 마누라, 집사람.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의 모습, 그려진다. 우리나라 남자를 놓고 한 뼈대 있는 우스개지만, 아이슬란드의 이 남자에게도 다르지 않아 뵌다. 화장실에서 우는 남자 그 남자가 화장실에 앉아 울고 있다. 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그것은, 온 슬픔을 담은 몸짓이다. 삶의 회한이 묻은 울먹임. 그 소리가 심상치 않다. 무뚝뚝하며, 퉁명스럽고, 가족들.. 2012.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