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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116

[무비일락] 슬로우로 가다가 약간 비틀비틀 (http://슬로우비디오.kr)에서 혹했던 장면이 있었다. 마을버스가 바다로 향한다. 상상해봤나? 늘 좁은 골목길과 마을을 누비던 버스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 붕붕붕, 꼬마자동차가 달린다~ 마을버스 붕붕. 그 여정에서 마을버스가 얼마나 즐거워하고 있을지 감히 모르지만, 느껴진다. 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봉수미(남상미)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여장부(차태현)가 마을버스 운전기사 상만(김강현 분)에게 부탁한다. 아니 협박에 가깝지만.ㅋ 상만이 운전대 방향을 달리한다. 늘 가던 길에서 이탈한다. 아니, 자유를 찾아나서 본다. 내가 한 번씩 꿈꾸던 장면이었다. 버스가 늘 다니던 노선을 벗어나 다른 어딘가로 떠나는 순간. 버스에 타고 있던 모두들, '벙' 찌면서도 모두 환호성을 지르는 거지. 그렇게 .. 2014. 9. 28.
아카데미 힐링 2월25일, 거리를 거닐 때도, 미디어를 만날 때도, 온통 한 사람의 얼굴이 도배질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앞으로 5년 잘하길 바란다는 이성을 비집고 나오는, 저 지겹고 구린 얼굴과 쇳소리 비슷한 목소리가 싫었다. 그가 오십 차례 이상 내뱉은 '국민'이라는 카테고리에 나는 포함이 안 됐으면 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진짜, 이땅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어설프게 형성된 '국민'이기보다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을 섭렵한 '인민'이나 '시민'이고 싶으니까. (물론 알다시피 이 땅에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은 없었다!) 그걸 꿍한 마음을 치유해준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으니. 이땅을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놓은 미국(정부)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아니 아주 무관할 수.. 2013. 2. 27.
생일에 <러브레터>를 본다는 것 HD리마스터링 된 . 재개봉에 앞선 시사회, 가슴이 뛰었다. 보는 내내 뛰었다. 이 장면 하나로도 충분한 영화다. 슬픔을 애도하는 법. 극 중에서 아키바가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그제서야 보낸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그 옛날, 나도 히로코를 통해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시사회를 본 친구도 무척 좋아했다. 슬픔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눈물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제(11일) 1주기를 맞은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 도 보고 싶어졌다. 가족의 유대감과 성공의 어두운 면,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했다는, 휘트니가 마지막을 불살랐다는 영화.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 얻었다고 하나, 은 그것을 넘어.. 2013. 2. 12.
<더 임파서블>, 서로 돌봐주기의 신공 재난은 이야기를 낳는다. 재난의 불가피한 속성이다. 그 속에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재난의 이야기를 다루는 태도다. 지금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수잔 손택은《타인의 고통》을 통해 그것을 입증했다. 많은 재난영화가 스펙터클 보여주기에 급급한 이유다. 그리고 실재 사건마저도 그것을 재난처럼 다루는 미디어로 인해 우리는 마음을 뺏기고 있다. 제 마음, 없다. 오로지 수동성만 지배한다. "영화 같다"는 말로 우리는 이미 재난을 스펙터클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것, 수동성이다. 은 그러나 다르다. 다른 재난영화가 보여주기에 급급해 하는 스펙터클을 무기로 내세우지 않는다. 쓰나미(tsunami)가 소재라고 해서 스펙터클의 전시와 .. 2013. 1. 22.
남자가 철 들기 시작하는 때 (스포일러 있음! 알아도, 영화관람에 크게 지장은 없으리라 여겨지지만.) 다음에 꺼내는 이 말, 우스개지만, 백퍼 진실을 담은 뼈대 있는 우스개. 답을 보기 전, 한 번 유추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자가 50대가 넘어설 때, 필요한 다섯 가지는? 친구, 딸, 집, 돈, 건강.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 50대는? 아내, 부인, 와이프, 마누라, 집사람.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의 모습, 그려진다. 우리나라 남자를 놓고 한 뼈대 있는 우스개지만, 아이슬란드의 이 남자에게도 다르지 않아 뵌다. 화장실에서 우는 남자 그 남자가 화장실에 앉아 울고 있다. 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그것은, 온 슬픔을 담은 몸짓이다. 삶의 회한이 묻은 울먹임. 그 소리가 심상치 않다. 무뚝뚝하며, 퉁명스럽고, 가족들.. 2012. 11. 17.
[무비일락]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픈 '도둑들'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의 장르)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단어인데, 제목에 걸맞게 하나 같이 훔치는데 바쁘다. 강탈하고 절도하는 범죄를 향한 치밀한 준비와 실행과정의 묘사가 그렇다. 날고 기는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 10명을 모이게 하기 위해 이 카드로 내세운 것은 으마으마한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이다. 2천만 달러. 군침이 돈다. 침이 고인다. 꿀꺽. 저 정도면 케이퍼, 할 만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양의 눈물'은 맥거핀이로다. 프로들께서 눈에 쌍심지는 물론 레이저까지 쏘면서 뎀비는 이 다이아몬드. 홍콩의 카지노에 고이 모신 이 다이아몬드의 '자리이동(?)'을 위한 위험천만한 모험담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이거 순전히, 연애 영화다. 그러니까, 멜로물이야! 다이아몬드, 훔치고 .. 2012.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