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53

[낭만 혹은 낭만파괴] 첫사랑 장례식 어느 해, 친구가 문자를 보내왔다. 첫사랑이 결혼한다고 알려왔다며, 인연은 현실과 일치하지 않더라, 고 회한 섞인 넋두리를 털어놓았다. 자기는 먼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주제에 그녀가 결혼한다고 마음이 흔들리다니, 뭔 도둑놈 심보냐고 놀려댔다. 허나 그들의 사랑했던 날을 알고 있던 나는 문자에 꾹꾹 눌러 담은 녀석의 마음을 엿봤다. 흔들리는 마음, 그건 죄가 아니다. 누구는 결혼하고 누구는 결혼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불공평하니 그렇지 않니, 저울질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녀석은 흔들리는 마음의 실체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마음이 허한 것도 같고 이상하다고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녀석에겐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그러지는 인연이었던 그 사랑, 첫사랑이었다. 물론 그 기억,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미화되거나 왜곡.. 2017. 7. 9.
[책하나객담] 안 생겨요? 이 책을 권함! 연애 불능 시대의 끝장왕~ ‘에로스’라는 말을 들으면 서야 하는 인간이 있다. 에로스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신화 속 에로스(神)가 이 세간의 오해를 맞닥뜨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가난한 어미(페니아) 아래 늘 결핍 속에 살지만, 풍요를 대변하는 아버지(포로스)의 피를 받았기에 그는 선과 미, 그리고 진리를 사랑했다. 지의 사랑, 곧 철학의 정신인 에로스는 뭣보다 중간자였다. 지와 무지의 중간자. 끊임없이 지를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이유다. 인간이 진리를 추구하게끔 만드는 정신적 욕구의 의인화가 에로스였다. 고대인에겐 따라서 에로스는 육체적 생식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을 무한으로 끌어올리는 정신적 생식의 힘이었다. 그러니 세간에는 ‘사랑’에 대해 무지막지한 오해도 있다. 사랑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란다. 사랑은 살면서, 저절.. 2013. 10. 23.
<굿 닥터>가 <배드 닥터>가 된 이유 제목은 인데, 가 됐다. ㅠ.ㅠ 왜? 심장 터져 죽을 뻔 했으니까! 차윤서(문채원)의 가을밤 고백, 심장이 그만 퍼펑~ 하고 터져 버렸다. 시온(주원)이는 좋겠다. 그건 '기적'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것, 세상에 그만한 기적은 없다. 아, 둑흔둑흔 빠담빠담 ! 2013. 10. 7.
다시, 안녕 고마운 내 사랑 그리고, 어떤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 부재한 것이 아니다. 당신이 부재한 풍경일 뿐이지. 그럼에도 기억을 지속하는 건, 당신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어. 당신이라는 내 생의 심리적 자원을 잃고 싶지 않아서. 당신은 어느 책에 나왔듯, 당시 내가 읽었던 아픈 책을 같이 읽은 사랑이니까. 사랑 앞에 '다시'라는 말은 불가능한 테제야. 그럼에도, 다시는 어떤 회한의 것에 대한 인간적인 토로일 수밖에 없어. 나는 당신을 여전히 감탄한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아직도 아프다. 이 노래, 당신 앞에서 그렇게 불러댔던 이 노래. 그땐 몰랐다. 이 노래 가사가 그렇게 아픈 것인줄... 그래서 나는 이 노랠, 잊을 수 없나보다. 내 심장이 부르던 노래니까... 그래, 잘 지내지? 아주 가끔 당신이 그립고, 그.. 2013. 6. 23.
"30년 후 오늘, 당신과 키스할래요..." 아름답다. 엽서를 처음 만난 순간, 숨이 턱. 그때 내 곁을 감싸고 있던 공기가 그랬다. 엽서 자체가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 카피가 내 숨결을 간질인다. "30년 후 오늘, 당신과 키스할래요..." 그 말, 그 행간에 숨은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슬픔, 어쩌면 미열 같은 희열, 기다림의 설렘. 그 모든 감정을 응축한 말 한 마디. 우리도 사랑일까. 이 가을, 나는 사라 폴리(감독)의 유혹을 거부할 자신이 없다. 이 가을, 숨이 막힌다면 아마도 이 영화 때문일 것 같다는 예감? 나도, 내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사랑한다, 가을. (다만, 아래 그림은 엽서의 색감이 주는 정서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12. 10. 8.
벚꽃엔딩 그 뒷모습, 서두르고 있다. 벚꽃은 이미 지고 없지만, 그것은 엔딩. 쓸쓸한 뒷모습에 대고 말한다. 미안해. 그 시간, 지옥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 지옥을 아니까. 그럼에도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별에 대한 예의. 그래, 비겁했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사람에 대한 예의. 이별에 대한 예의. 고맙다. 그리고 안녕. 벚꽃이 진짜 지는구나. 2012.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