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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쭌 다이어리3

붓이 내게로 왔다... 우습게도... 오늘 붓놀림을 하면서, 내가 붓이 되고 싶었다. 붓은, 그 놀림은 내 마음의 행로라지만, 생이 역시나 마음 먹은대로 움직이거나 흐르지 않듯, 붓 또한 마음의 기대치와는 다르게 자신만의 선을 그린다. 쯧. 그러나 나이듦의 좋은 점은, 세상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그닥 없음을 깨닫는 것이듯, 붓놀림이 그리는 파장이 의도와는 달리 생성돼도 아직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붓이 되고 싶었다. 벼루 속 까망 먹물을 자신의 깃털로 흡수하여 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붓의 궤적이 오롯이 좋았다. 곰이 되고픈 소년이 곰으로 살아가듯, 붓이 되고픈 청년도 붓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 미친 놈의 상상력 ^^;; 가로, 세로를 넘어, 이제 가로와 세로를 연결하는, .. 2007. 5. 20.
붓,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좋다. 만남을 얘기해보자. 생은 숱한 만남을 잉태하지만, 그 만남 모두를 기억하진 않는다. 머리가 나쁜 탓이라고? 뭐 어쩌겠는가. 머리 나쁜 건 죄가 아니잖아.^^;; 그러면서 버럭. 가만 생각해본다. 만남이라 만남. 만남도 스펙트럼 참 넓다. 이놈 참. 허허... 잊혀진 만남이 있다. 잊혀지지 않지만 특별한 자극이 가해져야 수면 위로 떠오르는 만남이 있다. 기억하고 있지만, 다시 떠올리기 싫은 만남도 있다. 그저 흘려보내도 좋은 만남도 있다. 만나고 싶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만남도 있다. 피천득의 인연이 그랬던가. 그런데 아사코, 만났다고 했던거 같은데. 그저 궁금해진다. 혹시 아시는 분? 아, 이런 말이 샛길로 빠졌다.^^; 딱 그만큼만 만남 이상으로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만남도 있다. 영원.. 2007. 5. 13.
어느날, 내게 캘리가 왔다... 그래. 어느날, 내게 캘리가 왔다. 그날이 오면, 이라고 부르짖지도 않았건만, 그날이 왔다. 사실 캘리가 내게 온 것인지, 내가 캘리에게 간 것인지는 모르겠다. 세상은 그렇게 모두 우연이다. 우연은 우연을 낳는다. 우연이 쌓여 인연이 된다. 만남도 그렇다. 나는 캘리와 그렇게 맺어졌다. 하필 그때였을까. 씨네21에 게재된 캘리그래퍼의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다. 간혹 눈에 띄었으나 그 세계를 깊게 파고들 생각은 않았다. 그러다 어쩌다 이렇게 눈이 맞았다. 영화 포스터부터 의상 패턴까지, 캘리그래피의 세계 독자야, 손글씨에 반했니?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그 이후 문자나 활자와 익숙한 생활을 하면서도 좀더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문자디자인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세계가 궁금했다. 하나의 문자 혹.. 2007.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