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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너 없이 산다13

그 여름의 순정, 그 남빛 같은 커피 남빛. 표지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근래 몇 년동안 정서적으로 나를 가장 풍성하고 충만하게 만든 만화(바닷마을 다이어리) 다섯 번째 이야기. 3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 아마 죽을 때까지 품고 갈 만화를 고르라면, 지금까지 내겐 《H2》와 《바닷마을 다이어리》시리즈다. 네 번째 이야기까지 본 뒤, 나는 이렇게 소개했었다. 요시다 아키미가 그린 가마쿠라 바닷가 마을엔 크고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 소소하고 작고, 사소할 뿐이다. 그건 곧 일상이다. 코다가의 네 자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바다의 물결은 책을 덮을 때쯤 쓰나미로 다가온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하고 속 깊은 시선 덕분이다. 이토록 사려 깊은 만화라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詩적으로 다가오는 각 권.. 2013. 8. 29.
여름비, 호우시절 여름비. 길지 않았지만, 여름비가 왔어. 좋더라.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豪雨時節). 빗소리,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빚어낸 것 같은 니 하이톤의 목소리, 그 목소리. 니 생각이 잠깐 났어. 그래, 우린 여름에 만났는데, 여름비를 함께 맞이한 적이 없더라. 오래된, 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함께 늙어가는 아해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역시 니 이름이 호명되고, 이 늙어가는 아해들은 볼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만큼 우린, 즐거웠고 행복했던 거지. 호우시절이었을 거야. 날짜를 봤어. 아, 그렇구나. 6월 들어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젠 코앞이네. 사랑이다, 아니다. 아해들은 그때 그 시절, 각자의 추억을 놓고 그렇게 주판알을 튕구더라. 하하호호. 즐거웠어. .. 2012. 6. 13.
4월의 봄, 눈 4월의 봄눈 강풍을 동반한 비에 이어 눈이 날린다. 씽씽 불어라. 펄펄 날려라. 4월이라는 달력의 타이틀이 무색하다. 그러나 '4월'이라는 것을 제한다면, 그게 그리 대순가. 실은 4월의 눈, 반갑고 좋았다.(춥다고 봄날씨가 왜 이러느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19년 만이라고 했다. 19년 만의 손님이잖나.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봄비도 그렇다. 어느 때부턴가 봄은 가뭄이 더 익숙한 계절이었다. 그런데, 이틀에 걸쳐 내렸던 봄비라니. 젖은 봄밤이 섹시했다. 어쩌면 쉬이 찾아오지 않을 봄비의 흐느낌. 어젠 특히 소리도 좋았고, 내음도 좋았다. 무릇, 봄밤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의 마음에만 쌓인 봄눈과 함께. 미도리 어제 봄비 소리 들으면서 이.. 2012. 4. 4.
김광석, 사회적 가수의 詩 사회적기업 5일, 씨즈에서 주최한 사회적기업 관련, '비전 나눔 토크쇼'에 풍덩. 푸릇파릇한 청춘들의 세계를 향한 눈빛이 이글이글하다. 나야 흐리멍덩 동태 눈깔로 봤지만, 그들의 내뿜는 열기는 후끈후끈, 하악하악. 사회적기업이 빠질 수 있는, '좋은 일, 좋은 의미'의 함정. 암, 나도 저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자가당착으로 빠지는 경우를 봤으니까. 그럼으로써, 과도한 노동, 잦은 구성원 교체, 민주적 운영의 상실 등 무늬만 사회적기업인 경우를 경험했으니까.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라지만, 지금 내가 보는 인증제도는 '독'이다. 사회적기업이 대체 인증을 받아야 할 이유가 뭣인가. 많은 이들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아서 인건비나 딸려는 현실. 인증제도의 감옥에 창의와 혁신은 갇혔다. 박병은 트.. 2012. 1. 6.
세상 모든 아름다운 여자는 이미, 美 오늘, 2011년 만난 여자들 중에 가장 예쁜, 아니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를 봤다. 올해가 며칠 남았지만, 글쎄, 바뀔까? 그리 된다면 물론 좋지만, 보는 순간, 속으로 우와~ 했다. 동공은 커지만 귀는 쫑긋, 심장은 빠담빠담. 물론 속깊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고, 다른 이들도 함께 한 자리라, 그저 외모와 아우라가 모든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1년 동안 봤던 모든 여자를 압도하는 지성과 아름다움. 美, 그 자체. Beauty, PSO! 허나, 내게만 치명적이라면 그녀가 결혼을 했단다. 우르르르, 하늘에 구멍이 뿡~ 뚫리고 있었다. 이른바, 나이 먹은 여자들이 불평 혹은 불만을 내지르곤 한다. 세상의 멋진 남자들은 이미 다른 여자들이 채갔어. 그때 내 심정이 그랬다. 아, 세상의 아름다운 여자, 美는.. 2011. 12. 15.
닥치고 루시아!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할 것이 아닌!! 아무 기대, 없었어요. 나는 그저 공연장에 있었고, 그저 흘러나오니까 흘러나오는 대로 귀를 열었고, 피곤과 고단에 쩐 몸을 풀썩 흐트려 놓고 있었을 뿐이지요. 그러다, 부르르르, 몸이 반응을 합니다. 음악이 몸을 깨우고, 마음에 스밉니다. 음악이 온 몸을 감싸면서 신경계를 타고 곳곳에 전이되는 그런 느낌. 혹시, 아세요? 쉽지 않은 경험이죠. 아마도 지독히 몸이 고단해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그럼 어때요. 감동입니다. 그 파르라니 푸르라니 떨리는 라이브의 음색. 루시아라는 이름. 생소했어요. 어? 발랄하고 예쁘네? 노래보다 말을 먼저 들었을 때 느낌은 그랬는데, 음악이 흐르면서 저는 그만 풍덩 빠지고야 맙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고서야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저의 둔감한 센스하곤! 에.. 2011.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