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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116

영화의 아름다움을 덮는 현실의 잔인함!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의 버스. 일부러 볼 생각은 아니었다. 바깥을 보고자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는 순간, 문자가 들어왔다. 이별을 통보한다. '오빠랑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 더 이상 만나지 말자. 연락하지 마.' 힐긋. 옆에 앉은 여자의 표정을 본다. 무덤덤한 듯 짜증이 섞인 얼굴. 물론, 그 뒤에 일렁이는 감정은 또 다른 물결이리라. 헤어짐 앞에 무덤덤과 짜증은 제3자의 남의 속도 모르는 지껄임일 테니. 오빠라는 남자, 전화를 시도했으나 여자는 받지 않더니, 전원을 꺼버렸다. 본의 아니게, 헤어지는 연인들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 그냥 궁금했다. 다시 힐긋.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쓸쓸해 보였다. 어떤 생각들이 여자를 헤집고 있을까. 알 수 없었지만, 사랑이 깨지는.. 2012. 6. 24.
우리는 신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최근 '사령카페'라는 기이한 모임이 입길에 올랐다. 한 젊은이의 죽음 때문에 널리 알려졌다. '사령(死靈)'.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을 뜻하는데, 사령카페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낼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란다. 이들은 사악한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사령을 불러내 함께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칠게 말해 종교적 의식의 일환인데, 물론 그것을 종교라고 말할 순 없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최진실 지옥의 소리'가 뒤를 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 소리, 한 교회 목사가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이건 해프닝 이상이다. 사람들의 공포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종교의 이름을 빌린 사기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지옥불 같.. 2012. 5. 20.
[성년의 날 특집①]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 ‘성인’ 혹은 ‘성년’의 꼬리표는 그냥 오지 않는다. 세월 먹는다고, 시간 보낸다고 거저먹거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무살이 되면 으레 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건 편의상 정한 제도일 뿐이다. 성년의 날도 그렇다. 스무살이 됐다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변화는 그리 분명치 않다. 19년 364일과 20년 1일 사이의 간극이 그리 클리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그건 그만한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 성장통이라고 불리는 피할 수 없는 그 무엇. 세상은 내 의지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본격적으로 깨닫기 시작한다. 맘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세상 아니던가. 자고로 어른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점점 더 많아지는 .. 2012. 5. 19.
1%의 극과 극이 서로에게 삼투하는 법 나와 이건희(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작자!)는 전혀 다른 세계다. 같은 성씨를 갖고 있지만, 누가 됐든, 한쪽은 화성인이다. 서로간의 거리? 아마도 지구와 안드로메다의 거리정도? 건희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은 ‘또 하나의 가족’을 주야장천 부르짖지만, 개소리다. 가족은 개뿔. 그건 그저 거짓부렁 상술이다.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언터처블(Untouchable)이라고 해도 되겠다. 건희(개인이 아닌 계급을 상징한다는 측면에서 그리 일컫겠다) 입장에서 보면, 나는 불가촉천민. 내 입장에서 건희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총수님 되시겠다. 그와 나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건희가 멘붕(멘탈붕괴)된 금치산자(?)라는 루머 따윈 고려하지 말자. 쉽다. ‘돈’이다. 우리 둘은 화폐(의 많고 적음)로 갈라진다... 2012. 3. 25.
살아서 지옥, 수수방관이 빚은 치명적인 시스템 결함 누군가 그러더라. 살아서 지옥을 맛보는 것, 그게 바로 배우자의 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배우자 없는 나로선, 끔찍할 것이라는 상상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를 보곤, 하나 덧붙였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살아서 지옥이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데도 그것은 생지옥. 내가 직접 당한 것이 아닌데도, 나는 아프고 아팠다. 성폭행. 강간과 폭행. 그것도 권력과 위계에 의해 저항조차 불가능했던. 더구나 그 권력은 타인의 장애를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발판으로 삼았다. 개새끼, 아니 개새끼보다 더 못한. 나는 꽤나 극장을 찾는 편인데, 극장에서 그렇게 많은 탄식과 한숨이 흘러나온 것을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살아서 겪어야 하는 지옥에 대한 공감이리라. 어쩌면, 자신이 직접 당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감도 깃들.. 2012. 3. 4.
'원나잇스탠드'보다 더 꼴리는 '47년의 기다림'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 사랑의 ‘신화’를 완성하기 위한 전제다. 이 그랬다. 처음으로 가슴 짠하게 알려준 명제. 만남과 헤어짐, 그 엇갈림과 반복. 한숨을 쉬었다 뱉었다, 내 마음은 그들의 발끝에만 매달렸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그렇게 흔들리는 내 마음에 은 속살거렸다. “운명이라면 이 정돈 돼야지. 유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운명이잖아. 운명. 사랑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다. 나는 얼마 전, 또 하나의 운명을 접했다. 더 운명 같은 건, ‘쿠바’였다. 아직 발 딛지 못한 미지의 땅이지만, 언젠가 꼭 디뎌할 그곳. 혁명이 있었고, 커피가 있으며, 무엇보다 섹시함이 상존하는 곳. 누군가 그랬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면, 그곳이 쿠바라고. 그는 일체의 과장도 섞이지 .. 2012.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