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기형도
어제. 현재 서식지 근처의 다리, 한남대교. 경찰과 119, 수상안전요원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북적거린다. 뭥미? 빠꼼 고갤 내밀어 경찰에게 물었다. "무슨 일?" 심드렁하게 답한다. "사람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아, 갑자기 아득해진다. 다리 한 번 쳐다보고, 물 한 번 쳐다본다. 저 거리. 물리적으로 잰다면, 글쎄 한 30미터? 50미터? 잘 모르겠다. 고개를 한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 충분한 그 거리. 그 거리가 누군가에겐 세계를 들었다놨다할 거리가 된 셈일까.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모른다.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어떤 뉴스도 정보도 없다. 어제 처음 물어본 뒤, 한참 지나 다시 물어봤지만, 경찰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 찾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지금 고인이 ..
2010. 3. 7.
존 레논, 그리고 큰별
개인마다 시각 차가 있겠지만, 굳이 음악적이라는 수사를 쓰고 싶진 않고. 존 레논은, 비틀스보다 오노 요코 때가 좋다. 말인즉슨, 존 레논의 완성은, 오노 요코를 만나고 나서. 1966년 11월의 런던, 마음으로 못을 박게 한 여자, 오노에게 훅~ 간 존은, “내 주위에는 예쁜 여자가 널려있지만, 내겐 요코 뿐”이라며 닭살(?)도 날렸다. 존에겐 아내와 아들, 오노는 남편과 딸이 있었으나, 1969년 3월20일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이 세기의 커플은, 신혼여행도 반전·비폭력 퍼포먼스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힐튼호텔 침대 위, 하루종일 침묵시위로 베트남전 끝내라! 오노가 존을 품은 대가. '못생기고 젖가슴은 늘어진 창녀' 같은 비난도 들었지만, 존이 오노를 품은 이유. '요코는 내 ..
2009. 12. 8.
11월에 생각하는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
오늘(11월10일). 나는 어쩔 수 없이, 랭보를 떠올렸고, 아무래도 그에 걸맞는 커피레시피는 '내 심장의 임무', 에스프레쏘 리쓰뜨레또. 그 검은 액체를 내 심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삶이든, 커피든, 두 번이 없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베를렌이 랭보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아마도 나지막히 읊조렸을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 검은 액체는 내 심장에 묻고 있었다. 네 생애 가장 빛나는 죄악이 있니? 너는 살아가는 동안, 그걸 만날 수 있겠니? 글쎄... 동성애까지는 내 취향이 아니니까, 그럴 것까진 없겠지만, 나는 심장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이야길 건넸다. 삶이야말로, 어쩌면 꾸역꾸역 삼켜야하는 비루한 생과 일상이야말로,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이지 않을까. .... 물론, 내 심장은 아무런 답도 ..
2009.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