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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무비일락]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픈 '도둑들'

by 낭만_커피 2012. 8. 24.

케이퍼 무비(Caper Movie). 

<도둑들>(의 장르)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단어인데, 제목에 걸맞게 하나 같이 훔치는데 바쁘다. 강탈하고 절도하는 범죄를 향한 치밀한 준비와 실행과정의 묘사가 그렇다. 날고 기는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 10명을 모이게 하기 위해 <도둑들>이 카드로 내세운 것은 으마으마한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이다. 2천만 달러. 군침이 돈다. 침이 고인다. 꿀꺽. 저 정도면 케이퍼, 할 만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양의 눈물'은 맥거핀이로다. 

프로들께서 눈에 쌍심지는 물론 레이저까지 쏘면서 뎀비는 이 다이아몬드. 홍콩의 카지노에 고이 모신 이 다이아몬드의 '자리이동(?)'을 위한 위험천만한 모험담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이거 순전히, 연애 영화다. 그러니까, 멜로물이야! 다이아몬드, 훔치고 독차지하려고 안간힘 쓰는 것 같지? 근데, 정작 그들 각자가 훔치고 싶은 건, 마음이었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꺄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로다. ㅠ.ㅠ 


사랑은 마음을 훔쳐야 한다. 

한때, 90년대의 실없는 혹은 닭살표 우스개. 

남자가 여자에게 공격적으로 묻는다. "당신, 도둑이죠?"  

여자, 갑자기 놀라서 되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요?"

남자,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내 마음을 훔쳐갔잖아요. (흐흐흐)" 

뻑뻑. 대패로 닭살을 깎아내야 했다. 그럼에도, 이 대화의 핵심은 세상에 더 없을 진실. 사랑은, 그래, 마음을 훔침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것 쉽지 않다. 

아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 거다. 기가 막힌 재주를 가진,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절도의 프로께서도 마음을 훔치는 것만큼은 손사래를 칠 것이다. 이건 당최 용의주도한 계산이나 치밀한 계획과 실행도 통하지 않는다. 예측 불허다. 내 마음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마당에 남의 마음을? 에구구, 섣부른 도둑질이 화만 부른다. 


물론 흥미진진하다. 

태양의 눈물을 향한 동상이몽의 한중 전문가들이 펼치는 전문성은 기가 막히다. 그런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어떻게든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훔쳐보겠다는 의지에 속한다. 즉, 부분집합이라는 거다. 잠파노(김수현)는 '미친년' 예니콜(전지현)을 향해 줄곧 순정이다. 마음을 훔치고 싶어 안달이다. 안 그런척 해도 숨길 수가 없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잠파노의 모든 것은 예니콜에 속한다. 극중 그의 마지막 외침이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훔쳤을지도 모르겠다. "복희야 사랑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내가 꿈을 잘못 샀어." 

첸(임달화)를 향한 씹던껌(김해숙)의 마지막 고백인데, 진짜 잘못 샀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의 것으로 들린다. 10년 만에 벅찬 오르가슴을 선사한 첸을 향한 씹던껌의 찬란한 고백. 두 사람, 서로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티파니(태양의 눈물 소유자)를 잠깐 이용할 뿐이다. 그들, 진짜 훔치고 싶었던 것을 훔쳤다! 안타까운 결말이긴 해도.


삼각구도 역시 마찬가지. 

마카오박, 뽀빠이, 그리고 '으~~마으마한 쌍년'(예니콜의 표현) 팹시. 뽀빠이는 팹시의 마음을 빼앗고 싶었고, 마초상남자("여자는 치마는 짧고 머리는 길어야 해") 마카오박은 안 그런 척, 오해의 늪에 빠진 팹시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배신 당했다는 생각에 마카오박에 대해 빠득빠득 이를 가는 팹시지만,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엔 마카오박의 진짜 마음을 알고 싶은 것이다. 이 엇갈린 마음의 행보와 훔치고 싶은 사람의 마음. 뽀빠이가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치는 것도 '질투'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훔쳐간 수컷에 대한 수컷의 질투. 극중 앤드류(오달수)는 그런 상대가 없어 안타까울 뿐.ㅋㅋ    


그러니까, 케이퍼 무비가 맞다.  

무언가를 훔치는 것을 묘사한 영화 장르가 케이퍼 무비라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맥거핀을 써가며 용쓰는 <도둑들>은 케이퍼 무비가 맞다. '도둑들'이라는 제목 앞에 '(사랑하는 마음의 훔치고 싶은)'이라는 말이 생략돼 있는 거지. 주도면밀한 연애의 기술과 방법이 담긴 <도둑들>은 그래서 또한 로맨틱한 멜로물이기도 하다. 내 눈엔 그 도둑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질)하고 싶어서 태양의 눈물을 이용한 거다. 


아무렴, 사랑이 아니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좆도 아니야.~ 

<도둑들>의 멋진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