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첫
사랑, 첫 어쩌다 그렇게 겹치는 날이 있다. 온전히 우연이지만. 채식레스토랑에서 한 송년회. 첫사랑, 언제였느냐고 묻는다. 내겐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지만, 안다. 묻는 것은 첫 번째 첫사랑. 스물 셋. 첫 번째를 규정하는 것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니까. 안녕, 내 사랑. 그리고 최지우. 몰랐는데, 에 캐스팅됐다가 낙마했단다. 귀천도. 귀천도애. 영화 못 봤지만, 노래 주야장천 듣고 읊었다. 맞다, 표절. 상관 없었다. 이미 노래가 파고든 뒤였으니까. 그런 내가 세뇌를 한 까닭일까. 그녀, 와 다른 한 노래를 가끔 원했다. 그녀, 원한다면 나는 불렀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주크박스. 추억 돋네. 하늘로 돌아가는 길의 슬픔, 歸天道哀.
2011. 12. 27.
사랑, One day
사랑 알싸하게 차가운 날씨를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 꼭 쓰고 싶은 책이 떠올랐다. 사랑. 매우 거대하고 넓고 깊은 주제라, 사실 난망한 것이 사실이나, 아는 만큼, 알고자 최대한 노력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혹한의 칼바람을 맞아서 화들짝 놀라서겠지. 그래도, 사랑. 너는 나고, 나는 너 자신이야, 우리는 한 사람이야. 온 삶을 걸거나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든가, 사랑. 참, 미칠듯이 매혹적인 주제다. 지금처럼 비루하고 천박하게 쓰일 단어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쉽게 판타지라고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의미는. 냉면 겨울의 맛은 역시 냉면. 오늘, 4대천황의 하나로 꼽히는 필동면옥이었는데, 장충동 평양면옥의 슴슴한 담백함에 비해선 아쉬운 ..
2011. 12. 23.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나이 의도한 바는 아니나, 12월이 주는 이야기라는 게 그렇다. 나이 얘기가 꼭 들이민다. 그저께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누군가는 오십이라서, 누군가는 사십이라서. 이십대 중반부터였나. 얼른 나이를 잡숫고 싶던 나는, 아직 여전히 그렇다. 이십대 중반 무렵, 나이듦은 뭔가 감투 같았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아니란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이듦을 꿈꾼다. 물론, '제대로' 나이듦. 사십,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에, 나는 어느덧 사십줄을 바라보는 나와 내 친구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 나이를 이야기한 내 오래된 친구들에게. 우리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여전히 슬픈 것이다. '한 사람의 나이-누군가가 내게 가장 슬픈 단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죽음이니 가난이니를 다 제..
2011.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