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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53

[책하나객담] 일흔, 열여덟을 욕망하다. 봄밤에 만나는 사랑! 욕망하는 것을 멈추지 못함은,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은교를 향한 이적요 시인의 것이 그랬다. 그래서 나도 밤에만 읽어야 했다. 은교, 은교, 은교. 칠십 노시인의 마음에 어찌할 수 없이 감정이입한 것도 오로지 은교 때문이었다. 은교를 '십칠세 소녀'로만 규정하는 것은 어쩐지 부당하다. 은교는 로리타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이니까. 나잇살 먹은 노인네가 여고생을 탐한다고 쉽게 재단하는 것도 어리석다. 그것은 사랑이 얼마나 미친 짓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뱉는 발언이다. 추문이요, 더러운 스캔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는 얼마나 고결하기에 그런가. 물론 우리는 온갖 도덕이라는 이름의, 윤리라는 이름의 감옥에 산다. 그것이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 2012. 4. 25.
사랑, 첫 사랑, 첫 어쩌다 그렇게 겹치는 날이 있다. 온전히 우연이지만. 채식레스토랑에서 한 송년회. 첫사랑, 언제였느냐고 묻는다. 내겐 모든 사랑이 첫사랑이지만, 안다. 묻는 것은 첫 번째 첫사랑. 스물 셋. 첫 번째를 규정하는 것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니까. 안녕, 내 사랑. 그리고 최지우. 몰랐는데, 에 캐스팅됐다가 낙마했단다. 귀천도. 귀천도애. 영화 못 봤지만, 노래 주야장천 듣고 읊었다. 맞다, 표절. 상관 없었다. 이미 노래가 파고든 뒤였으니까. 그런 내가 세뇌를 한 까닭일까. 그녀, 와 다른 한 노래를 가끔 원했다. 그녀, 원한다면 나는 불렀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주크박스. 추억 돋네. 하늘로 돌아가는 길의 슬픔, 歸天道哀. 2011. 12. 27.
사랑, One day 사랑 알싸하게 차가운 날씨를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 꼭 쓰고 싶은 책이 떠올랐다. 사랑. 매우 거대하고 넓고 깊은 주제라, 사실 난망한 것이 사실이나, 아는 만큼, 알고자 최대한 노력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혹한의 칼바람을 맞아서 화들짝 놀라서겠지. 그래도, 사랑. 너는 나고, 나는 너 자신이야, 우리는 한 사람이야. 온 삶을 걸거나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든가, 사랑. 참, 미칠듯이 매혹적인 주제다. 지금처럼 비루하고 천박하게 쓰일 단어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쉽게 판타지라고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의미는. 냉면 겨울의 맛은 역시 냉면. 오늘, 4대천황의 하나로 꼽히는 필동면옥이었는데, 장충동 평양면옥의 슴슴한 담백함에 비해선 아쉬운 .. 2011. 12. 23.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나이 의도한 바는 아니나, 12월이 주는 이야기라는 게 그렇다. 나이 얘기가 꼭 들이민다. 그저께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누군가는 오십이라서, 누군가는 사십이라서. 이십대 중반부터였나. 얼른 나이를 잡숫고 싶던 나는, 아직 여전히 그렇다. 이십대 중반 무렵, 나이듦은 뭔가 감투 같았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아니란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이듦을 꿈꾼다. 물론, '제대로' 나이듦. 사십,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에, 나는 어느덧 사십줄을 바라보는 나와 내 친구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그 나이를 이야기한 내 오래된 친구들에게. 우리는, 원하든 그렇지 않든 여전히 슬픈 것이다. '한 사람의 나이-누군가가 내게 가장 슬픈 단어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죽음이니 가난이니를 다 제.. 2011. 12. 5.
닥치고 사랑! 신파다. 죽을 수밖에 없는 병에 걸린 여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니. 그럼에도,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사랑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신파는 사랑이라서 영원할 것이다. 은 그런 드라마다. 이런 드레진 드라마, 참 오랜 만이다. 아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배우의 연기로 틈입한다. 그런 앙상블 속에서 드라마는 충분히 감정을 싣는다. 대사는 찰지며 대사 사이의 감정은 촘촘하다. 허투루 짜맞춘 기성품 혹은 쪽대본 드라마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뭐, 닥치고 사랑이다. 서연과 지형의 사랑이다. 나는 그 사랑 앞에 그저 허물어질 뿐이다. 비겁했던 내 뒷걸음질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의 사랑.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 사랑이다. .. 2011. 11. 29.
'사랑한다는 흔한 말'도 못했던 자의 기억, 어쭙잖게도,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내 비록 '사랑 지상주의자'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는 믿음을 품고 있지만, 사랑을 글로 푸는 행위는 늘 그랬듯, 그닥 만족스럽지가 않다. 아마도 필력이 부족한데다, 내가 품은 사랑이 협소한 탓이겠지만... 소설가 김연수가 그랬던가. "늘 언어는 사랑보다 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무지한 채로 사랑하고, 이별한 뒤에야 똑똑해진다. 이 지체가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아무렴. 사랑을 얘기하는 것은 사랑이 끝난 뒤일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그때서야 언어로 구현된다. 사랑은 무지할 때만 가능한 것일까. 김연우의 노래를 좋아했고 좋아한다. 초야에 묻힌 고수 같았던 그였는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가수 김연우를 좋아하게 됐다. 글쎄... 2011.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