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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9시의 커피]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봄비. 살며시 세상을 적시고, 마음에 촉촉하게 젖어드는 봄의 전령. 이아립의 노래로 지금 이 순간의 봄은 충만하고 완전하다. 그 어느날의 밤9시, 이아립이 우리 공방에서 노래를 들려주는 시간을 기다리며.밤9시의 커피를 응원해주는 한 사람에게 지란지교의 향을 담은 커피를 내리면서. 그날, 내가 내리는 밤9시의 커피는,이름 없는 커피. 당신과 함께, 이아립과 함께, 커피와 함께. 2013. 3. 20.
[밤9시의 커피] 봄안개, 기형도 그리고 나의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그러니까, 3월7일의 냄새는 알싸했다. 안개 냄새 덕분이었다. 봄안개의 밤이었다. 흡~. 봄이 밤이었고, 밤이 봄이었다. 그 안개가 봄을 몽환적으로 만들었고, 냄새 덕분에 나는 충분히 봄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볶고 내린, 내 마음을 함께 흘려내린 커피를 오전 중 연신 맛있다며 마셔주었던 두 사람 덕분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였도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던 하루를 봄안개가 또 휘감았도다. 아마도 그 커피와 안개에는 기형도가 블렌딩돼 있었다는 것을. 차베스의 죽음에서 가장 가까운 내가 보유하고 있던 멕시코 치아파스 커피.그 커피의 이름은 '기형도'였음을. 그리하여, 기형도의 [ 안개 ]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봄밤. 3월 7일, 기형도 24주기(1989). 1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2013. 3. 8.
아카데미 힐링 2월25일, 거리를 거닐 때도, 미디어를 만날 때도, 온통 한 사람의 얼굴이 도배질하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앞으로 5년 잘하길 바란다는 이성을 비집고 나오는, 저 지겹고 구린 얼굴과 쇳소리 비슷한 목소리가 싫었다. 그가 오십 차례 이상 내뱉은 '국민'이라는 카테고리에 나는 포함이 안 됐으면 하는 지극히 편협하고 옹졸한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진짜, 이땅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어설프게 형성된 '국민'이기보다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을 섭렵한 '인민'이나 '시민'이고 싶으니까. (물론 알다시피 이 땅에 자주적인 근대화 과정은 없었다!) 그걸 꿍한 마음을 치유해준 것이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으니. 이땅을 아주 이상하게 만들어놓은 미국(정부)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아니 아주 무관할 수.. 2013. 2. 27.
생일에 <러브레터>를 본다는 것 HD리마스터링 된 . 재개봉에 앞선 시사회, 가슴이 뛰었다. 보는 내내 뛰었다. 이 장면 하나로도 충분한 영화다. 슬픔을 애도하는 법. 극 중에서 아키바가 언급했듯,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와타나베 히로코는 후지이 이츠키를 그제서야 보낸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 그 옛날, 나도 히로코를 통해 애도하는 법을 배웠다. 함께 시사회를 본 친구도 무척 좋아했다. 슬픔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눈물을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어제(11일) 1주기를 맞은 휘트니 휴스턴의 유작, 도 보고 싶어졌다. 가족의 유대감과 성공의 어두운 면,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영화. 출연은 물론 제작까지 겸했다는, 휘트니가 마지막을 불살랐다는 영화.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못 얻었다고 하나, 은 그것을 넘어.. 2013. 2. 12.
개별 존재의 여정을 따르는 롱테이크의 긴 여운 신문을 펴면, 빠지지 않고 반드시 보는 코너가 있다. 부고란이다. 이미 죽은 사람의 이름을 본다. 그 이름에 얽힌 사람들도 자연히 보게 된다. 사라진 한 우주와 그 우주를 둘러싼 세계를 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아주 잠시 상념에 빠진다. 물론 세상엔 신문 부고란에 나오지 않는 죽음이 더 많다. 그 사실도 철저하게 잊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죽음은 허투루 다뤄서는 안 된다. 죽음에 대해 성숙하지 태도를 지닌 사회야말로 천박한 사회다. 그렇게 보면 한국 사회가 죽음을 다루는 태도는 아쉬운 점이 많다. 오비추어리(Obituary, 부고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부고란을 맡고 부고 기사를 쓰는 담당 기자는 대부분 신입이나 경력이 얕다. 부고 기사를 한국 미디어들이 얼마나 소홀하게 다루는가를.. 2013. 2. 9.
앤, 당신이어서 행복해... 쌓이고 쌓인 것. 그것도 차곡차곡. 오늘에서야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한다.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나의 (영화) 여신으로 등극하시다. '여신남발자'라는 놀림에도 꿋꿋하게! 줄리아 로버츠는 이제 만신전에 올려놓고, 그 자리, 이젠 앤 해서웨이의 것이다. , 확인 사살을 했다. 가 아니었다. 부터 내 마음을 두드리던 앤이었다. 앤, 나를 홀린 여신. . 나를 울려버린 영화. 다시 언급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 오늘, 앤을 만나서 나는 행복하였도다. 오늘 이런저런 일들을 만나던 와중에도, 앤과 엠마가 내게로 왔다. 7월15일, 성 스위딘의 날. 그 어느해에는 그날, 를 돌려볼 것 같다. 그들의 Kiss를 눈물겹게 바라볼 것 같다. 그리고 그것, 당신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이렇게, 당신 손을 잡.. 2013.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