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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74

순정한 소설마초 백가흠을 낭독한 어느 가을밤 순정한 소설마초 백가흠을 낭독한 어느 가을밤 『힌트는 도련님』 백가흠 지난여름, 백가흠의 세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에 이은 『힌트는 도련님』. 첫 장편이 아쉽게 유산된 뒤, 잉태된 그의 세 번째 소설집은 앞선 작품들과 다른 색깔을 주목받고 있다. 이젠 죽이지 않겠다는, 죽이는 것도 힘들다는 그의 이야기를 반영한 것일까. 지난 10월1일, 쌀쌀함이 내린 가을밤, 서울 홍대부근의 한 카페에서 와우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힌트는 도련님』 낭독의 밤’이 펼쳐졌다. 서효인 시인이 맡아, 도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독자들과 교감하는 시간. 참고로 백가흠과 서효인, 두 사람은 같은 야구팀 소속으로, 백가흠 작가는 2루수, 서효인 작가는 포수를 맡고 있단다. 물론, 둘 다 주전이다... 2012. 1. 10.
밥 잘 챙겨먹기, 세상에 젖지 않기! 오늘 '지인'에게, 동티모르 잘 다녀왔냐며 받은 메일 내용에서, 밥 잘 챙겨 먹으라고, 비에는 젖어도 세상에는 젖지 않길 바란다는 말이 있다. 꽤나... 고마웠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 이 엄한 비에는 젖어도 세상엔 젖지 않길 바란다는 그 마음. 난 오늘 하루도, 그렇게 버틸 수 있구나. 세상을 견딜 수 있구나.ㅎㅎ :) 지금은, 고쳐야 하는 옛말이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소설가 박민규식으로 말하면, 조까라 마이싱! 이렇게 바꿔야 한다. 고생 끝에 병이 온다. 비 온 뒤에 땅이 무너진다. 삶이 무너진다. 그러니 밥 잘 챙겨먹어야 하고, 세상에는 젖지 말아야 하는 법이니라. 아무렴, 당신도 그러길 바라! ^.~ 2011. 8. 1.
당신은, 당신 고유의 색채를 알고 있는가? 지난 2008년, 화폐와 그에 종속당한 디자인에 대한 환멸을 이유로 2년 내 디자인계 은퇴를 선언했던, 필립 스탁. 그는 앞선 2007년 “야만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좇는 디자인과 예술은 무용하다”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자본이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킨 시대, 디자인 하는 족족, 금광이 됐을 마이더스의 굿바이 선언이라니, 흥미로웠다. (알아보니, 스탁은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 입장 번복의 이유나 과정은 모르겠으나. 그는 여전히 '디자인'한다. 세상을 담아,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 “예쁜 것, 복잡한 것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바야흐로 시대정신은 ‘디자인’하면, 모든 것이 ‘돈’이 되는 양, 엉성한 설교를 해댄다. ‘디자인 서울’을 내걸고, 토건 행정을 일삼으면서 토건 도시로 파헤쳐지고 있는 서울을 보.. 2011. 5. 9.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다른 누군가는 이별을 겪는다. 그 남자는 죽음을 선고 받고, 그 여자는 세상에 이름을 새긴다. 혹자는 느닷없이 한 방 맞고, 누구는 온 힘을 실어 선빵을 날린다. 누구에게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이지만, 모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은 아니다. 2011년의 4월8일, 그 사람은 버스 안에서 한 여자의 흘러내린 옆 머리칼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이제부터 여자의 옆 머리칼을 유심히 지켜보겠구나. 구렛나루 아닌 그 머리칼은 절묘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그 사람, 어제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세상의 모든 짐이 그나마 잠시 가벼워지는 밤임에도, 그 사람은, .. 2011. 4. 8.
당신의 일상에 반짝반짝 빛나는 예술을 입혀라! 당신의 일상에 반짝반짝 빛나는 예술을 입혀라! 『플레이!』 강미영 일상은 많은 경우, ‘지겨움’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다. 일상은 반복되는 쳇바퀴이며, 비슷한 패턴에 의해 되풀이되는 무엇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지겹다는 감정은, 변화가 없다는, 곧 ‘별 일 없음’이 주는 마음의 상태일 텐데, 그건 한편으로 세상에 심드렁해졌다는 의미도 있다. 어쩌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꾀죄죄해졌을까. 일상이 지겹다는 말, 일상이 듣는다면 참으로 섭섭해 할 말이다. 화도 나고, 울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변명하자면, 일상은 그리 지겹거나 무감하게 지나쳐야 할 무엇이 아니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탓이다. 혹은 타의나 외부의 자극에만 몸과 마음을 맡긴 탓 아닐까. 정작 중요한 내 마음, 내 몸의 주체적인 끌림에 반응.. 2011. 2. 25.
최영미 시인 "시는 내게 천직이고, 가장 잘 맞는 옷이다" 지난해 최영미 시인의 『도착하지 않은 삶』을 읊조리다가, 혼자 파파팡 터졌다. ^^; ‘2008년 6월, 서울’이라는 詩, “한국 남자들의 품종이 눈부시게 개량됐어”때문이었다. 그리고선 문득 궁금했던 기억. 나는 '개량 품종'일까? 허나, 개량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시는, 내게 천직이고, 가장 잘 맞는 옷이다”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 낸 최영미 시인 당신에게 ‘서른’은 무엇인가. 그 서른까지가 아직 남았든, 그 서른을 관통했든, 살아있다면 누구나 거쳐야 할 정류장, 서른. 물론 정류장은 종착역이 아니다. 삶에서 서른은 도착하는 것만으로 끝날 무엇이 아니다. 소설가 김연수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의 기억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면, 스물한 살이 아닌 .. 2011.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