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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 남들도 모르게 울컥,

by 낭만_커피 2008. 2. 14.
내 기억 속에,
나의 노래 인생의 시작은, 문세 행님이었다.
뭐, 동요나 TV만화 주제곡은 아예 차치하자.
어린 내 귓가에 감긴 대중가요의 시작은, 문세 행님의 나긋한 음성에서 비롯된 게지.
스스로를 '말'이라고 일컫던 긴 얼굴의 소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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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처음 갔던 콘서트도, 처음 산 대중가요 카세트 테이프도, 문세 행님이었다. '사랑이 지나가면'이 담긴 4집.
그렇게 좋아하는 '소녀'가 담긴 3집은 4집을 먼저 사고 나서, 구입했을 것이다.
그런데 테이프 속에 담긴 노래의 작곡/작사가 하나 같이 '이영훈'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생각하길, 친척인가 했다. 같은 '이'씨길래.
나중에 알았지만, 두 사람은 친척이 아니었고,
그 이후 계속 샀던 5, 6, 7집 모두 작곡/작사는 '이영훈'의 몫이었다.

그래서,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내 음악적 감성은 전적으로 이문세, 그리고 이영훈에게 빚졌다고 봐도 되겠다.
물론 이후에 변진섭, 신해철 등등에게 마음을 나눠주긴 해도,
문세 행님의 노래가 내 첫번째 음악사랑임은 부인할 수 없겠다.
내가 좋아라~하는 문세 행님의 노래는 거의 3~7집에 수록돼 있다.

'소녀'에게 '그대와 영원히' 있기 위한 표시라고, '휘파람'을 불어댔지만, 결국 '할말을 하지 못했죠.' 그래서 사랑에 대해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외칠 수밖에 없었고... (3집)
'가을이 오면',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를 읊조렸다. '깊은 밤을 날아서' 찾아갔던 그녀가, 내게 '굿바이'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건만, 기억나는 건, '그녀의 웃음소리뿐'. (4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불타는 '붉은 노을'처럼 '내 오랜 그女'가 활짝 웃음을 짓고, '사랑은 한줄기 햇살처럼' '광화문 연가'를 연주할 것 같았던 어느 시절. (5집)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해바라기'처럼 한사람만 바라보게도 되고, 때론 '그게 나였어'라고 실토하기도 한다. (6집)
'옛사랑'은 그런 것이다. '저 햇살 속의 먼 여행' 같은 것. '겨울의 미소' 같은 것.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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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 뿌리에 '이영훈'이 있었다. 이영훈은,
이문세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으로 각인됐다.
2001년 13집을 끝으로 두 사람은 예의 콤비플레이를 더 이상 가동하지 않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콤비플레이에 감화받고, 자양분을 얻으며 자란 세대다.

그런,
이영훈씨가 오늘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대장암 투병 끝에.( '광화문 연가' 작곡가 이영훈 씨 별세 )
"이제 병원 좀 안갔으면 좋겠다"던 그의 바람은, 바람결에 날려 저 구름의 저편으로 흩뿌려지게 됐다.

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난, "옛사랑'이 됐다.
누군가는, 이 소식을 듣고선,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지 않았을까.
옛사랑 생각에 찾아듣는 노래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홈페이지(www.leeyounghoon.co.kr)에 들러,
추억을 호명하고,
추모사를 남기고,
눈물을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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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 행님의 그 노래, 내가 좋아하는 그 노래는, 이렇게 말한다.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돼요..."('소녀'의 가사 중)

우린, 참으로 많은 것을 떠나보내고 살고 있구나...
안녕... 내 80년대 음악감성의 한자락이여...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