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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③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by 낭만_커피 2011. 1. 16.
시인·문화평론가 조병준이 인도 콜카타의 마더하우스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사랑과 우정, 나눔을 마음 한 가득 담은 그 친구들,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응시하고 성찰하며 마음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두 권으로 나뉜 책이었으나, 2005년  두 권의 합본으로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천사들개정판이 나왔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친구. 사실 이 말, ‘사랑’처럼 참 두려운 말이야. 지금 세상에선 너무 오염돼 있어서. 불순함과는 또 다른. 간혹 고민될 때가 있어. 누군가를 들먹일 때, 친구라고 할지, 그저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여기 조병준이 소개하는 친구들 만나고선, 나는 한 없이 부러웠어.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상관없어. 져도 노 쁘라블럼.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불어 넣어준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난 그랬어. 그냥 함께 교실에서 수업 듣고, 술이나 함께 마시면 친구겠거니. 뭐, 딱히 다른 생각도 없었어.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물론 친구가 될 수 있기도 하지만, 딱히 친구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은 않았지. 뭐 친구 대신 죽을 수 있냐는 따위의 어이없는 질문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런 질문, 우웩~ 둘 사이의 우정을 강조한답시고 하는 말이 고작 그런 것이라면, 나는 사양하겠어. 꽐라~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이 친구는 말이지. 인도의 콜카타(캘거타)에 자리한, 마더 테레사가 주축이 돼 만들었다는 ‘죽어가는 빈자들을 위한 집’에서 만난 친구들을 소개하고 있어. 수많은 환자가 있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수많은 천사들의 이야기야. 갑자기 천사라니까, 손발이 오그라들어? 하하. 음, 아마 너도 이 친구가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조곤조곤, 아기자기하게 자신의 친구들에 대해 속살거리는 것을 듣는다면, 아마 그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싶어질걸? 모하메드 할아버지, 로르, 안또니오 등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그들의 생활을 소개한 글은 정말 그래. 사랑스러워~

아마, 그것은 우연이면서 또한 운명일거야. 그런 소중한 인연을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죄악이 될 터. 이런 좋은 친구들이, 천사 같은 이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덜 슬플 수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도 들어. 그것이 우리가 아직 이 엄혹한 세상을 버티고 견뎌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어. 무엇보다 한껏 기분이 부풀어 오르는 건, 친구를 소개하는 사람의 감정이 행간을 통해 콕콕 들어박히기 때문이야.

난 그랬어. 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지. 무엇보다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나, 어떤 친구였나,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도 됐어. 음, 나만 이 좋은 이야기를 품고 살기에는 아쉬워서 너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거고. 우리는 여전히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지만, 가끔은 붕대가 필요하잖아. 아마, 이 글은 내게 그랬듯, 네게도 붕대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상처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짐승투성이 세상이니까요. 그 상처를 달래달라고, 아니면 달래주겠다고 손 내밀었다가 더 큰 상처를 입는 일이 흔한 인생입니다. 인간은 천사가 되지 못합니다. 잘해야 인간이고 못하면 짐승이지요. 그런데 짐승이면서 인간이고, 어쩐 일인지 동시에 천사의 얼굴까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은 살 만 한 것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아마 내가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주변의 누군가를 잃고 헤맸을 때였어. 상실감에 외줄타기 하듯, 흔들리던 그때. 나는 조병준을 통해, 조병준의 친구를 통해 나는 조금씩 살아날 수 있었어. 이 친구 덕분에 난 인도 땅을 밟기도 했으니까. 물론 콜카타를 가진 못했지만, 나는 인도에서 큰 위안을 얻었고,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다른 것을 인정해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던 게지. 친구야, 너에게도 그래서 이 이야기를 권하고 싶은 거란다. 어때? 넌 이런 친구들이 있니?

“헤이, 준 그건 아주 간단해. 이 일을 하면 우선 내가 행복하거든. 그리고 내가 조금 도움을 주는 저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도 아마 조금은 행복할거야. 그러면, 저 위에서 세상을 보고 계시는 그분께서도 행복해 하시지 않겠어?”


(부록. 그리고, 내가 만났던 '조병준' 이야기)
올해의 인물, '조병준'... 고맙습니다
조병준 그리고 임종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