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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책하나객담] '진짜'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을 부르는 20년의 기록

by 낭만_커피 2010. 12. 29.
지난 여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팔월의 고집이 남은 어느 날.
아마도 중국의 열하기행을 다녀온 직후였을 텐데,
최영준 선생님을 뵙고 싶다는 일념으로,
한길사를 따라 홍천으로 향했다.

최영준 선생님의 저서,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때문이었다.
그건, 알량한 머리가 아닌 정직한 몸을 밀어서 쓴 글이었다.
책 곳곳에 묻어나는 땀냄새와 삶의 향기가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랑방이 먼저 사람들을 반겼고,

문틈으로 녹색 셔츠를 입으신 선생님도 보이고,


정겹고 소박한 정원의 모습하며,

일기를 쓰고, 글을 쓰는 사랑방을 보는 순간, 내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핸드밀이었다.
아, 나도 이런 집의 핸드밀이 되고 싶다...


본가의 모습 일부다. 아궁이와 장작, 저들은 언제나 인간을 위해 몸을 사른다.
아궁이와 장작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집 바깥에는 더 없이 좋은 '시크릿 가든'이 있다. 물론 비밀 따윈 없다.
자연은 비밀을 간직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모를 뿐이고, 무심할 뿐이다.
최영준 선생님께서 시크릿 가든의 이모저모를 말씀해 주신다.


저렇게 성모상을 놔뒀더니, 다른 사람들이 저곳을 어찌하지 못하더라는 말씀.
책에도 그 얘기가 나온다.
막걸리와 맥주를 품은 천연냉장고도 있고, 연못은 푸르구나. 아, 좋다.

보라빛은 언제나 내 마음을 뺏곤 한다.
잠시 마음을 뒀다. 넌, 여기서도 날 반겨주는구나...

옥수수를 삶기 위해 선생님께서 직접!
그 모습을 담으면서, 생각했다. 나도 저런 촌부가 되고 싶다.
그 어떤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도 범접할 수 없는 기품과 품격이 있지 않나?


사모님의 작업실이 있고, 장독대가 줄을 서 있다.
아, 예술이 함께 하는 공간이로다.


  8월의 정원에서 펼쳐지는 파티.
연간 몇 억원 이상을 처발라준 화폐들을 위한 VVIP파티,
국민세금을 동원, 고귀하신 지경부 공무원들과 대기업 직원간 이너서클 결성 맞선 파티,
따위의 천박함과는 아주 다른, 파티. 파티라면 이 정돈 돼야지~

뭣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의 하나.
최영준 선생님과 손정리 선생님이 함께 자리한 문패.
예술적 동맹이자 결합으로 함께 하는 두 사람.

책에도 나오는데, 낙담할 일이 있어도 서로를 다독이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서로 깊어지는 그 관계.
지나치게 부를 축적하는 데 집착하지 말며, 그들의 세계와 공간을 만들어가는 부부의 다짐이,
저 문패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
.
.
나는 그것을 아주 어설프게나마 글에 담았다.

아래에 있는 글이 그것이며,
최영준 선생님께서 계속 건강하시길,
그리하여 선생님 바람대로, '하루하루 진정한 촌사람으로 변해 가'시길.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짜' 삶을 살고 싶은 생각을 부르는 20년의 기록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을 읽고,

방송사의 일기예보는 말한다. 날이 맑아서,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라고. 물론, 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듣자하니, 시소가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다. 기상 캐스터의 예보는, ‘도시’ 사람들만 ‘시청자’로 삼는 듯하다. 농작물은 비가 오지 않아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마당일 수 있는데. 날이 맑아도 가슴에 애를 키워야하는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안겨준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야속하다.

그러니까, 정말 도시 사람들은 모른다. 여기 이 말에 맞장구를 쳤다. “건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봄 가뭄이 극심하니 맑은 하늘을 보아도 즐겁지 않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가뭄의 괴로움도 모른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어야 하는 일이나 습한 대기가 짜증나고 질퍽한 도로를 다닐 때 바짓가랑이와 신이 젖어 끈적거리는 일도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맑은 날을 축복하는 모양이다.”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