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by 낭만_커피 2011. 1. 12.
어쩌다, 운 좋게도, 공저자로 '꼽사리'를 꼈던 《100인의 책마을》.
책은 지난해 가을경 태어났으나, 그 속에 담긴 나는, 2년 전의 나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그때와 또 다르다.
 편협하고 옹졸한 것은 여전하지만, 나는 달라졌다.
옳고 그름이나, 좋고 싫음(혹은 나쁨)과는 상관 없이.

책에 텍스트로 찍히기 전의 판본이다.
그러니, 정제되지 않은, 인터넷에서 좀 더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말도 있다.

올해, 나는 어떻게 달라지고, 변할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다만 그때나 지금 달라지지 않은 건, 이 엄한 세상, 버티고 견뎌야 한다는 것.
지키기로 마음 먹은 것을 큰 어긋남 없이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
그 마음 지키기가 가능하길.



[저자 소개] 준수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든 커피 한 잔에 미소 짓고,

공공성과 편협한 취향들이 공존하는 커피하우스의 일부가 될 날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커피라는 콘텐츠로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고,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의 고혹적인 자태를 좋아하고,

야구장에서 미친놈처럼 자이언츠 응원하는 것을 좋아하고,

몇 점의 구름이 그려진 청명한 하늘과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 오는 날,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마음까지 함께 두드리면 좋아하고,

식물이 우거진 길을 거닐면 좋아하고,

편협하고 편파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과 글을 좋아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정성이 깃든 요리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다만, 사람을 믿지 않는다기보다 사람의 가변성을 믿으며,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길 원하지 않는 사람.

소원 중의 하나는, 나이테처럼 멋진 주름을 가진 노장이 되는 것.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랑지상주의자에 가까운 사람.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자, 책에 얽힌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여기, 한 청년의 민무늬 정신에 주름을 보탠 ‘F4’가 있어. 청춘 시절이 대개 그렇잖아. 방향을 몰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것. 아니 방향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헐떡거리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어떤 한 순간에서 그 이후가 비롯되고야 마는. 모든 만남이 우연이듯, 책도 마찬가지야. 우연이 켜켜이 쌓여 인연이 되고, 그 인연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꽐라!~

아, 잡설 닥치라고. 좋아. 바로 그 F4를 알려주지. 《고종석의 유럽통신》(고종석 지음/문학동네 펴냄, 1995)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조병준 지음/그린비 펴냄, 1998) 《B급 좌파》(김규항 지음/야간비행 펴냄, 2002) 《지구 위의 작업실》(김갑수 지음/푸른숲 펴냄, 2009). 그건, 곧 고종석이고, 조병준이며, 김규항인 한편 김갑수인. 책(글)과 사람이 다를 수도 있다고? 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겐 그들이 지금 여기까지 내 인생의 F4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

F4가 꺼내놓은 지도. 그건 아직 청춘을 관통하는 내게, 방황과 방랑이 추적추적 대는 내 삶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해줬어. 군대 시절에 읽었던 《고종석의 유럽통신》, 사회로 본격 나가기 전에 만난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오후 4시의 평화》, 직장 생활 중 접했던 《B급 좌파》, 직장을 탈출하고 새 삶을 꾸릴 때 읽었던 《지구 위의 작업실》.

삶의 어떤 변곡점에서 만났던 F4, 그러니까 그들은 내 좋은 친구들. 그들은 내 젊음의 한때를 함께 했고, 위태하던 내 민무늬 정신에 위안과 방향을 제시해줬어. 어쩌면 나는 이들에 의지한 것이 아니었을까도 싶어. 살아온 날보다 많이 남은 살아갈 날에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고.

사실 내 생각과 행동, 사고체계와 인식이 어디까지 고유한 내 것이고, 어디부터 주입되고 흉내 낸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일정 부분, 구획 지을 순 없지만, 이 친구들의 영향이 지대했을 것은 분명해. 지분이 얼마나 되냐고? 흥, 지분 따위 따지는 건, 경영권 다툼을 하거나 경제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치는 곳에서 하는 거라고! 꽐라~

물론, 지금 다시 보면, 그때와 다른 울림을 안겨다주기도 하지. 세월이 마냥 그때와 똑같은 시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도 다른 무게의 세월을 관통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안겨다 준 주름, 청춘의 변곡점을 기억해. 그것은 살아가는 동안, 평생 따라붙을 지도니까. 그들을 통해 나는 다시 새로운 지도를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지 않을까. 그래. 내 친구들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줄게. 자~자, 인사해. 안녕, 준수의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