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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⑤ 너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by 낭만_커피 2011. 1. 18.
‘내집 마련’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중요한 것은 내집이 아니라, 내 작업실이다! 김갑수의 희희낙락 작업실 예찬은 ‘먹고사니즘’에 사로잡힌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왜 이러고 살지?’ 책은 대놓고 다르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보면 안다. 지금 지배세력이 주입한 가치가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 것인지. 책을 덮고는 나지막하게 읊조릴 것이다. ‘아, 나도 작업실 하나 갖고 싶다.’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④ 교양을 만나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③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너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지구 위의 작업실》

어쩌다보니 한 십여 년, 남의 똥꼬 열심히 핥고 빨았지. 뭐, 모르고 한 짓은 아니지만, 그게 그래. 과장하자면, 똥꼬에서 튀어나오곤 하는 시커먼 물질에 길들여진 거지. 월급이라는 이름의 마약에 나는 차츰 널브러졌어. 과감한 포기가 진짜 더 큰 행운을 준다고 믿고 싶으면서도, 노예의 편안에 그냥 젖어버려.

그렇게 젖어서 살다보면, 다른 철학이 있을 수가 없지. ‘먹고살아야지’하는 핑계에 갈수록 더 익숙해져. 악행의 자서전에 한 줄 한 줄  더 보태게 되지만,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해버리고 말더라고. 꿈은 저 어디 하수구에 처박힌 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더 이상 고민하길 멈추게 됐더라고. 오 마이 갓~


그런 때, 나는 가까스로 뛰쳐나왔어. 온전히 나를 위한 가시밭길을 거닐던 즈음, ‘줄라이홀’을 만났어. 그래, 바로 이 친구, 《지구 위의 작업실》. 십여 년 축적된 싸구려 관성 때문에 불안이 남아있었지만, 이 친구는 그런 내게 ‘선빵’을 날려. 훅~


“무언가가 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떤 위치로 올라가거나 무엇을 획득할 수 있었다면 그 역시 그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악을 들어야 했다. 음악에 포개어진 삶은 무엇이 되거나 무엇을 획득하거나 무엇에 올라서는 것을 언제나 가로막았다. 팔자려니 해야 했다. 그러나 깨달았다. 하루하루 음악을 듣는 일이 삶이 되면 되는 거잖아! 먹고사는 일이며 모든 관계를 도구나 방편으로 삼으면 되잖아! 그 무엇의 잣대를 ‘이쪽’이 아니라 ‘저쪽’ 세계의 것으로 바꾸면 되는 것을. 나는 아무 것도 못된 것이 아니었다. 못 획득한 것도 아니었고, 못 올라선 것도 아니었다. 나는 음악을 듣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조건들을 많이 가졌다. 뒤늦은 깨달음이다.”
(p.196)

빙고! 말하자면, 이거지. ‘지구촌 불안동지들처럼 남의 똥꼬 빨아대지 않아도 저렇게 살아도 되겠구나.’ 삶에는 다양한 길과 방식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 누가 길이 하나래? 그건 위정자들의 술수지. 불안과 공포를 주입해 통치를 쉽게 하려는 후진 방식에 끌려 다닐 필욘 없잖아? 꽐라~


난 그렇게 나만의 작업실을 꿈꿔. 헛발질이 될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을 만들고 있어. 그러면서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누군가가 생계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꿈을 꾸고 있지. 아마 어떤 지구촌 불안동지는 그런 날 몽상가라고 치부해 버릴지 몰라도, 아 그럼 어때. 프랑수아즈 사강도 그랬잖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커피를 택한 내가 자랑스러워. 커피스토리텔러. 멋지잖아? 나도 아무 것도 못된 것이 아냐. 나는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고 커피를 음미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거야. 커피는 멋으로 맛을 만드는 일이고말고, 암. ‘잘 비워낸 한 생애가 천천히 식어가는 동안’ 나도 줄라이홀을 꿈꾸련다. 그것이 자기파괴적 욕망이라 할지라도. 간절하게, 두려움 없이.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