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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wn Coffeestory111

[밤9시의 커피] 알츠하이머를 앓는 여자가 아메리칸 커피를 시킨 이유 사실, 거의 모든 커다란 위기 때 우리의 심장에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따스한 한 잔의 커피인 것 같다. - 알렉산더 왕 (?) 밤 9시, 늦은 시간이다. 커피를 마시기엔. 물론, 커피 마시면 잠 못잔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누군가에겐 밤 9시가 깨어나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정신이 또렷해지고, 이성과 감성이 서로를 견제한다. 세계가 새롭게 열리기도 하는 창조의 시간. 우리 커피하우스를 찾는 많은 사람은 후자의 시간일 것이다. 나는 그 구체적인 하나하나를 위해 단 하나의 커피를 내린다. 그들이 창조의 비행기를 몰다가 잠시 숨을 고를 때, 창조의 윤활유를 공급하는 공중급유기. 밤 11시에 도달한 시간이었다. "에스프레소 도피오 주세요." 이 시간, 에스프레소, 흔하지 않은 경우다. 그것도.. 2011. 11. 9.
[밤9시의 커피] "커피 마실까?"... '천일의 약속'을 맺은 시작 우리는 지금도 마틴을 그리워한다. 커피잔을 볼 때마다 멋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마틴은 'e'가 두 개인 커피(coffee)를 하나의 'e'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바로 L-O-V-E, 즉 사랑이었다. - 루스 코 챔버스 월요일, 밤 9시가 지났다. 그 남자, 문을 열고 들어올 시간이다. 가을이 온 뒤, 매주 월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면 늘 커피를 마시러 오는 남자다. 무슨 이유일까.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그 남자의 표정, 가을빛이었다. 가을빛? 그게 무슨 소리냐고? 글쎄, 그건 그 남자의 표정을 봐야 설명할 수 있다. 그 남자의 표정을 보면, 아 저기 가을이 내려앉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커피 마시고 싶어요." 그 남자의 첫 마디였다. 무슨무슨 커피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커.. 2011. 11. 7.
[동티모르 커피로드]② 동티모르의 역사에 사소한 흔적이 되다 사물과 동물의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여전히 당신이 휘말릴 수 있는 우연한 일들로 가득합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소설가 유재현의 쿠바 기행문 《느린 희망》이었다. 쿠바인들의 수도 아바나에 발을 디디기 직전, 인상적인 표지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표지판은 이렇게 말한단다. "모든 쿠바인들의 수도에 오셨습니다." '쿠바'의 수도가 아니라, '쿠바인'들의 수도. '人'이라는 말 하나만 덧붙였는데, 그 느낌이 확 다르다. 국가가 아닌 사람을 앞세우는 발상이라니, 놀랍고 재밌다. 아마도, 체 게바라가 쿠바 사람들과 함께 이룩한 쿠바 혁명의 영향이 아닐까, 나는 진단했었다. 그 뒤, 어디라도 갈라치면 나는 그곳의 표지판을 본다. 허나, 아직 쿠바를 만나지 못한.. 2011. 10. 27.
[동티모르 커피로드]① 아시나요? 동티모르! - 낯선 세계로의 초대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공항대합실에 서서 출발하는 항공편들의 목적지를 볼 때마다 그토록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겠지.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매혹. -김연수, 《여행할 권리》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떠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곳, 공항. 소설가 김연수가 말했듯, 여기만 아니라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은 그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여느 일상과 다른 나의 존재. 그것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꼭 정치적 망명이 아니더라도 문화 망명자로서 스스로를 규정하는 재미까지. 그래, 왜 아니겠는가. 공항은 생에 스핀을 먹이는 행위가 이뤄지는 곳이다. 김연수의 표현을 빌자면, "생을 바꾸는 공간"이다. .. 2011. 10. 22.
[동티모르 커피로드] (프롤로그) 나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적게 움직인다! 오늘, '세계 식량의 날'이다. 누군가는 요즘 누가 못 먹는 사람 있어?, 하고 쉽게 말한다. 먹을 것, 정확하게는 못 먹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시대라지만, 그건 수사이거나 거짓말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 차고 넘친다. 세계 식량의 날 올해의 주제는 '식량가격- 위기에서 안정으로'인데, 식량'가격'의 위기만 있는 게 아니다. 식품 값이 오른다고 아우성 치는 것, 기아의 골이 깊어진 것을 놓고 표면적으로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이유로 든다. 이밖에 중국, 인도 등의 경제개발·성장에 따른 농지 소멸과 육류소비 증가, 허울 좋은 바이오연료 생산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더 크고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식량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다국적 농식품기업들과 자본.. 2011. 10. 16.
나의 슬픔, 타인의 이해-타인의 슬픔, 나의 이해 10월11일. 커피 향 가득한 매장에선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무슨 노래가 저렇냐는 타박도 있었으나, 피아프는 굴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이 그러했듯. 에디트 피아프의 선율엔, 뭔가 퇴폐적인 커피가 어울린다. 그 퇴폐 커피에는 '빠담빠담'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참고로, 빠담빠담(padam padam)은 '두근두근'이라는 뜻이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은 두근두근댄다. 생을 사는 순간도 두근두근이었으면 좋겠다. 커피 같은 사랑의 순간들이 두근두근. 피아프는 계속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던 것이고, 계속 잘 할 수 있는 유일했던 것. 타인의 이해를 굳이 구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타인에게 구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건 잘 알았을 테니까. 가벼운 위로가 때론 슬픔을 더 돋우는.. 2011.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