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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116

이 미친 놈의 형제애 … <명장> 남자들의 유대란, 사실 대의와 명분으로 포장한 '모래성'에 가깝다. 그들을 묶어놓은 '필요'의 끈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저 '남'이다. 칼을 목에 겨누거나, 무시해야 할. 영화 에서도 그 허구적인 남자들의 유대를 간파한 사람도 있겠지만, 은 더 적나라하다. 의 러브러브 모드 감독인 진가신은, 을 통해 남자들(의 허구)을 까발린다. 특히, (피를 나눈) 형제애가 얼마나 같잖은 것인지, '의리'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유덕화, 이연걸, 금성무.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이 조합은, 남자들의 모래성 같은 형제애를 극적으로 부각하는데 일품이다. 무엇보다 몸짓 아닌 그들의 표정에 집중한 영상은, 감독의 의도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만든다. 19세기 말 '태평천국의 난'이 있던 무렵의 중국에서 벌어진 치정극으로.. 2008. 3. 13.
분별없는 열정은 어떻게 폭발하는가 … <데어 윌 비 블러드> 뜨겁고, 차가웠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핫함과 쿨함을 아우르는, 열정과 냉정이 교차하는, 아뿔싸, 이것은 '역사'의 기록이었음을. 문명의 역사, 인류의 역사, 석유(자본)의 역사, 종교의 역사, 피의 역사, 그리고 한 인간의 역사. 그러니, 당연하게도, 뜨겁고, 차가운 기운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것이 진짜 스스로 원하는 욕망인지조차 알 길 없는, 한 인간의 몸짓이 자초한 장대한 비극에 나는 후덜덜했다. 더, 솔직히? 무서웠다. 압도 당한 탓이다. 런닝타임 거의 내내. 더구나, 극장엔 사람도 많질 않았다. 나 포함 3명. 심령 호러물보다 더 마음을 옥죄고, 불편했다. 그리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몸짓, 말짓 하나하나에 나는 육신이 삐걱거리고, 뼈와 살이 욱신거렸다. 뼈와 살이 타는 것까진 아니.. 2008. 3. 13.
소녀여, 네 꿈을 펼쳐라 … <슈팅 라이크 베컴> 2008년 3월 8일.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세계 여성의 날'. 여전한 차별과 억압이야 말해 무엇하리. 그것의 철폐를 위한 목소리도 여기저기 퍼지고, 행사들도 팡파레~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소리라도 나올 것 같다고? 천만에, 그런 멍멍 짖는 냉장고 광고는 수구냉전시대의 산물. 냉장고와 여자의 행복이 대관절 무슨 관계인데, 컹. 그런데, 알다시피, 그런 목소리와 행사가 있는 날이라는 건, 여성의 지위와 권익이 아직도, 여전히, 여태까지, 마찬가지로, 열악하고 해방되지 못함이다. 해방이 어디 독립군만으로 되던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건 독립군 뿐만 아니다. 레지스탕스도 있고, 뒷구녕 지원군도 있다. 그것 뿐이랴. 사기꾼도 있었고. 친일도 하는 마당에, 친남하는 것이 뭐 어렵다손. 독재자 아버지의.. 2008. 3. 8.
어젯밤에 비 내린 거 아세요? … <사랑니>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블로그의 새해 첫 포스팅을 '당신'으로 하려고 했었거든요. 물론 당신을 다시 만난 건, 지난 연말을 앞둔 즈음이었지만요. 그러나 모든 것은 '히스 레저' 때문에 틀어졌어요. 갑작스레, 예고없이, 창졸 간에, 훌쩍 떠난 히스가 당신을 뒤로 밀었답니다. 어쩌겠어요. 당신이 히스보다 못하다거나, 비중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어디 맘 먹은 대로 되진 않잖아요. 아마 당신도 그건 충분히 이해하겠죠? *^.^* 고백하자면 그래요. 당신을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것, 당신을 향한 연서를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나도 기쁜 일이에요. 당신의 이야기를 2008년에도 장식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것으로도 새해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해요. 이런 제.. 2008. 1. 30.
[북리뷰] 영화 감식자가 길어낸 1인분의 책 그제, 뉴욕에 사는 친구와 전화를 했다. 녀석은 늘 그랬듯, 바빴다며 투덜댔다. 우린 웃기게도 서로를 부러워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서로의 공간을. 나는 뉴욕을, 녀석은 한국을. 녀석은 이른바 '뉴욕 촌놈'이다. 뉴욕에 있을뿐, 그 속살을 모른다. 일에 치여사는 직딩의 모습이 그러하듯. 그러면서 우리는, 1년 전을 꺼냈다. 1년 전 우리는 뉴욕을 함께 누볐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나는 녀석 덕분에 뉴욕의 '사백팔분의 일'을 맛봤다. 녀석도 마찬가지. 나 덕분에 뉴욕을 돌아다닐 수 있는 핑계를 찾은 셈이었다. 그때 내 손엔 (백은하 지음)이 있었다. 은 영화 속 뉴욕을 거니는 책이다. 우린 그 책을 일부 따랐다. 등의 동선을 따라, 센트럴 파크의 스케이트장에서 백만년만에 스케이트를 탔고, NYU 앞의 커피숍.. 2007. 12. 17.
에이즈 편견에 금을 가게 한 기록, <필라델피아> 그룹,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는, '최고'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독보적이라고 난 생각해(물론 누군가에겐, 분명 '최고'였을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AIDS로 세상을 떠났지. 공식발표가 그랬어. 지난달 24일은 그가 떠난지 16주기였어. 1991년 11월24일. 팬들은, 음악계는, 충격을 받았고, 오열했었지. 알려졌다시피, 프레디 머큐리는 동성애자였잖아. 불후의 히트곡, 'We Are the Champions'는 비공식적으로 '동성애 자유 운동'의 찬가였으며, 머큐리는 동성애자 사회에서 우상처럼 받들여졌다더군. 그러나, 그 당시에도 에이즈에 대한 편견은 공고했다규. '동성애자=에이즈 전파자' '잘못된 성적 정체성(동성애)의 선택에 따른 천형'과 같은 인식이 만연해 있었다구. 프레디 머큐리의 죽.. 2007.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