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길지 않았지만, 여름비가 왔어.
좋더라.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豪雨時節).
빗소리,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빚어낸 것 같은 니 하이톤의 목소리, 그 목소리.
니 생각이 잠깐 났어. 그래, 우린 여름에 만났는데, 여름비를 함께 맞이한 적이 없더라.
오래된, 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함께 늙어가는 아해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역시 니 이름이 호명되고, 이 늙어가는 아해들은 볼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만큼 우린, 즐거웠고 행복했던 거지. 호우시절이었을 거야.
날짜를 봤어. 아, 그렇구나. 6월 들어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젠 코앞이네.
사랑이다, 아니다. 아해들은 그때 그 시절, 각자의 추억을 놓고 그렇게 주판알을 튕구더라.
하하호호. 즐거웠어. 너도 꼭 함께인 것 같은 시간. 상호, 진희, 종민이도 그렇게 즐거운 시간.
그래, 모든 게 여름비 때문이었을 거야. 때를 알고 내린 좋은 비.
여름이야, 여름.
네 하이톤으로 여름이에게 건네는 인사가 듣고 싶네.
네가 알려준 거야. 그렇게 인사하는 것. 나 여름이한테 지난주 인사했거든. 안녕, 나의 여름. :)
여름비가 좀 더 내려줬으면 좋겠어. 좋다,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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