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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너 없이 산다

4월의 봄, 눈

by 낭만_커피 2012. 4. 4.

4월의 봄눈

강풍을 동반한 비에 이어 눈이 날린다. 씽씽 불어라. 펄펄 날려라. 4월이라는 달력의 타이틀이 무색하다. 그러나 '4월'이라는 것을 제한다면, 그게 그리 대순가. 실은 4월의 눈, 반갑고 좋았다.(춥다고 봄날씨가 왜 이러느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19년 만이라고 했다. 19년 만의 손님이잖나.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봄비도 그렇다. 어느 때부턴가 봄은 가뭄이 더 익숙한 계절이었다. 그런데, 이틀에 걸쳐 내렸던 봄비라니. 젖은 봄밤이 섹시했다. 어쩌면 쉬이 찾아오지 않을 봄비의 흐느낌. 어젠 특히 소리도 좋았고, 내음도 좋았다.

무릇, 봄밤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누군가의 마음에만 쌓인 봄눈과 함께.

미도리  

어제 봄비 소리 들으면서 이번 4월, 모처럼 미도리를 꼭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봄날의 곰 같은 미도리. 그래, 맞다. 《상실의 계절(노르웨이의 숲)》의 미도리. 봄눈 같은 그 여자.

미도리도 아마, 봄밤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미도리와 봄커피 한 잔, 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아마 혀가 얼얼할 정도의 시큼한 산미의 커피를 좋아할 것 같다. 나는 그 커피, 미도리 커피라고 명명한다. 봄은 산미가 찐한 커피가 제격이다.

봄밤

어제 북살롱에서 만난 장석남 시인, 봄밤에는 바람나는 것이 제격이라고 했다. 바람나지 않으면 봄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 봄밤에 바람나는 것이 자신의 바람이라고 했다. 

그래, 봄밤에는 바람. 그래서 나, 봄밤이라는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당신의 봄바람, 죄 아니다. 봄밤이 그렇게 부추겼으니까. 

봄바람에 흔들려야 생명인 것이다. 봄밤이니까.  

내게 봄은 김수영 시인의 '봄밤'과 함께 오는 것이었는데, 하나 더 추가요~

봄밤 2

봄밤엔 바람나네
內外 없이 바람나네
방들을 헐고 바람들 들이네
봄밤에 나는 바람난 숨결들에 반하네
늙은 살구나무의 밤샘 신음에
개나리 울타리가 노랗게 앓네
봄밤에 나는 바람난 國境이네
內外 없이, 憂國忠情 없이
바람난 國境이네
그러나 봄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앓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