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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⑥ 덧붙여, 세상에는 없을 줄 알았던 이 회사

by 낭만_커피 2011. 1. 19.
무한 성장과 무한 이윤에 목매단 지금-여기의 회사들. 치사하게 밥줄 갖고 장난치는 밥통정국의 무법자들이다. 그 무법자들에게 할퀴고 뜯기고 뽑아 먹히는 가장 보통의 사람들에게 ‘다른’ 회사가 있음을, ‘다른’ 회사도 가능함을 알려주는 책. 혼자 잘 사는 것이 재미가 아니라, 함께 잘 사는 것이 재미임을 알려주는 책. 분명 다른 회사는 가능하다.

- 준수 100자평 -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⑤ 너에게 작업실을 권한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④ 교양을 만나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③ 넌 이렇게 좋은 친구 있니?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② 불순함을 옹호하고 개인을 우위에 놓다
[내 좋은 친구들, ‘F4’와 인사하실래요?] ① 인트로

  
덧붙여, 세상에는 없을 줄 알았던 이 회사, 《가슴 뛰는 회사》

안타깝게 F4엔 포함이 안 됐지만, F5로 정원을 늘리면 아싸~하면서 손뼉을 마주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가슴 뛰는 회사》(존 에이브램스, 샨티, 2009). 저기 미쿡에 있는 자그마한 건설회사인 사우스 마운틴의 이야기야. 개정판을 내면서 이름을 바꿨는데, 앞서는 《사우스 마운틴 이야기》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

여기서 잠깐. ‘건설’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어때? 이 땅의 건설 회사가 갖고 있는 이미지, 뻐언~하잖아. 이 토건국가에서 건설회사가 지닌 지위와 로비(력), 엄청나지. 자기들 어렵다고 깨방정 부려서 국가적인 삽질 붐을 불러일으키는 품새를 보라지. 이놈들‘거침없는 (삽질) 하이킥’은 지붕까지 뚫고 나갈 지경이지.

지금 여기의 집은 주거 공간 혹은 삶을 가꾸고 영위하는 공간이 아녀. 투기 수단이자 남에게 보여서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지. 수많은 거대 건설 회사(라 쓰고, 조폭이라 읽지)들과 국가의 협잡이랄까. 같은 말의 다른 판본. ‘내 집 마련’이라는 환상을 심고, 소유욕을 살살 긁어 사람들의 거짓 욕망을 부추기는 패악적 집단. 꽐라~

솔직히 대부업체나 건설업체나 무엇이 그리 달라? 안 그래? 잠깐 몇 년 전 에피소드 하나 말하자면, 톱스타의 아파트 광고 등장이 미치는 해악 때문에 숱한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연예인에게 아파트 광고에 응하지 말 것을 강력 권유하는 편지를 보냈지.

대부분 연예인이 콧방귀만 끼고, ‘뉘들이 뭔 참견?’하고 썩소를 날릴 때, 여신 송혜교는 이런 답변을 건넸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집값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편지 내용에 공감했다. 편지를 받은 뒤 아파트 광고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파트 광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송혜교 짱. 아, 미안 말이 샜는데, 내 친구 얘기로 다시 돌아갈게. 여튼 사우스 마운틴은 우리가 아는 건설회사의 이미지와는 딴판이야. 아직도 개발과 성장의 환상에 사로잡힌 여느 건설회사, 아니 다른 모든 회사들과 다른 이 회사는 막 이래.

들어 봐. 회사의 점핑(성장)에 큰 분기점이 될 만한 일감이 들어왔는데도, 자연을 훼손할 것이 뻔한 일감을 과감히 뿌리쳤다지. 물론 CEO 혼자가 아닌 모든 구성원들의 가치 결합된 결론이었어! 무한 성장이라는 신화(로 포장된 패악)를 거부하고, 암세포의 성장 속도와 절연하며, 달팽이의 속도로 가면서 자신들의 가치를 지킬 것을 천명하는 이 친구. 끝없는 자기 팽창과 자기 증식을 꾀하는 자본에 대한 저항하는 회사. 아, 이런 건설 회사도 있네!


“회사란 무릇 돈을 벌고 바쁘게 일하며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주고받는 곳, 그리고 결국은 빠져나오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회사는 회사인 동시에 공동체이다. (중략) 우리는 세대를 거쳐 지속되는 기업 공동체가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며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p.15)  

가슴이 뭉클뭉클. 이 친구, 날 생각하게 만들더라. 사회 안에서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은 어떠해야 하는가. 나는 어떤 회사에 일하고 싶은가. 기업의 부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가. 그 부는 저 잘나서 얻은 것인가. 내가 그 이윤추구에 쌍심지를 켠, 무한 성장한답시고 직원의 마음을 할퀴기만 하는 기업을 나온 것에는 아마 이 친구의 영향도 있어.

그리고 나는 꿈을 꾸게 됐지. 가치관이 비슷하고 그에 부합하게 삶으로 아무도 부자가 되지 못했지만 일을 즐기며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회사. 사우스 마운틴의 공동창업자, 존 에이브램스는 이리 말했어.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아, 나도 그런 구조 속에서 있고 싶어. 어느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적절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불편하고 억압적인 자본의 구속으로부터 탈피하는 구조. 월요일 출근이 부담스럽지 않고, 사람이 좋고, 더불어 일하는 게 즐거운 그런 회사. 아, 이런 회사, 이런 친구가 있다니. 좋다! 우리, 함께 꿈꾸면서 길을 걸어가지 않겠니?


아, 하하. 내 얘기가 괜히 길지 않았니? 좋아, 마무리할게. F4, 그리고 한 명 더한 이 다섯 친구들, 공통점이 하나 있단다. 뭐 공통점이 별달리 없을 것 같지만 딱 하나. 감 오지? 맞아, 다른 삶도 있다! 하나의 획일화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으며, 충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렇게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이 엄혹하고 횡포한 이 지옥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내게 다른 삶을 알려준 이 고마운 친구들, 고마워.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