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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차가운 파도의 유혹, 끌(꼴)리면 가랏!!!...<폭풍 속으로>

by 낭만_커피 2007. 8. 22.
장마 뒤 간간히 흩날리는 소낙비와 함께 폭염이 한창이다. 최근 한국에서 쓰이는 가장 흔한 말이 '덥다' 아닐까. 탈출하고 싶고, 피서하고프다. 대구시에서는 오죽하면 "더우면 은행으로 대피하라"고 하겠나. '폭염 발생 시 시민행동 요령'이라나. 거참, 전쟁이 발발한 것도 아닐진데, 그만큼 폭염이 무섭긴 무서운가보다. 진짜 그렇긴 하지.

(폭염을 피해) 이 땅에서 탈출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잠깐. 지구 여기저기가 이상고온 즉,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온통 불볕더위란다.
그나마 남반구로 가면 낫겠지.

아직 휴가를 가지 못했다. 언젠가(조만간!) 휴가를 떠나겠지만,
이 폭염을 아직은 견뎌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엑~스피드는 아니고.
가슴과 머리가 뻥 뚤릴만한 씨~원한 영화.

그래서~
<폭풍 속으로>!
무엇보다 거부할 수 없는 파도의 유혹.
저 높디높은 파도를 보자면 그저 온몸을 투항하고 싶을 정도니까.
직접 가진 못하더라도, 그저 브라운관 속의 파도일지라도, 내 마음이 시원해지길 바라면서.
공상이라도, 망상이라도 좋다.
나도 혹시 서퍼가 된다고 나설지 누가 아는가.
삶이 때론 그러하듯, 병적인 유머센스가 혹 발휘된다면.

그래, 끌(꼴)리면 질러야 하는데, 지르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향한... 된장!!!

몇년 전 긁적인 <폭풍 속으로>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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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all be planing out a route
We're gonna take real soon
We're waxin' down our surf boards,
We can't wait for June
We'll all be gone for the summer,
We're on safari to stay
Tell the teacher we're sufin
'Surfin' U.S.A...

- Beach Boys의 노래, < surfing U.S.A. >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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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명 : 폭풍 속으로 (Point break, 1991)
감   독 : 캐서린 비글로우
주   연 : 키아누 리브스, 패트릭 스웨이지

◐_ 북치고 박치고, 그리고 파도치고

여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고 싶다. 무엇이 있을까. 공포와 오싹함만이 더위를 ‘물렀거라~’ 하지 않는다. 저 끝없이 펼쳐진 파아란 바다는 어떤가. 세상을 집어삼킬 듯 밀려드는 거대한 파도. 그 집채만 한 파도에 온 몸을 맡기는 서퍼들. 하얗게 부서지고 산산조각 나면서 튀기는 파도. 이만하면 일상에 찌든 회색빛 거대도시의 찌꺼기는 한방에 ‘아웃’이다.

그래, 바다가 있다. <그랑블루>에 심연의 도저한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다면, <폭풍 속으로>는 거친 바다 표면의 변화무쌍함을 다룬다. 굴곡 많고 당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파도타기의 매력. 그 유혹은 거부 불가능이다. 무섭게 덮치는 파도의 위협 앞에서 ‘파도를 탄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덮는다. 파도는 열차마냥 서퍼들을 태우고 마구 치달린다. 아드레날린이 분출하기 시작한다. 황홀감,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짜릿함. 북치고 박만 칠 것이 아니라 파도를 치자. 그게 정 안 되면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 보는 거다. “끌리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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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나이 대 사나이, 연애하다

마초들에게 ‘싸나이’란 단어는 주술과도 같다. 논리나 근거를 갖고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다. ‘싸나이들의 세계’라는 말로 울타리를 쳐놓고 함부로 침입을 허용치 않는다. <폭풍 속으로>의 마초들도 그렇다. 전도유망한 풋볼선수였다가 부상 때문에 FBI수사관이 된 죠니 유타(키아누 리브스)와 은행을 터는 서퍼들의 두목, 보디(패트릭 스웨이지)가 그렇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처지지만 그들은 ‘통(通)’한다. ‘파도타기’와 ‘스카이다이빙’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래서 <폭풍 속으로>는 사내들의 ‘연애’이야기다. 서로에게 끌리고 반하는데 뭐 특별한거 없다. 서로 총구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숙명’이라도 ‘끌리면 가는’ 거지. 그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반항적이고 극단적인 삶을 사는 죠니의 이면을, 세상에 대항하고 비판적인 보디의 그늘을. 그들은 파도 앞에 겁대가리없이 덤벼드는 'Fucking Crazy Men'이며 파도로 맺어진 숙명이다. “다음 생애에서 보자”는 보디의 말은 솔직한 자기 고백이다. “끌리면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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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일생을 확 바꿔놓은 서핑

죠니의 실수라면 “(서핑이) 일생을 확 바꿔놓을 지도 모른다’는 서핑가게 점원의 얘기를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하긴 그걸 누가 알겠어. 서핑이 죠니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 사랑, 우정과 같은 연애사의 등장도 그렇지만 죠니는 미련없다는 듯 FBI신분증을 훌러덩 버리기까지 한다. 결국 죠니가 보디를 파도 속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른 무엇으로도 설명 불가능. 거기엔 서핑이 있을 뿐이다. 통하는 사람이 ‘좋아라~’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대략 난감해지는 한이 있어도 인생은 때론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된다. 일생에 한번 오는 유일한 기회란 게 있다. “평생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말을 가능케 하는 것. 그것은 한편으로 두렵지만 100% 순수한 아드레날린이다. 고장만 나지 않는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기분, 그 짜릿함과 대면하고 싶지 않은가. 넙죽 입을 벌린 파도 앞에 ‘난 죽을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손을 힘차게 내젓는 무모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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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헤이~ 락앤롤

<폭풍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미친 듯 몸을 맡겨도 좋으리라. 거기 삶이 있다면. 파도가 됐건, 하늘이 됐건, 빌딩 숲이 됐건...” 삶의 궁극은 그런 거다. 추구할수록 마땅한 댓가를 받고 치루기도 하는 것.

그런데 그 댓가는 사후적이다. 모르니까, 모르니까 무작정 뛰어드는 거지. 알고 하는 짓은 심심하다. 인생은 한치 앞을 몰라서 좋다는 말. 때론 진실이다. 그래서 미쳐보란 얘기도 나오는 거지. 삶의 포인트는 ‘끌리면 하라’에 있다. 아니면 ‘꼴리는 하라’다...^^;;;

헤이~ 락앤롤(Rock & Roll), 파티 시작이야!  (2004. 7 오픈아이)


P.S... 이 영화를 통해 초절정슈퍼울트라꽃미남 키아누 리브스의 앳띤, 솜털 뽀송뽀송한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건 덤이다. 그리고 감독인 캐서린 비글로우는 <터미네티어> <타이타닉>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전 부인이었다는 사실. 요즘은 뭐 하시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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