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종드 쭌/그 사람 인 시네마

미야자키 아오이, 그리고 <좋아해,>

by 낭만_커피 2007. 6. 17.
그(미야자키 아오이)의 꼼지락 대던 손길이 문득 떠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은 채 아주 작은 몸짓으로 그것을 보여주던 그. 그것은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미야자키의 몸짓은 그 작은 몸과 함께 좀더 큰 공명을 주고 있었다.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읊조리는 듯, 그들은 그저 맴돌기만 한다. 그저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좋아해'라는 말 한마디다. 그러나 그들은 그걸 입밖에 꺼내지 못한다 아니 않는걸지도. 그들의 몸짓과 분위기에서 서로 좋아함을 유추할 뿐. 답답하리만치 긴 침묵의 연속. 그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끊임없이 나오는 푸른 하늘. 맑았다가 흐리다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끝맺지도 않고 계속 같은 부분만 튕겨내는 기타의 멜로디와 흥얼거림은 그들 입안에서만 맴도는 그 말(좋아해)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대사가 없다고 지루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 주변의 하늘, 강변, 노을, 어둠... 그 모든 것이 그들의 감정과 함께 공명하고 있더라. 그 모든 배경은 그 감정을 위해 복무하고 있었다. 짧은 대화 속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 유(미야자키 아오이)와 요스케(에이타)는 그렇게 애틋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를 읊고 있었더랬다. 아, 그렇구나. '좋아해' 이 한마디는 정말 어려운 거구나. 나는 그걸 알 수 있었다. 내게도 그 말은 그렇게 어려운 한마디였으니까... 하긴 첫번째 첫사랑은 그렇게 서툼 투성이야. 어쩌면 서툴기 때문에 더욱 애틋한.

특히나 기억나는 건, 첫 키스후 유의 울먹임. 나는 같이 울고 있었다. 그의 작은 몸짓에 완전 동화되고 있었다. 어깨의 들썩임과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유의 표정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17년. 17살의 그들은 34살이 돼 있다. 그래 지금 내 나이도 서른넷. 말하지 못하는 내 사랑을 말해도 좋을 세월은 17년일까. '좋아해' 그 말 한마디를 위해 17년을 흘러보낸 그들. '좋아해'라는 말을 17년 동안 숙성시키면 어떤 맛일까. 17년 동안 숙성된 '좋아해'라는 말은 어떻게 감성을 움직일까. 여전히 그들은 말을 아끼지만, 드디어 마음에 담아둔 그 말을 건네고... 17년은 그렇게 세월을 훌쩍 건넌다.

아 이 아득한 첫사랑의 기억이여... 나도 보고 싶어. 11년 전의 내 첫사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미야자키 아오이를 그렇게 만났다. <좋아해>(好きだ, 2005)는 또한 그렇게 내게 아스라하고 애틋한 영화가 됐다. 그래 난 이 영화 좋아해. 너무도 평범하고, 감정과잉의 시대에 별반 대수롭지 않게 내뱉을 이 말이 나는 너무도 소중한 것임을 알았다. 그저 그들의 마음결을 따르다보면 그걸 알 수가 있다.

<좋아해> 일본 공식 홈페이지

미야자키 아오이는 말보다 더 좋은 표정과 몸짓을 갖고 있는 배우였더랬다.

그런 그가 아주 순간적으로 날 멈칫 거리게 만들었다. 입적 소식.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는 군. 이렇게 일찍 결혼을 할 거라곤 생각을 안 했으니까. 후후. 日 여배우 미야자키 아오이 결혼

<나나>도 봤지만, 그건 패스하고. <좋아해>이후 작년에 본 메가박스 일본영화제 폐막작,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ただ、君を愛してる)에서의 미야자키도 참으로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거야"라는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의 말, 인상적이었지.

축하해. 미야자키. 7년을 서로 좋아했다는데. "좋아해"란 말, <좋아해>에서처럼 아끼고 숨죽이며 어렵게 꺼내지 않았을까, 하는 내 생각. 그들도 서로 '이찌고 이찌에'(いちご いちえ, 일생에 한번 만나는 인연)이길 바라고 있으리라. 그래, 미야자키도 '좋아하'는 다카오카 소우스케(<박치기>의 주인공)과 행복하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야자키는 <좋아해>의 감성을 지배하는 칸노 요코의 <Dear Blue>를 함께 들으며 행복해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