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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그 사람 인 시네마

‘Forever! Your Smile, 줄리아 로버츠’

by 낭만_커피 2007. 5. 4.
요즘 만나지 못한지 꽤 되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올해 미국 '피플'이 선정한 100인에 '여지 없이' 포함됐고, 임신 7개월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근황 외에는. 스크린에서 그를 대면해야 할 것을. 2004년 오픈아이를 통해 긁적였던 짧은 연서. 오 마이 줄리아~


소년 , 여신(女神)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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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방장했던 시절, 고삐리들의 불온한 아지트(불법 영화상영관). 그 쪽방에서 소년들은 여신(女神)을 만났다.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났던 그녀.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붉은빛 딱지도 열혈남아들에게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단지 여신을 향한 경배만이 있을 뿐.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 앞에추억 한 켠의 파노라마는 그렇게 스쳐지나간다. 그 수많은 시간과 사람들 속에 경배의 잔을 놓지 않았던 건, 아마도 그 ‘미소’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웃으면 귀에 걸릴 듯한 그 함지박만한 살. 인. 미. 소. 기억의 숲 속에는 그 미소가 웅크리고 있다. 추억은 방울방울 거품이 되어 여름의 뙤약볕 속에서 뽀글뽀글 솟아난다.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할리우드판 신데렐라 이야기, <귀여운 여인>은 줄리아 로버츠에게는 할리우드 여신 등극을 위한, 내게는 여신을 알게 된, 첫 다리를 놓아주었다. 거리의 창녀, 줄리아가 백만장자 리처드 기어와 우연찮게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스토리. 그럼에도 그녀가 미소를 짓자 할리우드는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고 내 가슴도 덩달아 콩콩 뛰었다. 특히 바에서 홀로 피아노를 치던 리처드 기어와 슬쩍 다가섰던 줄리아가 피아노 위에서 격정적으로 서로를 탐닉하던 영상, 과히 아트였다. 에헤라~ 풍악을 울려라...에헤~~ ^^;;;

천상에서 이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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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의 사랑을 성취했던 그녀는 이후 변신을 꾀했다. 죽어가는 연인을 지극정성 간호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랑을 위하여>(Dying young). 줄리아는 애틋하기 그지없었으며 천사에 다름 아니었다. 케니G의 선율과 함께 줄리아의 눈물은 소년에게도 아팠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물론 그 아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크>, <적과의 동침>, <펠리컨 브리프>로 이어진 줄리아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나는 여신의 모습을 보고 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살인미소가 어느 순간 삐뚤어졌다. <사랑의 특종>(I Love Trouble) <사랑의 게임>(Something To Talk About) <메리 라일리> 등이 줄줄이 도산했다. 덩달아 그녀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줄리아의 트레이드마크는 웨이브진 머리에 함박웃음이다. 그 미소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심각하게 무게 잡은 영화는 일부를 제외하고 깨지거나 혹은 생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그 미소를 내세워 다시 문을 두들겼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은 줄리아의 특기가 로맨틱 코미디에 있음을 확인시켰다. 나사 하나 빠진 듯 허둥대면서 비비꼬인 사랑의 방정식을 풀던 그 모습. 그녀는 천상의 여신에서 이승의 여성으로 격하(?)됐다. 하지만 그 인간적인 허점이 오히려 그녀를 향한 관심을 재점화시켰다. 나도 소년의 껍데기를 벗고 청년으로 변모해 갔다.

내겐 너무 이쁜 당신, 너에게 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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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노팅힐>은 완벽하게 줄리아를 부활시켰다. 왜, 대체,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줄리아의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이 곰살맞은 영화는 내게 작고 소박한 마을의 여행책방 주인이 되고 싶은 반짝 소망을 안겨줬다. 길모퉁이에서 옷에 쏟아진 오렌지주스가 사랑에 젖게 만드는 촉매가 됐고 ‘오렌지주스 로맨스’는 무척이나 맛있는 과즙음료에 다름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 오렌지주스를 쏟을 것인가...^^;;;;

다시 총총 날아든 줄리아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 거대기업의 비리 앞에 투쟁하는 여전사로 당당한 자태와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결국 이 영화의 열연으로 생애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영광을 안은 줄리아.

그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게 너무 이쁜 당신’이 됐다. 또 줄리아가 연기 생활을 계속하는 한, 스크린을 통해 만남이 주선되는 한, 나와 줄리아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스크린 밖에서 일방적이었던 만큼 나의 배신만 없다면 말이다. 그것이 스타와 팬의 관계망이다. 현실 밖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하나의 판타지이자 축복이다.

Forever! Your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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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사람살이의 풍경은 가끔 그렇다. 그녀의 신작 소식 하나에 풍선처럼 살짜기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 언제까지 이런 품새가 이어질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직 십수 년 전 기억의 숲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줄리아의 매력은 현재진행형임인가보다. 다시 십수 년 세월의 고개를 넘은 어느 날, 로이 오비슨의 ‘Oh∼Pretty Woman’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면 어깨를 들썩이며 슬며시 기억의 숲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 이어질 듯 하다.

작년 7월, <멕시칸>의 카메라맨이었던 대니얼 모더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던 줄리아. 그녀의 영화에서 결혼은 ‘환상’혹은 ‘비극’이었으나 현실은 무채색이 아니길 바래본다. 머나먼 곳에서 팬 이상도 이하의 관계도 아닌 한 청년이 말이다. 늘 쿨~한 면모를 보였던 그녀는 더 이상 ‘프리티(Pretty)’가 아닌 ‘뷰티풀(Beautiful)’ 여인(Woman)으로 우리 곁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