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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스무살 '이후'에 생각하는 '스무살'

by 낭만_커피 2007. 5. 21.
'성년의 날'이다. 스무살은 그렇듯 '경계'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인장이 찍히는 제도적, 관습적 경계.

나는 스무살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 시절을 군대에서 보냈기 때문이지 아마? 일종의 연민인 셈이지, 킁. 나는 사회적인 인정 시스템에 의한 어른이 되는 시기를 '군대에 뺐겼다'는 박탈감(?)이 있다. 따지고보면 어처구니 없는 것이긴 한데, 사실 혼자만의 넋두리다. 스무살을 군대가 아닌 곳에서 보냈다손, 내 스무살이 크게 달라졌으리라 생각진 않는다. 뭐 당신도 마찬가지일걸?

대개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나 또한 그랬어. 아이 때는 커 보인다. 어른이 되면 얻을 수 있는 권리들이. 인정욕구 또한 자리매김한다. 어른이 됐다는데 대한 주변의 인정. 그러나 막상 그 '어른'이 되면 그 권리에 따르는 '책임'때문에 버거워한다. 아이 때는 모르지 몰라.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물론 그 책임을 회피하는 어른들 부지기수다.

한 선배가 그랬다. 어른이 된다는 건, 조아리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그래. 어른이 되는 게 한편으로 권위에 쉽게 복종하고 "사는 게 다 그런거지"라며 희망을 뒤로 밀어넣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아끼고 함께 나누는 것보다 남의 것을 빼앗는데 더욱 힘을 쓰는 그런 것. 하긴 요즘 아해들 가운데 그렇지 않은 아해들도 많다드라만, 그건 순전히 어른의 잘못이지 뭐. 애당초 DNA는 그렇지 않았건만 그렇게 주입한 어른들의 잘못. 미친 어른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 더 빨리 우리의 기억에서 마르는 스무살이 지나가고나면, 스물한살이 오는 것이 아니 스무살 '이후'가 온다."(소설가 김연수)
 
나는 다시 성년을, 어른을 생각한다. 스무살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철이 무겁다는 핑계로, 책임질 것이 점점 많아진다는 핑계로, 열아홉에서 멈추고 싶은 나의 욕망도 현실 앞에선 어쩔 수 없이 꺾이는 부분도 쎄고 쎘다. 권력에, 권위에 조아리는 일도 점차 많아진다. '마흔'이 더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스무살에서 다시 이십년을 더 해도 '성년의 날'과 같은 이벤트는 더 이상 없다. 스무살은 그렇게 놀라운 나이다. 이제 스무살은 머리가 아닌, 사진첩을 뒤져야 나오는 시간이다.

몇년 전 김규항 말로는 "한국에서 아이들은 삶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남은 유일한 인간들"이라는데, 아직도 그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성년의 날을 거부하는 것도 자신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지.ㅎ 김규항의 아이와 어른에 대한 단상들. 새겨들을 만.
희망
우주

난 아직 모르겠다. 결혼했다며 어른이 됐다고 깝죽대는 아해들은 알고 있을까?ㅋㅋ 글쎄 아직도 철을 들기엔 근력이 멀었다는 뜻인지 몰라도 나는 아직 어른이 멀구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