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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이 창백한 아름다움, <트와일라잇> 外

by 낭만_커피 2008. 12. 15.


이 창백한 아름다움, <트와일라잇>


굶주렸나보다. 피가 필요했나보다. 요즘 뱀파이어 영화가 연이어 나오다니(앞서는 <렛미인>). 그런데 앞서 개봉한 미국에선 난리가 났단다. 10대 소녀들은 관람 내내 여자 주인공이 부러워 한숨을 내쉬고, 뱀파이어 소년의 얼굴을 보고선 까무러칠 정도란다. 극장 안팎에선 ‘에드워드’를 호명하는 것이 대세란다. 새로운 아이돌의 탄생이다. 바야흐로 10대 뱀파이어의 전성시대가 된 것인가. 창백한 아름다움 때문일까. 햇빛을 사랑하는 17세 소녀 벨라(이사벨라 스완)가 햇빛이 싫은 그에게 무방비로 빠지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인걸까. ‘무심한 듯 시크한’ 이 매력덩어리만으로 이 영화, 충분하다.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가 인간이 되고 싶어 안달한 경우는 많아도,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바람을 가지다니, 어허, 역시나 10대 신세대는 다르도다. 단, 남자들은 조심하시라. (영화 보는 내내) 여자들이 남자친구는 거들떠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쩝, 남자들은 여자친구를 동반할까 말까 고민되겠다. 참, 이 겨울, 목덜미를 훤히 내놓은 소녀들이 많아졌다는 후문이다.왜냐고? 에드워드의 왕림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탐스런 에드워드의 치아. 빨려도 좋아!



사랑으로 빚은 오스트레일리아 대서사시,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뭉쳤다. 이건 숫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차원의 홍보영화라고 무방할 정도다. <물랑루즈>의 바즈 루어만 감독, <디 아더스>의 니콜 키드먼, <엑스맨>의 휴 잭맨… 다들 호주 출신 아닌가. 하나 빠졌다면, 러셀 크로 정도? 혹시 고향에서 사고 칠까봐? 아, 아쉬운 사람도 있다. 지난 1월 요절한 히스 레저. 어쨌든 호주의 광활함과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사랑은 피나니. 니콜 키드먼은 개척 시대의 여성을 다시 맡았다. <파 앤 어웨이>에서는 미국의 개척사를 퍼 나르더니, 이젠 고향으로 돌아갔다. 사랑과 개척의 테마는 같은데, 이번에는 남편을 잃은 처지에서 시작한다. 물론 사랑에 빠지고, 역시나 거친 사내와 맞닥뜨려 고생하는 건 똑같다. 그 거친 사내들이 하나 같이 멋진 사내들이어서 문제지(탐 크루즈에 이어 이번엔 휴 잭맨). 호주는 가고 싶은데, 환율 때문에 호주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강추!



거대한 사법권력, 초라한 개인,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우선 이 이름부터 거론해야겠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 모른다고? 그렇다면 이 영화들, <으랏차차 스모부><셀 위 댄스>. 웃음꽃이 방긋 핀다. 그런 그가 11년 만에 들고온 새 작품은, 이전과 다르다. 법정 드라마다. 그것도 일본 사법재판체제를 고발한다. 일종의 소비자고발이랄까. 동반자는 가세 료. 현재 일본 감독들의 0순위 프로포즈 상대. 내용은 그렇다. 무직의 청년 가네코 텟페이가 만원 지하철에서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그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경찰은 자백만 강요하고 5만엔의 벌금으로 끝낼 수 있었던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 2년여에 걸쳐 10번이나 진행되는 공판. 그 거대한 사법권력 앞에 결백을 주장하는 개인. 일본의 사법관례상 형사재판에 기소될 경우, 유죄를 선고받을 확률은 99.9%.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피눈물 나는 분투가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건 옳은 불편함이다. 수오 감독이 어느 날 본 신문기사가 발단이었다. 진실과 상관없이 유죄를 양산하는 일본 재판시스템에 대한 울화통에 이 영화를 만들었단다. 그런데 되묻게 된다. 과연 우리는 자유로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다른 마술, <벼랑 위의 포뇨>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번 영화도 사실 전작들과 엇비슷한 것이 있다. 소녀(혹은 여성)가 주인공인 것은 여전하고, 물은 언제나처럼 등장한다. <벼랑 위의 포뇨>에서 주인공은 “따분한 바다는 싫어”라며 육지로 가출을 시도한 물고기 소녀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순간, 바다의 왕자, 아니 그냥 바닷가에 사는 소년 ‘소스케’ 덕분에 구출된다. 솔직한 포뇨. “포뇨는 소스케가 좋아~” 그러나 물과 육지의 사랑은 쉽지 않다. 우린 <인어공주>때부터 그걸 알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소동만발이다. 과연 포뇨와 소스케, 어찌될까~요? 자식이나 조카가 있어? 그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건 유죄! 확신한다. 그런데 어른인 나도 계속 읊조리게 된다. 포뇨포뇨포뇨~♪ 이렇게 사랑스런 물고기 소녀라니. 아, 난 그냥 포뇨가 좋아~!


시네마유람객 ‘토토의 천국’(procope.org)

영화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비일락’은 그래서, 나온 얘기다. 그리고 영원히 영화와 놀고 싶은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음식은 1분 만에, 음악은 3분 만에, 영화는 2시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말도 믿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사유하는 세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겐, 가슴 뛰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생의 숨 막히는 순간을 만나다는 것 혹은 생을 감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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