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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무비일락(舞馡劮樂)] 죽어도 좋아, 음악과 함께라면! <로큰롤 인생(Young@Heart)>

by 낭만_커피 2008. 12. 5.
시사회였다. 별 기대,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로큰롤을 연주한다는 자극적 소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겠거니했다. 어르신들이 아마도 젊은이들의 무엇을 흉내내는 그런 것. 시방새(SBS)의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아왔던 꼴불견 퍼포먼스 아닐까, 우려했다.

보면서 처음에는 조마조마했다. 그들 나이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더 쭈글쭈글하고 병색 짙은 노인네도 있다. 누군가가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뭐 이래, 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노인네들, 음악이 단순 취미가 아니다. 한발자국만 걸어가면 돌뿌리에 걸려 죽음을 맞닥뜨릴 지긋한 연세. 그런데도, 그들은 죽음에 짓눌리지 않고 있었다. 음악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감정은 그들이 연주하는 로큰롤을 어느덧 따라가고 있었다. 오~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결국 진심으로 바랐다. “20년 안엔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겠지”라 말하던 할아버지의 결코 이뤄지지 않을 그 소망이, 이뤄지길. 20년 안에 노래를 더 잘 부르는 영앳하트를 만날 수 있길... 눈물이 방울방울 또르르, 뺨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ㅠ.ㅠ

그랬다. 이 영화, 나이듦에 대한 사유를 하게끔 만든다. 과연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늙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그 일을 하고 있을까. 품위있고 아름다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네들이 부럽다. 절로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롤모델이랄까. 나도, 밴드하고 싶다. 늙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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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일락(舞馡劮樂)]
죽어도 좋아, 음악과 함께라면! <로큰롤 인생(Young@Heart)>


늙어도 품위 있고, 아스라한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늙은’ 록스타의 귀환이 아니다. 그저 아마추어 ‘노인네’ 밴드(영앳하트)다. 언니네도, 오빠네도 아니다. 직장인 밴드도 아니고. 은퇴한 실버족들로 구성된 밴드란다. 밴드 멤버들 평균 나이가 무려 81세. 그 연세에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겠느냐, 그것도 로큰롤이라니, 싶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은퇴한 노인네들의 호사취미를 찍은 다큐멘터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콧방귀 끼다간 크지도 않은 코가, 뭉개질지 모른다. 시큰하게 감동 먹고 코가 벌개 질 일이다. 오~ 마이 갓!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정말로 음악에 목숨을 바친다. 얼마 남지도 않은 생인데, 음악이 좋아 죽는다. 아니 다 늙어서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이들은 병들고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음악을 하고, 음악을 생각하는 순간만큼은 유쾌하고 즐겁다. 조 할아버지가 그랬고, 빌 할아버지도 그랬다. 두 할아버지는 <Alive & well>이라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거듭하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밴드를, 이승을 떠난다. 그럼에도, 밴드는 멈추지 않는다. 아니 되묻는다. “어떻게 공연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또한, 말한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이 노인네 밴드를 끊임없이 고개를 넘나든다. 영화는 <Alive & well>공연 6주를 앞둔 밴드의 리허설 과정과 밴드에 얽힌 개개인의 사연을 간간히 담는다.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사는 죽어라 외워지지 않고, 리듬을 따라가기에 벅차다. 아파서 연습에 빠지고, 언제 누가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비록 갈라진 음성에, 엇박자가 될지라도, 노래를, 공연을 완수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해 보인다. 그 모습, 뻑적지근하다. 단순히 노인네들이 로크롤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정말로 음악과 함께 유쾌하다. 보는 사람에게도 그 유쾌함이 전이될 정도로. 그들은 정말로 음악을 사랑한다. “(건강 때문에라도) 공연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요?”라고 묻는 감독에게 산소호흡기를 걸치고 있는 밥 할아버지는 말한다. “앞으로 노래를 못하게 된다면 참담할 것 같다.” 또 그들은 이미 즐거움을 알고 있다. 관객이 박수치고 환호할 때, 황홀경을. 그게 마약 같은 것임을 알고, 그것이 죽음보다 강력한 인생의 즐거움임을 안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들은 그렇게 불러 제친다. ‘I Got You’(제임스 브라운), ‘Schizophrenia’(소닉 유스), ‘Life During Wartime’(토깅 헤즈)은 물론, Can이 무려 71번이나 나와 진짜 can이 될 런지 조마조마하던 ‘Yes We Can Can’(앨런 투세인트)도. 더 있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까지 마스터한다. 콜드플레이의 노년버전 ‘올드플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해질 정도다. 같이 연습하다가 먼저 떠난 멤버를 위해 밥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홀로 부르는 ‘Forever Young’(밥 딜런)은 그냥 눈물을 쏟아낸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있다. ‘Yes, You Can’이라는 환호 한마디, 외쳐주고 싶다. 그리고 살아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다. 거참, 노인네들, 다 늙어서 웬 주책이람. 젊은 사람 울리고 말이야. 킁. 아,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시네마유람객 '토토의 천국' (procope.org)
영화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비일락’은 그래서, 나온 얘기다. 그리고 영원히 영화와 놀고 싶은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음식은 1분 만에, 음악은 3분 만에, 영화는 2시간 만에 새로운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말도 믿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사유하는 세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겐, 가슴 뛰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생의 숨 막히는 순간을 만나다는 것 혹은 생을 감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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