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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랑, 잭과 에니스를 추억하며...

by 낭만_커피 2007. 11. 6.
씨네큐브가 '에니스와 잭을 추억하며...'라는 타이틀을 달고,
<브로크백 마운틴> 8일간(11. 7~11.14)의 특별상영회!를 연다.
<색, 계>의 개봉에 맞춰 이안 감독의 전작을 보여주는 깜짝 이벤트!
몽클뭉클, 브로크백 산에서의 특별한 사랑에 적잖이 먹먹했던 나로선,
다시 스크린을 통해 만날 두 남자, 잭과 에니스에게 어떤 말이라도 남겨야하지 않겠나. 그것이 예의!
물론, 씨네큐브의 이벤트 였다. ^^;
'617일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우리가 사랑한 두 주인공 "에니스"와 "잭"에게 메세지를 남겨주세요!' 라는.
 

To.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랑, 잭과 에니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랑확신범,인가 봅니다.
잭과 에니스, 당신들의 사랑이 다시 617일만에 다가온다고 하니 심장이 둥둥거리는걸 보니 말이에요.

2007/08/03 - [메종드 쭌/사랑…글쎄 뭐랄까‥]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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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니던 회사의 내 책상엔 당신들의 성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당신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진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므훗해했던 나는 그렇게, 당신들의 사랑을 지지했지요.
지독하고 쓸쓸한 한편으로 그리움과 서러움이 범벅된.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먹먹한 그 사랑.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랑은 아프려고 하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사랑은 어쩐 일인지 아픔을 동반하곤 합니다. 미치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계속 아프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또한 사랑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 때리는 것이 죄라면 죄지, 사람이 사람 사랑하는 것이 왜 죄가 되는지, 나는 못내 답답했어요. 에잇! 당신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밉기까지 했다니까요.
물론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사회와 제도라는 이름의 어떤 권력과 질서겠죠.
사회와 제도가 부여한, 별 명목을 다 들이대며 인간을 속박하는 그 우스꽝스런 시스템.
열정을 부정하라고 강요하는 교육 같은 거.

당신들이 원했던 것, 사실 별 것도 아니었잖아요. 서로의 곁에서 함께 있고 싶다는 그 하나.
당신들의 사랑을 말없이 받아주는 곳에서 함께 머무는, 그 하나.
그게 전부였던 당신들이었지만, 인간 사회는 그것조차 쉽게 받아들여주지 않더군요.
나는 그렇게 당신들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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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러고보니 당신들의 그 어정쩡했던 첫 만남이 생각납니다.
취업하기 위해 어슬렁대다가, 내키지 않은 짝패가 됐던 당신들. 
그러고보면 참 우습죠? 누가 알았겠어요. 당신들이 그렇게 사랑에 빠질 줄. 며느리도 몰랐을 거에요.
브로크백 산도, 양들도...
인생은 그렇게 병적인 유머센스를 발현하기도 한다니까요. 이 센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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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산은 그래서 참 좋았어요.
그 숨막히고 억압된 어떤 질서 밖에서 당신들을, 그 사랑을 지켜주는 유일한 해방구.
그 속에서 당신들의 완전한 사랑, 자유의지와 해방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당신들의 사랑도 가능했겠죠.
산은, 강은, 양들은 그렇게 당신들을 묵묵히 지지해주는데 말이에요.
나도 그래서, 브로크백 산에선 사람이 아니고 싶었답니다. 나도 사람이면, 당신들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하게 될까봐.

고백컨대, 당시 당신들을 만나고 있을 때보다,
일상에 다시 편입되고 나서 내 가슴이 더 울먹거렸답니다. 그 잔상들이 촘촘히 박혀서.
당신들의 사랑도, 어쩌면 그랬죠? 확 폭발하기보다는 숨쉬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먹먹한 순간을 연출하는.
그럼에도 지독히도 징글맞았던 당신들의 사랑.
꾸물꾸물 거리는 듯해도, 나는 당신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를 느꼈습니다.
당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감정의 파고들.
너무도 일상적인 양 평정을 유지하지만, 그 수면 아래선 얼마나 큰 폭풍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조병준 작가의 말마따나, '그렇게 지독한 그리움, 그렇게 지긋지긋한 기다림, 그렇게 징그러운 서러움...'
도대체 사랑이 뭐에요? 말해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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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떠나게 되어 있고,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당신들은 그 사랑을 도저히 잊을 수 없겠죠?
에니스의 셔츠가 잭의 셔츠를 품고 있는, 그 장면에서 나는, 에니스 당신의 맹세를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맹세는 언젠가 무너지게 마련이죠. 혹은 소멸하거나.
사랑의 맹세 또한, 특히나 결혼식장에서 행하는 그 맹세를 떠올려보자면,
나는 마냥 그 맹세를 믿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아닐까 하네요.
제가 좀 시니컬하죠? 하하.

<늦어도 11월에는>이라는 작품을 쓴 '한스 에리히 노삭'이라는 독일 작가가 말했습니다.
"인류 역사의 모든 위대한 연인들을 지상에서 파멸 당했다"고.
나는 그래서 잭이 불려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위대한 연인들을 질투하여, 지상에서 영원으로 끌고 갔다고.
혼자만 파멸당한 건, 당장 위에서 당신들이 함께 있는 꼴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런 한편으로 당신들의 그 미친놈의 사랑,
때문에 쓸쓸함을 감내해야 했던 알마와 로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들의 쓸쓸함과 절망감 역시 뚝뚝 묻어났으니까요. 잭, 에니스, 당신들도 그건 인정하겠죠?
나는, 그래서 알마와 로린의 감정을 다룬 스핀 오프도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브로크백 마운틴' 외전이랄까. 후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 모든 일이 사랑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을.
좋은 걸 어떡하고, 사랑하는 걸 어떡하겠어요. 그건 온전히 당신들만의 것인데...
남의 시시콜콜한 연애사에 너무도 촉각을 세우는 이 땅도, 참 힘든 땅입니다.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지만, 무차별로 폭격하는 미디어들의 공습에 나는 한편으로 피곤합니다.
당신들 같은 사랑이 있어도, 이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아직 인정하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내일, 만나러 갑니다. 당신들의 Talk, Play, Love를 만나러 갑니다.
이 땅을 주무르는 한 거대기업은 Money를 Talk, Play, Love로 한꺼풀 위장해 전방위로 로비하는데 썼다는데, 참 한심하죠?
사랑 따위 모르는 작자들. Talk, Play, Love를 엉뚱하게 조리질하는 협잡꾼들.
어쨌든 나는 지금, 당신들과 다시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괜찮다면 나는, 당신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요. 당신들과 다른 성적 취향이지만, 친구가 되는 건 문제 없겠죠?
그저 잭과 에니스, 당신들의 Talk, Play, Love를 므훗하게 지켜볼게요. 나는 당신들이, 아프지만,
당신들의 그 노래, 'He was a friend of mine'가 다시 울려퍼진다면 난 행복할 겁니다.

역시나 나는, 어쩔 수 없이 당신들의, 사랑확신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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