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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설레던 첫 사랑의 추억이라...

by 낭만_커피 2007. 11. 25.

내 첫 추억, 설레던 첫 사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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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올법한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 만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인생의 병적인 유머센스가 발현된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운 그런 순간의 만남 말입니다. 나는,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내겐, 너무나도 특별했던 그 만남을 말입니다...

혹시, 누군가의 뒤에서 광채가 나는 것 본적 있으세요? 난, 사실 그런 것 안 믿었습니다. 미친 소리겠거니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에요. 그런데, 그 해 가을, 햇살 좋았던 그날. 나는, 그것을 겪고 말았습니다. 내겐 'One Fine Day'가 됐던 그날, 나는 한 소녀의 뒤에서 광채가 나는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습니다. 그 빛은, 내 설렘과 사랑의 시작을 알렸고, 한편으로 용기와 통증을 동반한 날이 됐지요. 내 사랑, 내 인생 처음 만나는 사랑은, 그렇게 내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을 떠나 처음 맞이한 가을이었습니다. 그저 안면 정도는 있었지만, 서로 어울리지 못했던 우리는, 갑자기 의기투합을 하게 됐지요.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창하고 맑은 주말의 어느 날, 그녀는 카메라를 사고 싶다며 다운타운으로의 동행을 요청했습니다. 주말에 하릴없이 하숙집에 있기에 무료했든, 바깥 가을공기가 그리웠든, 다운타운 쇼핑을 하고 싶었든, 나도 덥썩 그녀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니던 학원의 야트마한 정원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옵니다. 그녀인 것 같습니다. 햇살을 가득 등에 지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아~ 눈이 너무 부십니다. 하늘거리는 원피스와 파란빛 자켓, 얼굴을 감싸는 챙 넓은 모자와 파란빛 광이 나는 선글라스. 한껏 분위기를 낸 그녀의 모습은... 아니,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내게로 걸어오는 사람 뒤에서 빛이 나는데, 천사가 온다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찔하고 아득한 기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그 박동소리마저 우렁차기까지...

그건 사고였습니다. 사랑사고. 사랑도 교통사고처럼 느닷없이 온다는 말. 나는 실감했습니다. 내 첫번째 첫사랑의 서곡이, 마음 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내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었고, 사랑의 속삭임을 온 신경으로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우린 다운타운과 캠퍼스를 주야장천 돌아다녔습니다. 원래 목적이었던 카메라는 뒷전에 놔둔 채, 산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운타운 내에 있는 백화점 꼭대기의 예쁜 테라스 한 가운데 앉아 한잔에 25센트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전혜린'을 이야기했고, '사포'를 기억했으며, '전태일'을 기렸습니다. 그녀는, 남자애가 '전혜린'을 어떻게 아느냐고 놀라워했지요. 우리는 밤이 깊도록,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느끼면서 가까워졌습니다.

아아,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내 심장은 박동수를 높이곤 합니다. 내 첫번째 첫사랑은 그렇게 세상 모든 설렘과 빛을 받으며 시작됐으니까요. 차가웠던 내 심장을 뜨겁게 뛰도록 만들어준 그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랑의 설렘이 어떻게 갑자기 내 몸으로 주입되는 것인지, 알려준 그 사람. 내 첫번째 첫사랑의 기억은, 그렇게 날 행복하게 해 줍니다. 사랑을 알려줘서, 사랑하게 해줘서, 고맙기도 하구요... 문득, 그녀가 보고 싶네요... 내 심장은 아직 그렇게 첫번째 첫사랑을 기억하고 있나봅니다. 그 설렘에 뜨거워지곤 하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