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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봄밤, 4월의 고백…<4월 이야기>

by 낭만_커피 2011. 4. 30.
봄짓.
4월이 간다. 봄 같지 않은 봄이다. 맞다. 오늘도 천둥번개를 동반한 억수 같은 봄비가 주룩주룩. 헌데, 봄은 모름지기 변덕대마왕.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아이의 몸짓 같아도, 봄이니까. 그래, 봄짓이다. 봄짓, 4월.

벚꽃.
벚꽃이 거진 떨어졌다. 이번 비에 후두둑 끝장을 냈다. 봄비, 벚꽃 종결자.  벚꽃은 피는 순간부터 '벚꽃비'를 잉태한다. 나는, 벚꽃의 몸짓으로 4월을 읽는다. 매일, 벚꽃의 상태를 보면서 하루를 읽는다. 벚꽃은 주목 받는 시기가 무척 짧다. 그럼에도 벚꽃은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한다. 벚꽃 축제. 전국 각지에서 벚꽃은 축제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그것으로 끝? 벚꽃은 비가 되면서, 어쩌면 슬프다. 봄꽃, 벚꽃.

4월 이야기.

그래. 4월이니까. 내 4월에 빠져선 안 될, 연례행사. 마지막 날에서야 틀었다. 역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벚꽃비가 내렸다. 마츠 다카코는 여전히 대학 신입생이다. 좋아하는 선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대학1학년의 여학생.

그 서툶이, 어리바리함이 더욱 사랑스러웠던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 이 미친 감성의 소유자. 마츠 다카코. 더 없이 그 감성에 어울리는 여자. <4월 이야기>는 훌쩍 지나가는 4월의 봄날처럼 러닝타임이 짧다. 어떤 사랑이 그러하듯.

봄날, 사랑.




시작.
화려한 벚꽃 사잇길로 이사차량이 들어서는 것으로 <4월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즈키(마츠 다카코)의 도쿄 입성이다. 춥디 추운 훗카이도에 살던 그녀로선 이 봄, 이 벚꽃이 그리 좋을 수 없다. 좋아하는, 아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야마자키 선배가 있는 도시니, 그가 있는 서점까지 사랑스럽다. 봄빛, 반짝.


미소.
저 미소를 보라. 4월의 여신이 짓는 저 미소. 딴 건 다 필요없다. 이런 미소를 날리는 여자만 옆에 있다면. 세상은 저 미소 하나로도 충분하다. 존재의 이유? 그 따위, 저 미소 앞에서 삭제! 고로, <4월 이야기>를 보고 나면, 세상엔 딱 두 여자로 나뉜다. 저 4월의 미소를 짓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눈에 콩깍지가 씌인 놈에겐 그녀의 어리바리도 서툶의 미학처럼 느껴질 뿐이다. 때론 아무 것도 아닌 일이 기억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4월이면, 저 미소 하나면 충분하다. 4월을 버틸 수 있는 이유. 봄눈, 미소.


흠칫.
놀라면서 전율이 일었다. 저렇게 서늘한 아우라. 저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한마디로 '돋았다'. 저 4월의 미소 소유자가 저런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다니. <고백>. 내용이나 그녀의 역할을 알고는 있었지만, 저 사진 하나에 나는 완전 압도당했다. 4월에 볼 엄두, 나지 않았다. <4월 이야기>에 나는 복층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손. 봄밤, 오싹.


기사.
풋풋한 여대상에서 창백한 복수의 화신까지. 기사의 제목이다. 국내 개봉일자로 따지면, 11년, 제작년도로 따져도 그 정도는 될 터.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발목 치마를 펄럭이며 하얀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던 소녀가 표정이 없는 말투로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면서 복수를 하는 엄마로 바뀌었다. 대변신. 기사 표현대로 잔인하다. 추억을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살짝 그런 점도 있었다. 아직 <고백>을 보지 않은 건. 지금은 어쨌든 4월이니까. 봄날, 추억.

마츠상.

과거, 그녀를 소개한 적도 있다.( 당신은, 내 4월의 여신...) 사실, 4월에만 거의 떠올리다시피 한 그녀였는데, 기사를 보고 더 좋아졌다. 야망 없음에 대한 '고백' 때문이었달까. "배우라면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옳지만, 나는 변신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고백>의 내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면, 그건 감독이 끌어낸 것이다. 나는 온힘을 다해 노력했을 뿐이다. 더 나은 경지에 도달하려는 야망이 없는 게 내 문제라면 문제다. (웃음)." 야망 없음을 토로하는 이 무서운 배우. 참고로, <고백>은 지난 2월,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봄신, 여신.

마츠상2.

하나 더 있다. 더 좋아하게 된 계기. 그 시상식에서 사회를 보고 있던 그녀, 눈물을 흘리며 "살아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녀는 삶이라는 선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각인하고 있는, 보기 드문 배우다. 일본 동북부 지진에 대해 그녀가 남긴 말. "지금은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갈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고, 내가 필요한 것들을 진심을 다해 판단하고 선택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아무렴, 아무나 여신이 되는 건 아니다. 마츠상, 당신은 여전히 제 여신입니다.^.^ 봄밤, '4월의 고백'. 

봄비.

그래. 방사능이니, 최악의 황사니, 봄비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날려버려~ 그냥, 봄비.

첫사랑을 만나 그에게 빌린 빨간 우산을 들고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가면서 환하게 미소 짓던 우즈키. 얼굴 가득 미소.

봄비는 그런 것이야. 봄비가 품고 있는 낭만을 쏟아지게 하는 것.

4월의 봄비 오는 날,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빨간 우산이 되고 싶다.

봄비, 낭만.



4월.

오늘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그 어느해 4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우즈키의 흔적을 좇아 벚꽃비 혹은 벚꽃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도쿄를 누비리라.

빨간 우산도 하나 챙기고, 자전거도 기왕이면 빌려서. 도란도란 <4월 이야기>를 나누면서.

4월이 지나는 봄, 나는 그런 4월을 다시 기다린다. 봄달, 당신.

 
오늘이 지나면,
나는 이제 <고백>을 보러갈 수 있다. 마츠상, 만나러 갑니다~




P.S... 벚꽃, 고백이 함께 맞물린 오늘의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송편(김석훈)이 오늘, 마침내 정원(김현주)에게 고백을 했다. 담백한 고백. "내 여자 합시다." 내가 왜 좋았는지 몰라.ㅋ 정원의 눈이 초롱초롱. 그 돋는 고백을, 정말이지, 그만의 스타일로 해댄다. 그런 닭살 고백을 그렇게 담백하게 할 수 있다니. 중요한 건, 벚꽃 아래에서였다. 나는 벚꽃이 그 고백을 부추겼다고, 벚꽃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운다.

벚꽃 고백.

"누군가한테 내 마음을 주고, 슬픔을 주고, 내 시간을 준다는 게 나한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오래 망설였어요... 나보다 내 눈이 먼저 당신을 보고 있고, 나보다 내 마음이 먼저 당신을 담고 있어요. 좀 더 버텨보려 했는데 더이상은 무리에요. 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방. "내 여자 합시다. 친구 때려치우고 남자, 여자로 만나 봅시다, 우리." 하악하악. 내가 송편이 된 줄 알았다. 왜 그리 좋아서 바둥댔는지. 흥, 벚꽃 때문이다. 나도 벚꽃 아래서 고백하리라! 송편과 정원, 건투를 빈다. 진심이다. ^_^

근데, 정원이 나는 좋아 죽겠다. 이런 캐릭터를 좋아한 적은 처음이다. 꺄아아아아.

내일이 다시 기다려진다. <반짝반짝 빛나는>, 짱이다. 4월의 고백, 반짝반짝 빛나는.
 
엉뚱하게도, 김수영 시인의 [봄밤]이 생각나는구나. 그래, 4월의 도쿄, 벚꽃눈이 내리는 봄밤, 나는 [봄밤]을 읊조리며 고백한다. 그 고백의 당사자, 당신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그날엔 이 노래를 연주해도 좋겠지.
'봄날, 벚꽃, 그리고 너'(에피톤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