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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선악? 사회 안에서 존재할 뿐, 자연 상태에선 없다”

by 낭만_커피 2010. 12. 21.
이우혁? 아, 《퇴마록》의 저자였구나. ^^;

만나고 나서야 알았다.
스타 크래프트만큼이나, 글쎄?, 회자됐던 《퇴마록》을,
스타 크래프트 한 번도 하지 않았듯, 《퇴마록》도 읽은 적이 없어서. 영화도 못 봐서, 뭐.

그런데, 그토록 팬이 많을 줄이야,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를 그의 책 가운데 처음 읽었는데, 글쎄, 내 취향은 아니로구나.;;
지난 9월, 이우혁을 만난 기록. 




연쇄살인, 형사, 범죄심리, 프로파일러… 어쩌면 익숙한 코드다. 미국드라마 <CSI> 등을 통해, 혹은 현실 속 어떤 범죄 혹은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이를 익히 접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졌고, 과거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 일들도 현재는 현실로 나타난다. 그것이 텍스트나 영상을 통해 상호 교류하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여기, 소설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이하 『바이퍼케이션』)도 그렇다. 『퇴마록』『치우천왕기』 등의 이우혁 작가가 15년 동안의 숙성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새 작품이다. 우선 3권짜리 1부를 내놨다. 신화, 범죄드라마, 철학 등을 버무린 이 소설은 작가 이우혁이 건네는 하나의 질문이 관통한다. ‘인간 주체란 진정 무엇인가.’

많은 독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이다. 이에 독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14일,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바이퍼케이션』(이우혁 지음|해냄 펴냄) 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 눈병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만, 이우혁은 독자와의 약속을 미룰 수 없어 선글라스를 끼고 동참했다. 독자들은 질문했고, 작가는 더 없이 열정적으로 답했다. 그렇게 교감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이우혁, 『바이퍼케이션』을 말하다


이우혁, 그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된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이우혁 전작주의자’ 같은 독자에겐 그러지 않을까. 이 자리에 온 한 독자가 그랬다. 저자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찔렀으니, ‘폭풍독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 그는 『바이퍼케이션』의 헤라가 그렇듯, 이우혁의 모든 작품에는 주인공이 신체상 핸디캡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인지를 물었다.

저자는 “나도 그건 생각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극적 긴장감 때문에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에겐 이런 믿음이 있다. 뭔가 하나가 뛰어나려면 다른 하나가 빠진다. “논증적으로 입증할 순 없지만 완벽한 인간은 없다. 어떤 하나가 투철해지려면 다른 하나의 희생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 그것을 잃었기 때문에 강해진 거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에겐 약한 점이 있다.”

『바이퍼케이션』은 영화적 상상력도 자극한다. 대사가 많은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썼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우혁의 대답은, “처음부터 영화를 상정하고 쓴 건 아니다.” 그는 대사가 많은 이유와 관련, 희곡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이번 소설도 은근히 희곡을 집어넣고 내포하고 있다. “글쓰기가 막힐 때 영미희곡, 특히 아서 밀러, 에드워드 올비 등을 읽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이번에 처음으로 주인공과 영화배우를 대입시켜봤다. 니콜 키드만(헤라), 러셀 크로(가르시아 반장) 등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썼다. 그것을 홈페이지(www.hyouk.kr)에도 올렸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그리며 쓴 것은 물론 처음이었다.

그런 캐릭터를 연상하면서 쓴 『바이퍼케이션』에서 궁극적으로 다루고 싶은 건, 인간의 본질이다. 이 소설을 판타지, 형사 드라마, 신화 드라마 등 어떤 장르로 봐도 좋지만, 이우혁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자기를 생각해보라. 진짜 내 의지로 하는 게 얼마나 있나. 우리는 본질이 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진짜 인간의 본질 없나. 본질에 대한 담론이다. 오감만 갖고는 본질을 못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