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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책하나객담] 사랑을 읊고, 밤을 노래한 김연수의 낭독유혹기

by 낭만_커피 2008. 10. 22.

나는, ≪밤은 노래한다≫ 이전에, 김연수(의 책)를 읽은 적이 없다.
다만, 지난 여름, 한 북콘서트 현장에서, 김연수를 처음 접하고,
그의 여행철학에 깊이 동감했다.
그때가, ≪여행할 권리≫가 나온 직후였다.


( 재미난 건, 그 6월의 북콘서트 현장과, 10월의 향긋한 북살롱 현장에서,
김연수는 똑같은 파란색 상자곽 무늬 옷을 입고 있다는 거다.
되게 좋아라~하는 옷인가보다.
낭독의 밤 포스터에도 같은 옷을 입고 찍은 걸 보니. )

나는 그렇다. 공항을 가서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는 순간, 오르가슴을 느낀다.
내 일상과 모든 것이 박힌 이곳을 떠나 다른 어딘가에선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일까.
글쎄, 정확하게 그걸 설명은 못하겠지만, 나는 그렇다.

김연수는 '공항(을 찾는 것)'을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한 욕망"이라고.
국경은, 그렇게 또 다른 나를 상정할 수 있는 경계가 아닐까. 다른 세계에 도달하려는 노력이기도 하고.
내가 쳐놓은 울타리, 내 안에 있는 울타리를 넘어, 내가 아닌 어떤 사람이 돼 보는 것.
참으로 그래서, 여행은 매혹적이다.

≪밤은 노래한다≫를 아주 빠져들면서 읽진 않았다.
필요로 의해 읽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님, 그저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게지.
소설 하나로 단정짓긴 그렇지만,
그의 전작주의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저 느낌이 닿는다면, 생각이 난다면, 읽는 게지 뭐.


그런데, 뜬금없이 스페인을 가고프다.
지난주는 뭐랄까. 스페인이 느닷없이 한꺼번에 뎀벼들었다.
<아내가 결혼했다>, 남편둘-아내하나-아이하나로 구성된 가정의 서식지가 스페인이었다.
김연수를 만나서, 스페인에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종석 선생님은 번개 자리에서 스페인이 정말 참, 좋다고 하셨다.
나라는 녀석도, 스페인에 가 있으면 참 좋겠다.
혹시 어느 아내의 둘째 남편이 돼도 좋으니, 스페인이라면 빙고~ㅋㅋ


어쨌든, 이런이런 운 좋게도,
≪밤은 노래한다≫를 집필할 때, 김연수 작가가 참고했다는 하드북이 당첨돼,
그 책을 받아서 참 좋았다는 말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받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ㅋㅋ
내 생각에,
김연수는 대화나 대사라면 모를까, 낭독(낭송)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지녔다.
글로 드러난 그의 목소리가 훨 낫다.^^
(물론, 다르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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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북살롱] 사랑을 읊고, 밤을 노래한 김연수의 낭독유혹기
- 『밤은 노래한다』의 저자 김연수


알다시피, 유혹은 밤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가을이 익어가는 10월13일의 홍대 부근, 예스24와 상상마당이 마련한 ‘향긋한~ 북살롱’에 나타난 소설가, 김연수가 그랬다. 그저 슬그머니, 낌새를 차릴 새도 없이, 독자들 앞에 나타난 김연수. 최근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펴냄) 출간 이후 독자와의 첫 만남이란다. 3주 후면 서울 하늘이 아닌, 스페인 하늘을 마주대한다는 김연수. 최근 EBS 세계테마기행에선 초원의 나라, 몽골을 헤집고 다니더니, 다시 ‘스페인이라니, 연수야’(『사랑이라니, 선영아』를 변용해서). 거참,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 아닐쏜가. 그는 모름지기, ‘여행할 권리’를 철저히 누리고 있는 ‘유령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래, 지난 여름 북콘서트에서 처음 만났던 그는, ‘국경, 한계, 틀’을 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른 세계에 도달하려는 노력. 『밤은 노래한다』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일 것이며, 낭독회를 마련한 것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것은, 김연수 혹은 『밤은 노래한다』, 아니면 1930년대의 간도라는 다른 세계를 만난 기록이다. 같은 말의 다른 판본(들). 낭독하는 김연수의 발견. 김연수, 밤을 노래하다.


김연수, 사랑을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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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밤은 노래한다』를 간략 소개하자면, 이 소설은 1930년대 초반, 오늘날 우리가 연변이라고 부르고, 간도 혹은 동만이라고도 불린, 이름만큼이나 기막힌 사연이 많은 땅의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소재로 했다. 동지가 동지를 죽이던, 기막히고도 참담했던 사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모를 얽히고설킨 복잡함과 혼돈”(한홍구)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떤,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한. 

어쨌든 이 자리는, 낭독회다. 음악이 흐르고, 이야기의 일부가 낭송되며, 청중들의 귀가 열리는 시간. 어디 가서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어려웠을 마당에, ‘낭독이라니, 연수야’, 라고 타박할 사람이 혹 있었을지 몰라도, 결론적으로 김연수는 ‘만주의 문장들’을 음악과 함께 조곤조곤 풀어냈다. 한편으로, 책을 들고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든 낭독시간이었음도 실토해야겠다.

처음은 그랬다. 예상했던 숙연함이 아닌,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좋다며, 말을 건넨 김연수는 약간 달떠보였다. 그러나 이내 곧 낭독 시작을 알리고, 음악이 흘렀다. 그는 한동안, 가만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앞으로 낭독할 부분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워밍업이 끝나고 시작된 사랑에 대한 낭독. 결에 묻어나는 김연수의 감수성, 김연수의 목소리, 밤이 노래하는 낭독의 시간. 고결한 존재,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순수한 영혼에 가까운 이정희와 사랑에 대해 알아가는 김해연의 심정(p. 30~32)이 김연수의 목소리를 타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