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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달이 거의 차오른다, 가자! 재미있게!

by 낭만_커피 2008. 12. 29.
달이 거의 차오른다, 가자! 재미있게!



매년 12월, 어떻게든 거리는 흥겨웠습니다. 어디서든 나쁜 일이 있어도, 거리만 나오면 괜찮았습니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발걸음을 룰루랄라~하게 했습니다. 순간적인 마취제요, 모르핀이었을망정, 뭐, 어때요. 1년에 한번 있는 시즌인걸요. 이맘때 아니면 언제 용서를 해보겠으며, 실실 쪼개면서 메리와 해피를 불러보겠습니까. 그런데 눈치 채셨다시피, 과거형입니다. 정말 올해 거리는 예년과 다릅니다. 성형수술이라도 한 걸까요. 크리스마스 캐럴의 흥겨움이 띄엄띄엄 듬성듬성 입니다. 시절의 하수상함을 거리에서 체감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혼자 며칠 전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미친 듯이 듣고 있어요. 거리에 나가봐야, 캐럴이 주는 박동이 없으니까요. 저만 그런가요? 어떠세요? 캐럴은 좀 들으셨쎄요?


‘비’가 이번호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한동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를 헤집고 다니더니, 5집앨범 ‘레이니즘(Rainism)’을 들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온 ‘나쁜 남자’. 멋집니다. 근육질 몸매도 그렇고, 패션도 그렇고, 무엇보다 가수 ‘비’를 오랜 만에 보니, 반갑네요.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면서 그동안 적적했던 팬들과의 회포도 푸는 것 같고요. 그를 보니, 후끈 달아오르는 분도 계시죠? 하악하악. 역시나 멋진, 비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시기엔 비보다 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멋지다는 표현을 쓸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재미있다’가 더 어울릴 것 같네요. 동방신기 제6의 멤버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장 교주’라는 신흥교주를 탄생시킨, 인기가 차오를 대로 차오르고 있는, 막강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이들은 정식 1집 앨범도 내지 않았습니다. 싱글 앨범을 냈을 뿐이고! 그런데도, 인기 막강합니다. 아 참, ‘미미시스터즈’도 빼면 안 되죠. 장기하와 얼굴들의 얼굴마담이자, 막강한 실세멤버인. 그 인기를 보자면, 동방신기, 빅뱅이 새 앨범을 냈을 때도, 앨범 판매량은 삐까삐까할 정도.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 그들의 노래를 듣자면, 완전 ‘쩝니다’. 절로 흥겨워집니다. 보컬의 무표정과 흥미로운 가사를 잘근잘근 씹다보면, 캐중독입니다. 팔을 허우적대며 달이 차오른다고 읊조리는 퍼포먼스는 누가 보지 않으면, 거울 앞에 놓고 따라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포크록밴드라는 정체성은 오간데 없습니다. 나사 두 개쯤 빠진 아이돌 같습니다. 뭐, 이들이 좋아하는 팬들이, ‘장미중(장기하와 얼굴들에 미치고 중독된다)’을 외치고 있다는, 믿거나말거나 풍문도 있고요.


비 얘기하다말고, 뜬금없이 장기하와 얼굴들로 넘어간 거, 이상하시죠? 캐럴이 사라진 시절, 멋진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입니다. 혹 모르핀이 될지라도, 마력을 갖춘, 중독성 강한 장기하와 얼굴들이 저는 더 좋아요. 그들의 바람대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가능했으면 좋겠고요. 그들의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또 재미난 앨범을 내놨으면 합니다. 큰 돈 들지 않는다면, 재미를 위해 그들의 앨범을 사주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달이 거의 찼습니다. 새해에도 그냥 쭈욱 가시죠. 부디, 윤기 잃지 마시고, 마음의 재미를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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