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종드 쭌/무비일락

"형님을 믿지 마세요..."

by 낭만_커피 2008. 3. 28.
유덕화. 좋아한다. <천장지구>이후, 그는 나의 '코피'영웅. 양조위의 존재감이 확 커지기 전까지 그는 내게 가장 멋진 '홍콩(중국)'배우였다. 그래도 여전히, 좋아 좋아. 더구나, 최근 <명장> <묵공> 등 이른바 '무협역사극'에서 그의 활약상은 빛을 발했다. 세월따위는 무색하게도. 그는 적어도 내게,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로 등재될 일, 단호히 없닷! 그는 나에겐, 영원한 청춘 스타!!

홍금보. 내 어린 시절을 풍미한 뚱보 따거. 성룡 따거와 더불어, 금보 따거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스크린을 꽉 채웠더랬다. <오복성> <하일복성>(<칠복성>) <복성고조> <쾌찬차> <용적심> 등등. 그 도톰한 볼과 코믹한 표정을 어찌 잊으리오. 최근 난데 없는 '사망오보'로 뜨끔하게도 했지만, 그는 영원한 우리의 뚱보 따거. 그를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손, 어찌 반갑지 아니하리오.  

매기 큐. 오~ 수지 큐~ 아닌 매기 큐~~ 나름 섹쉬. 길죽길죽한 팔다리와 카리스마를 가진 여전사. <다이하드 4.0>과 <미션 임파서블3> 등 앞날이 전도유망하리라 생각되는 배우. 다니엘 헤니의 친구이자, 최근 섹스 스캔들로 매장당한 진관희와도 썸씽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퉁~ 치고. 여튼 멋진 여자.
 
거기에 결정적인 플러스.
조.자.룡. ≪삼국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조.자.룡. 무용, 충절을 갖춘 무장이라는, 간략설명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제일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고, 쨌든 조자룡 쵝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정도, 조합인데, 어찌 아니볼 수. 조자룡을 통해 보는, 조자룡이 주인공인, <삼국지>라니. 막막 끌려. 아울러,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고, 세계 최초 개봉이란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막막 보고 싶었다. 기대는 만빵. 풍선은 두둥실.

그러나, 스크린이 열리기 전부터 삐리한 것이, 좀 불안하더니, 삐걱거렸다. 영화는 합중합작형태로, 한국 쪽 공동제작자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시작 전 이 회사의 직원이 무대에 오르더니, 블라블라. 근데 어랏? 이거 웬 애국주의적 호소? 요지는, 심형래의 <디워>를 예로 들며, 홍콩(중국)배우들을 캐스팅한 '한국'영화라서, 많이 사랑해달란다. '우리(나라)영화'라는 그렇게 강조했다. 켁. 어이 없음. 영화가 자신없었던 것일까? 약간은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영화나 보자,며 달래면서 스크린에 훅~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A, CB를 남발하고야 말았다.

(이후, 스포일러 쪼메 있음. 영화 보실 분은 이제 그만~~~)

한마디로, 내 감상평은 "기골은 장대하였으나, 허약체질 어린이, 같은 영화"

조자룡, 주인공 맞다. 그런데, 조자룡에 대한 진지한 탐구, 없다. 군대에 들어가,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를 그렸는데, 왠걸 그 점프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맥락없는 에피소드의 개입은 도대체 뭐하자는 플레이? 전체적인 이야기에 별 도움 안되는 그 짧은 러브러브 모드는 대체 왜 넣은게야.

또, 그가 위대한 장수인건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대체 왜 주인공이어야 하는지도 몰라. 주변 다른 이들의 찌질함은 왜 그리 오버해서 강조를 하시나. 그래도 내용은 조자룡의 위대한 최후(아마, 역사적 사실은 아닌)에 포커스를 맞추고자하는데 헐겁다. 그 최후에 후광을 입히기 위한, 조영(조조의 손녀, 매기 큐)과의 대결은 한마디로 맥 빠진 전쟁놀이 같다. 난데 없이 비장하고, 뜬금 없이 슬픔을 강요한다. 그 치열한 전장에서 조영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은, 의도는 알겠으나 정말 황당 그 자체. 눈물만 흘린다고 비장미가 갖춰지는 줄 아는 큰 착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허술한 구성과 내러티브가 난무하는데도, 연출은 어떻게 된 일인지, 스타일에만 집중한다. 스펙터클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인지, 착각인지, 이야기와 합방하지 못한 기교만 난무할 뿐. 배우들도 덩달아 붕 뜨는 느낌이다. 괜히 배우들만 아깝다고나 할까. 쩝.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겠지만, 우리 영화라고 시작 전부터 운을 붕붕 띄운 것은, 결국 다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그런 거지?

좋고 훌륭한 영화들만 적어도 부족할 판에, 왜 이런 영화 감상기를 적냐고? 그러게 말이다. 에휴.
이토록 한숨 나오는 영화였지만, 아주 어설픈 반전에 가까운, '지금-여기'의 현실과도 맞물리는 어떤 기시감 때문에 영화는 가까스로 미욱하나마 존재의미를 회복했다.

춘향이를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여(억지춘향식으로) 말초해석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명백히 현실정치의 메타포다! 대통령을 명박이라고 부르는 '형님시대'에 대한 경고?

그러니까, 영화의 주제는,
"형님을 믿지 마세요~~~"

아마, 한국영화여서 그랬을 것이다. 중국의 고전을 빌어, 이 시대의 현실을 짚기 위한 노력이었겠지. 허허. 그러니까, 이 이상의 의미는 찾기 힘들었던 영화. 나의 배우들을 돌려줘~~~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