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유대란, 사실 대의와 명분으로 포장한 '모래성'에 가깝다. 그들을 묶어놓은 '필요'의 끈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저 '남'이다. 칼을 목에 겨누거나, 무시해야 할. 영화 <친구>에서도 그 허구적인 남자들의 유대를 간파한 사람도 있겠지만, <명장>은 더 적나라하다. <첨밀밀>의 러브러브 모드 감독인 진가신은, <명장>을 통해 남자들(의 허구)을 까발린다. 특히, (피를 나눈) 형제애가 얼마나 같잖은 것인지, '의리'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유덕화, 이연걸, 금성무.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이 조합은, 남자들의 모래성 같은 형제애를 극적으로 부각하는데 일품이다. 무엇보다 몸짓 아닌 그들의 표정에 집중한 영상은, 감독의 의도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만든다. 19세기 말 '태평천국의 난'이 있던 무렵의 중국에서 벌어진 치정극으로 알려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기실 눈에 드러나는 것은 남자들의 '찌질함'이다.
그들이 의형제를 맺는 과정도 어이 없다. 일국의 장군이었으나,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부하를 모두 잃고 떠돌던 방청운(이연걸)이 도적떼인 조이호(유덕화)와 강오양(금성무)와 결합하면서, 의형제를 맺는 방식은 무고한 사람의 목을 따는 것이다. "피로써 의형제를 맺는다"고 외치는 그들이 하는 말이란 것도 이렇다. "우리를 해치는 자도 목숨을 갚을지어다. 우리 중 형제를 해치는 자 또한 목숨으로 갚을지어다." 피로써 맺어진 뜨거운 관계인 것 같지만, 이 말이 서로에게 어떻게 부메랑으로 날아오는지, 영화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형제애냐, 의리냐, 우정이냐. 천만에. 만만의 콩떡이다. 피는 그저, 의식을 위한 절차였을 뿐. 뜨거운 피를 흩뿌린다고,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그 피는 자신들의 것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의 것이었잖나. 방청운이 도적들과 손을 잡은 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뜨거운 연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전장터에서 부하들을 싸그리 잃은 장수라면, 의당 자신도 장렬히 산화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지만, 방청운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럼 조용히 살지?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억압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권력지향의 마각을 차츰 드러낸다. 그리고 의형제, 조이호의 아내까지 탐하는 일타쌍피의 욕망까지. 조이호와 강오양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믿은 것은 쌀과 돈이다. 피로써 의형제의 기치를 들었지만, 그들의 욕망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여자들의 느슨한 연대가 훨씬 더 낫다. 그들은, 어이 없이 누군가를 살상해서 연대를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의리니 우정이니 형제애니 들먹이는 건, 남자들의 찌질한 허풍일지니. 남자들의 '의리'란, 사실 믿을 것도 못된다. 의리 또한 그것을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만 적용될 뿐, 모두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의리 있다'는 말은, 그래서 믿을 게 못된다.
참, 조이호의 아내이자, 방청운과 눈 맞은 제수씨로 나온, 배우 서정뢰. 어디선가 본 듯 하더니, <상성>에서 양조위의 아내로 출연한 배우. 내 눈엔, 되게 인상적이었다. 묘한 분위기의 배우.^^
부록. 남자들, 특히 대한민국 남자들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 이야기.
유덕화, 이연걸, 금성무.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이 조합은, 남자들의 모래성 같은 형제애를 극적으로 부각하는데 일품이다. 무엇보다 몸짓 아닌 그들의 표정에 집중한 영상은, 감독의 의도를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만든다. 19세기 말 '태평천국의 난'이 있던 무렵의 중국에서 벌어진 치정극으로 알려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지만, 기실 눈에 드러나는 것은 남자들의 '찌질함'이다.
그들이 의형제를 맺는 과정도 어이 없다. 일국의 장군이었으나, 전투에서 대패하면서 부하를 모두 잃고 떠돌던 방청운(이연걸)이 도적떼인 조이호(유덕화)와 강오양(금성무)와 결합하면서, 의형제를 맺는 방식은 무고한 사람의 목을 따는 것이다. "피로써 의형제를 맺는다"고 외치는 그들이 하는 말이란 것도 이렇다. "우리를 해치는 자도 목숨을 갚을지어다. 우리 중 형제를 해치는 자 또한 목숨으로 갚을지어다." 피로써 맺어진 뜨거운 관계인 것 같지만, 이 말이 서로에게 어떻게 부메랑으로 날아오는지, 영화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형제애냐, 의리냐, 우정이냐. 천만에. 만만의 콩떡이다. 피는 그저, 의식을 위한 절차였을 뿐. 뜨거운 피를 흩뿌린다고,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구나, 그 피는 자신들의 것이 아닌 무고한 사람들의 것이었잖나. 방청운이 도적들과 손을 잡은 것은, 마음에서 우러난 뜨거운 연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전장터에서 부하들을 싸그리 잃은 장수라면, 의당 자신도 장렬히 산화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지만, 방청운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럼 조용히 살지? 그러나, 그는 멈출 수 없다. 모든 사람들이 억압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권력지향의 마각을 차츰 드러낸다. 그리고 의형제, 조이호의 아내까지 탐하는 일타쌍피의 욕망까지. 조이호와 강오양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믿은 것은 쌀과 돈이다. 피로써 의형제의 기치를 들었지만, 그들의 욕망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참, 조이호의 아내이자, 방청운과 눈 맞은 제수씨로 나온, 배우 서정뢰. 어디선가 본 듯 하더니, <상성>에서 양조위의 아내로 출연한 배우. 내 눈엔, 되게 인상적이었다. 묘한 분위기의 배우.^^
부록. 남자들, 특히 대한민국 남자들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이 이야기.
“한국 성인 남자는 여가의 절반을 술을 마시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술을 깨우는 데 사용한다”는 우스개가 있다. 술꾼들을 우스운 남자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의 몸통은 이런 게 아닐까? 사적 공간에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배척의 불안, 술이 취해서 망가져야 비로소 정을 느끼는 퇴행적 온정주의, 그 동전의 뒷면에 아로새겨진 합리적 삶에 대한 집단적 피해의식! 이 심리상태는 매 맞고 자란 미성숙한 소년의 내면 풍경이다. 상처로 연대하고 위계로 조직하며 폭력으로 표현하는 사나운 노예근성의 세계! 우리는 참 힘들게 일하듯 술 마신다. 연애하듯 가볍고 퇴폐적으로 술 마실 순 없는 걸까? 사적 개인의 자격으로만 술자리에 앉을 순 없는 걸까? 국민 복지를 위해 진정으로 ‘FTA 당해야’ 할 것은 알코올로 연대를 이어가려는 이 소아병적 남성 문화다.
☞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남자 둘- 남재일, 씨네21 599호 '남자 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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