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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사내들의 순정에 대한 보고서(1) … <죽도록 사랑해>

by 낭만_커피 2007. 7. 22.

얼마전 읽은 글이었다. 거기엔 한 줌의 진실이 있었다. 연인에 대한, 사랑에 대한. 내가 알고 있는 한!
플로베르의 말이라는데, 아마 <<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일 것이다.
"두 연인은 동시에 똑같이 서로를 사랑할 수 없다"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것이지만 줄 수 있는 보물"이라고도 했던 플로베르임을 감안하면,
보물을 주더라도 똑같은 크기나 가치의 마음을 받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란 말이렸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진실(!)이다.

사랑에 있어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더 많이 사랑하면 행복하고 기쁘다, 는 말. 니기미 뽕이다. 그건 그저 교과서에 박제된 유물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 라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그렇지 않은 사람 있으면 반박해도 좋수.
더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주는 사람이 고통도 더 받고 내상도 심하게 입는다. 주화입마!
그렇다고 Give&Take의 정량교환이 가능한 것이 사랑도 아니다.
 
사랑은 늘 한사람이 약자일 때 생성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먼저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할 때, 그때에야 비로소 두 사람은 연인이 되고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의 전제조건!

프랑스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롤랑 바르트도 그래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 이것 역시 진실.

바르트는 에세이집 <사랑의 단상>에서 이렇게 읊조리기도 했다.

나는 사랑하고 있는걸까?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평생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기다리게 하는 것. 그것은 모든 권력의 변함없는 특권이요, 인류의 오래된 소일거리다.

그래. 사랑해서 좋다지만, 연애의 진실은 따지고들면 아프다. 많이 아프다.
똑같이 사랑할 수 없음.
하지만 그 고민이야말로 연애의 유일한 가능성임을 감안하면,
그것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아는 두 사내가 있다. 더 많이 사랑했던 약자들.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했던 패자들.
두 사내는 이른바 '순정남'!
좋아서였겠지만, 그 고통과 상처야 말해 무엇하리.
뭐 좋게 말해 순정남이지. 나쁘게 말하자면 미친 게지. 사랑에, 연인에.
그래도 '사랑에 미치다'는 말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나도 그땐 그랬지 않았던가!  

그 중 맑은 눈을 지닌 청년이었던 한 사내.
나는 한때 그 사내의 연애와 순정을 한동안 지켜봤다.
그러나 그 사내는 결과적으로 버림받았다.  
이유야 있겠지만, 나는 그 사내가 더 많이 사랑함을 눈치챘고 그는 참으로 오랜시간 아파했다.
그 트라우마는 아직 그 사내의 일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그 사내는 최근 몇 년 전 다른 사랑을 시도했다. 이번엔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했다.
사내는 몇 년을 쏟아부었다. 거의 매일 같이 이메일을 보내고,
자그마한 피드백에도 그 사내는 한껏 부풀어오르곤 했다.
그러나 그 사내는 얼마전 그 사랑의 어려움을 내게 토로했더랬다.
눈 맑던 청년은 사랑에 지쳐갔다.
다른 이유와 겹쳐 그의 맑은 눈은 어느덧 세상에 대한 증오가 끓었고, 탁함을 내뿜고 있었다.
순정을 쏟아부었던 마음은 탁류에 휩싸여 가고 있다.
안타깝지만, 나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그닥 없다. 그저 그의 푸념을 들어주고 다시 사랑으로 예전의 그의 눈을 되찾길 바라는 것뿐.

사실 나는 순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순정이 밥먹여주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엔,
'XY염색체의 순정'을 원하는 일부 XX염색체의 환상도 있고,
'XX염색체의 순정'을 강요하는 많은 XY염색체의 택도 없는 욕심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 환상을 믿지 않는다.
때론 한번 짓밟힌 순정은 엉뚱한 증오로 발산되곤 하더라.  
열번을 찍는다고? 맙소사. 그건 내겐 행여 그 대상이 거의 종교에 가까울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고로 나는 종교가 없다.

다시한번 되새김질 해보자. 순정, 남자의 순정.
국어사전에만 남아 있고 현실 세계에선 거의 멸종됐다고 학계에 보고된 희귀동물.
폐광 깊숙이 묻힌 채 탐사발굴팀이 연장을 들고 나서지 않는 이상 눈으로 확인키 어려운 존재인 것이다.

또 다른 한 남자의 순정!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