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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그 어느해 5월25일, 나는...

by 낭만_커피 2007. 5. 25.
서른, '잔치가 끝났다'는 그 나이 때.

나는 피렌체 두오모를 꿈꿨다. 거기에 가면 내 잔치는 다시 시작될 것만 같았더랬다.

'5월25일'은 그런 감정을 부른다. 스스로 약속을 한 날이다.

언제 어느해가 될런지 모르지만, 5월25일은 피렌체 두오모를 오를 것이다. 그 이후는 모르겠다.
잔치가 다시 시작될지, 아니면 끝난 잔치의 잔해만 확인하게 될지.

뭐 그날이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내게 박힌 날이다.

아는 사람만 알겠지만,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의 주인공, 아오이의 생일이다.

피렌체 두오모는 아오이와 쥰세이의 10년 약속이 이뤄지는 장소.

내게도 있었던 어떤 '약속' 때문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던 책과 영화.
그 어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에겐 회한을 불러일으키킬 이야기. 허허.

책은 또한 이런 이야길 했었지.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 속밖에 없다"는 말을.

나는 오늘 다시 피렌체 두오모를 생각했다. 2003년부터 매년 그렇다.
5월25일이 되면, 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다. 피렌체 두오모에 오르고픈 욕망의 초침이 작동한다.

그래 내게도 그 약속이 올해 10년이 됐다. 나는 이제 선뜻 10년 전과 같은 그런 질감의 약속을 하지 못한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생긴 생채기 때문에.
물론 나의 잘못은 아녔지만. 나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까봐, 다시 미끄러질까봐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역시나 피렌체 두오모에는 올라봐야겠다.
그러면 내 트라우마도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