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요?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의 힘
(1) 엘리너 루스벨트 (Eleanor Roosevelt, 1884.10.11~1962.11.7)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와 미국 44대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마바(Barack Obama)’의 가상만남.
엘리너 루스벨트(이하 엘리너) : 축하해요, 오바마. 당신이 마침내 해냈군요. 이 미국에서도 아프리카계 대통령이 탄생하다니요. 1619년 네덜란드 해적선이 아프리카인 20여명을 버지니아에 떨어뜨리고 1662년 노예잔혹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니… 비록 1862년에 링컨 대통령께서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이후로도 차별의 역사가 지난하고 가혹했으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죠. 물론 당신이 대통령이 됐다고 모든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미국 역사에, 그리고 전 세계에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대통령 탄생은 아마 232년 만이죠?
버락 오바마(이하 오마바) : 고맙습니다. 엘리너 여사님. 제가 혼자 잘나서 된 것도 아닌걸요.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조들부터 마틴 루서 킹 목사, 말콤 X, 제시 잭슨 목사, 무엇보다 이 땅에서 핍박과 차별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견뎌준 사람들의 노고와 희생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엘리너 :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미국의 대통령까지 당선된 것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네요. 지난 세월도 자연스레 떠오르고요…
오마바 : 제가 어찌 엘리너 여사님의 공적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여사님이 그 어려운 시절에도, 더구나 아프리카계가 아닌 앵글로색슨계로서 그토록 힘을 써 주신 것을요. 여사님이 남편을 설득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옹호정책을 촉구해 주셨잖아요. 남편인 루스벨트 대통령도 사실 그런 것을 탐탁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신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사님은 열성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을 위해 설득해 주셨죠. 여사님에게 붙은 ‘흑인을 진정으로 사랑한 백인’이라는 호칭도 그냥 붙은 것이 아니잖아요.
엘리너 : 아니에요. 전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인류사회에 인종차별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범죄잖아요. 제가 당시도 그랬지만,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가난하고 자리도 낮을지 모르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지금과 반대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더 나아질지도 모르는 것이잖아요. 그러므로 사람이 자기보다 좀 낮아 보인다고 우쭐대거나 깔보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사람은 언제든지 남을 평등하게 대접해야 하는 거고요.
오마바 : 전 무엇보다 이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1935년의 어느 날, 엘라바마 버킹검에서 열린 인류번영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말입니다. 여성대표로 참석해주신 여사님께서 통로를 경계로 인종별로 나뉜 풍경을 보고 화가 나셔서 아프리카계 대표석에 앉으셨던 일이요. 인류번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그런 아이러니한 구획과 분리가 얼마나 우습습니까. 그런데도 백인 대표들은 물론이거니와 경찰관까지 동원돼 그들 자리로 앉으라고 요구했지만, 꿈쩍도 않으셨던 그 모습, 저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앵글로색슨계의 분노섞인 아우성과 아프리카계의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광경. 여사님 같은 분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었겠어요. 저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호감 가는 ‘퍼스트 레이디’가 여사님인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엘리너 : 아유, 정말 별 얘기를 다 꺼내네요. 어쨌든 오늘은, 당신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니까, 내 얘긴 그만해요.
오바마 : 하하, 여사님 겸손하시긴요. 저의 당선에는 분명 여사님 몫도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민주당으로 돌아선 때도 루스벨트 시대였고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제대로 일자리도 얻고 군대도 갈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이었으니까요. 그런 것들 모두가 쌓이고 쌓인 것 아니겠어요. 저는 여사님을 대통령 부인으로서보다 소외받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할 겁니다. 부족한 제가 견고한 인종차별에 금을 가게 했다면, 이젠 성차별을 깰 필요도 분명 있을 겁니다. 여사님 같은 훌륭한 여성이 대통령이 될 시대가 곧 와야죠. 저는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엘리너 : 고마워요, 오마바. 이제 다음 대통령은 여성의 몫이 돼야한다는 말, 꿈에서 현실이 될 날이 꼭 올 거예요. 부디 우리 세상의 부조리하고 몰염치한 구조를 바꾸는 일에 힘이 되는 대통령이 돼 주세요.
(※참고자료 : 『엘리너 루스벨트』(메리 윙젯 지음, 성우 펴냄), 수원일보, 위키백과)
[ 코엑스 내방객을 위한 감성매거진 '몰' 기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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