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들은, 그런 소년을, 미친놈이라고 했습니다.
시험이 바로 다음날이었죠.
타율학습(!), 그까이꺼 땡땡이 치고 갔습니다.
안 갈 수 없었을 겁니다.
소년의 방 벽면의 곳곳에서 저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최)진실누나가 부산에 첫 행차했답니다!
어찌 그런 누나를 알현(!)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신원에벤에셀이 부산 남포동에 매장을 내면서, 전속모델이던 누나를 델꼬 온 겁니다. 사인회라는 명목.
문현동에서 남포동까지 날랐습니다.
역시나, 사람들 미어 터집니다.
더구나 대부분 여자입니다.
사춘기의 그 고딩 소년, 쪽팔림을 무릅쓰고 줄을 섰습니다. 줄이 줄어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헉~! 숨 막히는 순간. 진.실.누.나가 눈 앞에 있습니다. 그것도 소년을 향해 미소를 띄우면서.
심장이 벌렁벌렁, 콧구멍은 푸슉푸슉, 숨이 가쁩니다. 이런 순간이 오다니.
이름을 묻습니다. 아, 감개무량. 소년의 입에서 '준수'라는 이름이, 아주 조그맣게 나옵니다. 부끄러웠나 봅니다.
진실누나에게 친히 싸인을 받은 브로마이드를 고이고이 신주단지 모시듯, 품에 품고서 집에 돌아옵니다.
행여나 구겨질세라, 가상합니다.
그까이 꺼 시험, 망쳐도 좋아~
소년은 그저 행복합니다. 누나를, 여신을 직접 눈앞에서 알현해서, 누나가 소년을 향해 웃어줘서.
그날 밤, 별이, 바람이, 소년의 마음을 알싸~하게 스치웁니다. 아해들 말마따나, 미친놈 같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누나가 스타로 뜰 무렵,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던 누나 스토리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고,
누나가 출연한 CF광고가 나올라치면, 브라운관을 빵꾸 나도록 쳐다봤으며,
<우리들의 천국>을 눈 빠지게 기다렸던 이유도, 최초엔 누나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꼬박꼬박 봤지요. 대학생활, 저런 건가 싶어서.
사실 나쁜 드라마지요. 현실의 쓴맛은 쏘옥 빼버리고 당분만 잔뜩 넣어 단맛을 낸.
그럼에도 그때는 왜 그리 흥미진진했는지...
어쨌든, 누나는 극 중 승미라는 이름으로, (홍)학표 형과 열애합니다.
그러나 백혈병에 걸려서 학표 형을 떠납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더 이상 누나를 볼 수 없다니.
실제론 영화 출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빠지게 된 거라, 그런 설정을 한거죠.
그런데,
그렇게 승미가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한 대사가, 지금 오버랩됩니다.
"내가 죽어도 이 세상은 그대로겠지..."
그리 잘 알았으면서도, 누나는...
술 사러갔다가, 추리닝 차림으로 멀거니 훔쳐봤습니다.
촌놈, 서울로 올라와 홍대 부근에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하숙집에선 만날 술판. 하숙집 막내였던 청년은 하숙집 형들의 명을 받들어 편의점으로 술사러 댕겼습니다.
어라, 늘상 가던 세븐일레븐 앞에서 드라마 촬영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봅니다.
오, 어디선가 많이 보던 빨간색 프라이드.
맞습니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 있는데~♩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웃고 있을거라 생각지마~♬"
당시 최고의, 그리고 대한민국 트렌디드라마의 최초 격인 드라마 <질투>의 촬영. 당시 청년의 완소이자 애청 드라마.
역시나 오오오~ 진.실.누.나.가 있습니다.
추리닝 차림으로 털래털래 나섰던 술 배달길. 목적은 내팽개치고, 멀거니 누나를, 촬영현장을 지켜봤습니다.
"누나~ 접니더. 부산 남포동에서 싸인 받았던 아입니더."하고 외쳤냐구요?
에이, 그럴리가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그 청년은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그렇게 바라만 봐도 좋았던 그때 그시절.
진실은 저 너머에...
알다시피, 셀리브리티들에 대한 호감의 업&다운은 으레 있기 마련 아닙니까.
누군가는 청년에게 무슨 좋아하는 게 그리 많으냐고 타박하지만,(아름답고 예쁜 건 특히나 좋아하죠.ㅎㅎ)
사실 따지자면, 무관심과 경멸 혹은 비호감의 리스트도 아련하게~ 깁니다.
좋아하는 애호의 리스트만 주로 입에 담아서 그런 거지요. 무관심, 경멸, 비호감까지 굳이 입 밖에 낼 이윤 없잖아요?
다시 돌아가서, 그토록 흠모하고 좋아하던 진실 누나였지만,
알다시피 사랑은 움직이잖아요?
애정은 점점 버석해졌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며 CF로 얼굴을 알린 국민(여)동생 혹은 국민누나가,
억척살이 생활형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로 차츰 변해가는 동안,
그녀를 여신으로 떠받들던 소년도, 다른 여신으로 옮겨가는 변심(?)을 했지요.
물론 그것이 대체나 보완의 대상이 생겼다고 말할 순 없지만요.
험한 얘기, 루머도 많이 들었죠.
어쩌다보니, 이혼 뒤 (조)성민이와 스캔들이 있었던 룸살롱의 마담까지 만나 진실누나에 대한 뒷담화를 들어야 했으니까요.
모르죠. 그 사람 입장에서의 진실도 있겠지만,
진실 누나의 입장은 또 다를 테니, 청년은 그저 누나가 안타까울 뿐.
남들 뭐라고 입방아를 찧고 떠들어대도, 진실여부를 떠나 누나가 잘 되길 바랄 뿐.
<장밋빛 인생>도,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도 안 봤지만,
'재기'로 일컬어지거나 '연기자'로 돌아온 진실 누나가, 방가방가.^^
참고로, 청년은 (조)성민이보다 (변)진섭이 형과의 조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동년배인 성민이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마냥 부러웠답니다.
그런데, 오늘,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도, 1200원대를 뚫고 올라선 환율도 묻혀버린 그 소식.
진실누나가 구름의 저편에 갔습니다.
아침에 소식을 전한 아버지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어요. 정말이냐고.
어머니는 소름이 끼쳤다고 하시더군요.
마음이 덜거덕덜거덕 거렸습니다.
점점 희미해지고 있던 누나의 존재가, 제 마음의 방 한칸에 서식하면서,
아직 제 DNA에 흔적처럼 박혀있었음을 확인했어요.
오늘 제가 만나거나 스친 남녀노소 모두 종일 그 얘기만 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언니를 갑자기 떠나보낸 것 같아 울었다고 그랬고,
누군가는 자신의 아내가 아이들이 밟혀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습니다.
스캔들에 치이던 누나의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었나 봅니다.
마음은 그닥 좋지 않았고 스산했습니다.
낮동안, 하늘은 더럽게 맑고, 바람은 치사하게 시원했습니다.
우습지만, 씨바, 이래도 되냐, 는 생각도 들었구요.
진실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셀리브리티라는 표현보다는, 아이콘.
그저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죠. 90년대, 그 시대의 대표성을 가진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스타들과 차별화된.
한 기사에 따르면,
특채로 드라마에 출연한 첫 세대였고,
영화나 드라마 아닌 CF로 스타덤에 오른 첫 번째 CF스타였고,
트렌드 드라마의 주연을 꿰찬 최초의 신세대 톱스타였습니다.
또한,
이혼이 커리어에 더 이상 족쇄가 되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초의 톱스타요,
신세대 스타에서 중년 연기로 자연스레 넘어간 최초의 중견 연기자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스타일을 유행시킬 수 있는 유일한 중견 연기자요,
무엇보다,
전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식들의 성을 누나의 것인 '최'씨로 바꾼 강한 엄마.
하지만, 그런 누나, 이제 없습니다.
1990년대 요정 최진실의 시대를 넘어,
2000년대의 배우 최진실의 시대를 열어젖힐 것 같았던 누나는,
세상이 버거웠나봅니다. 저도 정확한 진실은,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젠 더 이상 최진실이라는 이름의 배우는 볼 수 없다는 것.
남은 건, 확인할 수 있는 건, 누나의 박제된 모습.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느 날과 다름없었습니다. 차는 빡빡하게 막히고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했다죠.
감당키 힘든 어떤 죽음 앞에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라는 다짐을 했던 저는,
오늘 다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곱씹었습니다.
그것이 사람살이잖아요.
밥을 먹고, 똥을 싸며, 잠에 빠지는 한편,
주위 사람들과 웃고, 때론 혼자이거나 함께 우는 것.
내일이면 아마, 저는 야구장에서 목청껏 웃고 떠들며 울부짖을 겁니다.
신나게, 또 신나게, 언제 진실누나를 떠나보냈냐는 듯이.
그게 접니다. 그게 제 사람살이입니다.
진실누나는 그렇게, 차츰 제 마음의 방에서 옅어져 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서만큼은, 누나를 생각합니다.
짙은 어스름이 지배하고 있는 어느 가을밤.
서러운 마음,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칩니다.
누나를 처음 알현했던 그 어느 밤, 소년의 마음을 알싸~하게 스쳤던 별이, 바람이,
오늘 이 밤은 참으로 다릅니다. 별과 바람도, 세월을 따라 그렇게 달라졌나 봅니다.
오늘 이 바람은 내 심장을 할큅니다. 어쩌면, 그렇게 슬픈 밤입니다.
커피빛깔보다 더 진하디 진한 이 밤. 커피향보다 더 쓰디쓴 이 밤.
하지만, 더 울적한 건,
누나가 떠남으로 인해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어떤 슬픔.
누나가 구름의 저편으로 가기 전과 간 후가 달라지고 만 어떤 사람들의 일상.
그 일상은, 아마도 버티고 견디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괴담을 퍼뜨렸다는 혐의로 입건된 그 사람이 직면했을 비난과 야유,
무엇보다 자괴감이 들법한 이 상황, 그 사람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한편으로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따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누나는 그래도 이렇게 말할 것 같애요...
따라하지 마라, 응.
이젠 누나의 이름 앞에는 '故'가 붙겠네요.
진실 누나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아~ 부디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당신은...
저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주세요...
오늘이 그렇게 누나와의 마지막 추억인가 봅니다.
말하자면, 누나는 그 어린 시절 나의 (일방통행) 연인이었습니다.
기억 저편에 사라졌던,
누나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이런 날, 문득 생각난 노래는, 소라누나의 <바람이 분다>.
그래, 당신이나 나나, 우리 모두는 달과 같은 것인데...
우리가 진실 누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했던 것일까요,
아니,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얼마나 안다고 쉽게 입방아를 찧었던 걸까요.
사람이 사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안합니다.
또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스스로 세상과 절연하게 만든,
그 아이콘을 지켜내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단절시킨,
우리네의 문화적 척박함과 옹졸함.
반성합니다.
아울러,
망자에 대한 예의 따위 내팽개친 채,
애도를 가장해 각종 루머·추측으로 장사에만 열을 올리며,
망자를 부관참시하고 있는 '언론'이라는 이름의 찌라시들이 행한 작태들.
콕콕 따져보지요. 그들의 입방아처럼 괴소문이 진실누나를 절망에 이르게 했다면,
그 괴소문에 대한 사실확인이나 여과를 하지 않고 보도함으로써 되레 괴소문을 증폭시켜,
고인의 아픔과 상처를 더욱 깊이 후벼판 책임에서 그 언론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연쇄자살의 예방을 위해,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의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과,
생명인권운동본부가 내놓았던 '언론인의 자살예방 보도 권고사항'을,
그 언론들은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까요.
참 대한민국 언론수준, 알고 있지만,
너무합니다.
시험이 바로 다음날이었죠.
타율학습(!), 그까이꺼 땡땡이 치고 갔습니다.
안 갈 수 없었을 겁니다.
소년의 방 벽면의 곳곳에서 저를 향해 미소짓고 있는 (최)진실누나가 부산에 첫 행차했답니다!
어찌 그런 누나를 알현(!)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신원에벤에셀이 부산 남포동에 매장을 내면서, 전속모델이던 누나를 델꼬 온 겁니다. 사인회라는 명목.
문현동에서 남포동까지 날랐습니다.
역시나, 사람들 미어 터집니다.
더구나 대부분 여자입니다.
사춘기의 그 고딩 소년, 쪽팔림을 무릅쓰고 줄을 섰습니다. 줄이 줄어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헉~! 숨 막히는 순간. 진.실.누.나가 눈 앞에 있습니다. 그것도 소년을 향해 미소를 띄우면서.
심장이 벌렁벌렁, 콧구멍은 푸슉푸슉, 숨이 가쁩니다. 이런 순간이 오다니.
이름을 묻습니다. 아, 감개무량. 소년의 입에서 '준수'라는 이름이, 아주 조그맣게 나옵니다. 부끄러웠나 봅니다.
진실누나에게 친히 싸인을 받은 브로마이드를 고이고이 신주단지 모시듯, 품에 품고서 집에 돌아옵니다.
행여나 구겨질세라, 가상합니다.
그까이 꺼 시험, 망쳐도 좋아~
소년은 그저 행복합니다. 누나를, 여신을 직접 눈앞에서 알현해서, 누나가 소년을 향해 웃어줘서.
그날 밤, 별이, 바람이, 소년의 마음을 알싸~하게 스치웁니다. 아해들 말마따나, 미친놈 같습니다.
그땐 그랬습니다.
누나가 스타로 뜰 무렵, 일간스포츠에 연재되던 누나 스토리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고,
누나가 출연한 CF광고가 나올라치면, 브라운관을 빵꾸 나도록 쳐다봤으며,
<우리들의 천국>을 눈 빠지게 기다렸던 이유도, 최초엔 누나 때문이었습니다.
거의 꼬박꼬박 봤지요. 대학생활, 저런 건가 싶어서.
사실 나쁜 드라마지요. 현실의 쓴맛은 쏘옥 빼버리고 당분만 잔뜩 넣어 단맛을 낸.
그럼에도 그때는 왜 그리 흥미진진했는지...
어쨌든, 누나는 극 중 승미라는 이름으로, (홍)학표 형과 열애합니다.
그러나 백혈병에 걸려서 학표 형을 떠납니다.
아, 미치겠습니다. 더 이상 누나를 볼 수 없다니.
실제론 영화 출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 빠지게 된 거라, 그런 설정을 한거죠.
그런데,
그렇게 승미가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한 대사가, 지금 오버랩됩니다.
"내가 죽어도 이 세상은 그대로겠지..."
그리 잘 알았으면서도, 누나는...
술 사러갔다가, 추리닝 차림으로 멀거니 훔쳐봤습니다.
촌놈, 서울로 올라와 홍대 부근에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하숙집에선 만날 술판. 하숙집 막내였던 청년은 하숙집 형들의 명을 받들어 편의점으로 술사러 댕겼습니다.
어라, 늘상 가던 세븐일레븐 앞에서 드라마 촬영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봅니다.
오, 어디선가 많이 보던 빨간색 프라이드.
맞습니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거야~♪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 있는데~♩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웃고 있을거라 생각지마~♬"
당시 최고의, 그리고 대한민국 트렌디드라마의 최초 격인 드라마 <질투>의 촬영. 당시 청년의 완소이자 애청 드라마.
역시나 오오오~ 진.실.누.나.가 있습니다.
추리닝 차림으로 털래털래 나섰던 술 배달길. 목적은 내팽개치고, 멀거니 누나를, 촬영현장을 지켜봤습니다.
"누나~ 접니더. 부산 남포동에서 싸인 받았던 아입니더."하고 외쳤냐구요?
에이, 그럴리가요.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그 청년은 그저 바라만 봤습니다.
그렇게 바라만 봐도 좋았던 그때 그시절.
진실은 저 너머에...
알다시피, 셀리브리티들에 대한 호감의 업&다운은 으레 있기 마련 아닙니까.
누군가는 청년에게 무슨 좋아하는 게 그리 많으냐고 타박하지만,(아름답고 예쁜 건 특히나 좋아하죠.ㅎㅎ)
사실 따지자면, 무관심과 경멸 혹은 비호감의 리스트도 아련하게~ 깁니다.
좋아하는 애호의 리스트만 주로 입에 담아서 그런 거지요. 무관심, 경멸, 비호감까지 굳이 입 밖에 낼 이윤 없잖아요?
다시 돌아가서, 그토록 흠모하고 좋아하던 진실 누나였지만,
알다시피 사랑은 움직이잖아요?
애정은 점점 버석해졌습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며 CF로 얼굴을 알린 국민(여)동생 혹은 국민누나가,
억척살이 생활형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로 차츰 변해가는 동안,
그녀를 여신으로 떠받들던 소년도, 다른 여신으로 옮겨가는 변심(?)을 했지요.
물론 그것이 대체나 보완의 대상이 생겼다고 말할 순 없지만요.
험한 얘기, 루머도 많이 들었죠.
어쩌다보니, 이혼 뒤 (조)성민이와 스캔들이 있었던 룸살롱의 마담까지 만나 진실누나에 대한 뒷담화를 들어야 했으니까요.
모르죠. 그 사람 입장에서의 진실도 있겠지만,
진실 누나의 입장은 또 다를 테니, 청년은 그저 누나가 안타까울 뿐.
남들 뭐라고 입방아를 찧고 떠들어대도, 진실여부를 떠나 누나가 잘 되길 바랄 뿐.
<장밋빛 인생>도,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도 안 봤지만,
'재기'로 일컬어지거나 '연기자'로 돌아온 진실 누나가, 방가방가.^^
참고로, 청년은 (조)성민이보다 (변)진섭이 형과의 조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동년배인 성민이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마냥 부러웠답니다.
그런데, 오늘,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도, 1200원대를 뚫고 올라선 환율도 묻혀버린 그 소식.
진실누나가 구름의 저편에 갔습니다.
아침에 소식을 전한 아버지의 말씀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어요. 정말이냐고.
어머니는 소름이 끼쳤다고 하시더군요.
마음이 덜거덕덜거덕 거렸습니다.
점점 희미해지고 있던 누나의 존재가, 제 마음의 방 한칸에 서식하면서,
아직 제 DNA에 흔적처럼 박혀있었음을 확인했어요.
오늘 제가 만나거나 스친 남녀노소 모두 종일 그 얘기만 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언니를 갑자기 떠나보낸 것 같아 울었다고 그랬고,
누군가는 자신의 아내가 아이들이 밟혀서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습니다.
스캔들에 치이던 누나의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었나 봅니다.
마음은 그닥 좋지 않았고 스산했습니다.
낮동안, 하늘은 더럽게 맑고, 바람은 치사하게 시원했습니다.
우습지만, 씨바, 이래도 되냐, 는 생각도 들었구요.
진실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셀리브리티라는 표현보다는, 아이콘.
그저 개인에 국한되지 않았죠. 90년대, 그 시대의 대표성을 가진 아이콘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스타들과 차별화된.
한 기사에 따르면,
특채로 드라마에 출연한 첫 세대였고,
영화나 드라마 아닌 CF로 스타덤에 오른 첫 번째 CF스타였고,
트렌드 드라마의 주연을 꿰찬 최초의 신세대 톱스타였습니다.
또한,
이혼이 커리어에 더 이상 족쇄가 되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초의 톱스타요,
신세대 스타에서 중년 연기로 자연스레 넘어간 최초의 중견 연기자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스타일을 유행시킬 수 있는 유일한 중견 연기자요,
무엇보다,
전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식들의 성을 누나의 것인 '최'씨로 바꾼 강한 엄마.
하지만, 그런 누나, 이제 없습니다.
1990년대 요정 최진실의 시대를 넘어,
2000년대의 배우 최진실의 시대를 열어젖힐 것 같았던 누나는,
세상이 버거웠나봅니다. 저도 정확한 진실은,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젠 더 이상 최진실이라는 이름의 배우는 볼 수 없다는 것.
남은 건, 확인할 수 있는 건, 누나의 박제된 모습.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느 날과 다름없었습니다. 차는 빡빡하게 막히고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했다죠.
감당키 힘든 어떤 죽음 앞에서도,
'그래도 살아야겠다. 떠난 사람을 위해서라도'라는 다짐을 했던 저는,
오늘 다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곱씹었습니다.
그것이 사람살이잖아요.
밥을 먹고, 똥을 싸며, 잠에 빠지는 한편,
주위 사람들과 웃고, 때론 혼자이거나 함께 우는 것.
내일이면 아마, 저는 야구장에서 목청껏 웃고 떠들며 울부짖을 겁니다.
신나게, 또 신나게, 언제 진실누나를 떠나보냈냐는 듯이.
그게 접니다. 그게 제 사람살이입니다.
진실누나는 그렇게, 차츰 제 마음의 방에서 옅어져 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은, 지금 이 순간에서만큼은, 누나를 생각합니다.
짙은 어스름이 지배하고 있는 어느 가을밤.
서러운 마음,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칩니다.
누나를 처음 알현했던 그 어느 밤, 소년의 마음을 알싸~하게 스쳤던 별이, 바람이,
오늘 이 밤은 참으로 다릅니다. 별과 바람도, 세월을 따라 그렇게 달라졌나 봅니다.
오늘 이 바람은 내 심장을 할큅니다. 어쩌면, 그렇게 슬픈 밤입니다.
커피빛깔보다 더 진하디 진한 이 밤. 커피향보다 더 쓰디쓴 이 밤.
하지만, 더 울적한 건,
누나가 떠남으로 인해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어떤 슬픔.
누나가 구름의 저편으로 가기 전과 간 후가 달라지고 만 어떤 사람들의 일상.
그 일상은, 아마도 버티고 견디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괴담을 퍼뜨렸다는 혐의로 입건된 그 사람이 직면했을 비난과 야유,
무엇보다 자괴감이 들법한 이 상황, 그 사람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를...
한편으로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따라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누나는 그래도 이렇게 말할 것 같애요...
따라하지 마라, 응.
이젠 누나의 이름 앞에는 '故'가 붙겠네요.
진실 누나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아~ 부디 오래오래 살아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당신은...
저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주세요...
오늘이 그렇게 누나와의 마지막 추억인가 봅니다.
말하자면, 누나는 그 어린 시절 나의 (일방통행) 연인이었습니다.
기억 저편에 사라졌던,
누나의 모습들이 하나 둘 떠오릅니다.
이런 날, 문득 생각난 노래는, 소라누나의 <바람이 분다>.
우연히 만난 이 문구.
어쩌면 진실 누나가 우리에게 해 줬을 법한 이 말.
가정주부이자, 자연주의자이자, 동화작가인, 무엇보다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하는,
'타샤 튜더'가 했던 이 말.
어쩌면 진실 누나가 우리에게 해 줬을 법한 이 말.
가정주부이자, 자연주의자이자, 동화작가인, 무엇보다 행복한 사람이라 자부하는,
'타샤 튜더'가 했던 이 말.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중에서 -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중에서 -
그래, 당신이나 나나, 우리 모두는 달과 같은 것인데...
우리가 진실 누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했던 것일까요,
아니,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얼마나 안다고 쉽게 입방아를 찧었던 걸까요.
사람이 사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안합니다.
또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스스로 세상과 절연하게 만든,
그 아이콘을 지켜내지 못하고 외톨이처럼 단절시킨,
우리네의 문화적 척박함과 옹졸함.
반성합니다.
아울러,
망자에 대한 예의 따위 내팽개친 채,
애도를 가장해 각종 루머·추측으로 장사에만 열을 올리며,
망자를 부관참시하고 있는 '언론'이라는 이름의 찌라시들이 행한 작태들.
콕콕 따져보지요. 그들의 입방아처럼 괴소문이 진실누나를 절망에 이르게 했다면,
그 괴소문에 대한 사실확인이나 여과를 하지 않고 보도함으로써 되레 괴소문을 증폭시켜,
고인의 아픔과 상처를 더욱 깊이 후벼판 책임에서 그 언론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베르테르 효과에 의한 연쇄자살의 예방을 위해,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의 '언론의 자살보도 권고기준'과,
생명인권운동본부가 내놓았던 '언론인의 자살예방 보도 권고사항'을,
그 언론들은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을까요.
참 대한민국 언론수준, 알고 있지만,
너무합니다.
어쨌든,
이런 끝장면, 바랐지만,
결국 홀연히 떠나버린 누나에게 전하는, 내 짧은 마지막 인사는,
안녕, 진실 누나...
이런 끝장면, 바랐지만,
결국 홀연히 떠나버린 누나에게 전하는, 내 짧은 마지막 인사는,
안녕, 진실 누나...
'메종드 쭌 > 기억의 저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스 레저, 그리고 우리들의 '다크 나이트' (0) | 2009.01.23 |
---|---|
환생한 존 레논, ‘오노 요코(Ono Yoko, 1933.2.18~)’와 다시 사랑하다 (2) | 2009.01.19 |
제임스 딘도, 폴 뉴먼도... (0) | 2008.09.30 |
파블로 네루다를 생각한다... (0) | 2008.09.23 |
느닷없는 생의 균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균열대세) (0) | 2008.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