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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무비일락

지금-여기의 공포, <미드나잇 미트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by 낭만_커피 2008. 9. 28.
지금-여기의 공포, <미드나잇 미트트레인 (Midnight Meat Train)>


여름의 끝물이라고? 천만에. 여름이면 만끽해야 할 공포를 제대로 맞보지 못했다면, 여름은 끝이 아니다. 아니 더 사실을 말하자면, 광우병 공포로 열어젖힌 지금-여기의 여름이 아니던가. 그 공포는 현재진행형이기에, 비약하자면 우리는 여전히 호러썸머시즌의 자장 안에 있다. 벌건 대낮에 공영방송 사장 목을 날리는 ‘임명권자’의 ‘무어처구니 슬래셔’까지 감안한다면, 올 여름의 공포는 여느 해보다 극강이다. 그 임명권자는 올 여름, 상복이 참 많다. 최고의 피바다 미학 연출상, 최고의 사이코패스 호러지휘상, 덧붙여 최고의 (국민)고문호러 감독상까지. 자국의 국기까지 거꾸로 들고 흔드는 코미디까지 감안한다면, 호러코미디에도 일가견 있음이 분명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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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경과 맞아떨어지는 이 호러의 풍경은 또 어떤가. “광기와 암흑, 그리고 모든 금지된 것으로의 가차 없는 하강.” 헉, 지금-여기의 풍경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이 오싹함. 호러 작가이자 호러영화의 고전 <헬레이저>의 감독 클라이브 바커는 자신의 단편소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Midnight Meat Train)》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고 이 단편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가 선보인다. 이런 절묘한 타이밍하곤. 그것도 뉴욕을 배경으로, 일본인 감독이 연출했다. 허허. 지금-여기의 공포 상황을 어떻게 그들이 예견하고. 놀랍고도 섬뜩한 예지력?

그렇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새로운 호러 심볼의 호러 만신전 등극을 예고한다. 그 주인공은 ‘마호가니’(비니 존스). 뉴욕의 야간 지하철에 서식하는 연쇄살인마다. 그는 인정사정 보지 않는다. 탑승객을 상대로 가르고 베고 짓이기고 벗겨낸다. 또 발목에 갈고리를 꿰었을 때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손톱을 뺐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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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다. 유혈낭자와 도살도령의 풍경이. 마호가니의 쇠망치는 오대수(<올드보이>)보다 확실히 더 직접적이다. 그래서 덜 위험하긴 하다. 쇠망치에 족족 쓰러지는 더미(인형)의 훼손된 육체는 살풍경을 즐기는 호러 팬에겐 축제가 될 수도 있겠다. 두근두근 쿵쿵이다. 한편으로 혹자에겐 현실세계의 풍자되겠다. 마호가니를 보자면, 딱 누군가가 떠오르겠다.

이 마호가니를 쫓는 또 하나의 축인 사진작가 레온(브래들리 쿠퍼)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 되겠다. 기이한 도착증에 사로잡힌 그의 렌즈를 보자면, 지금-여기의 어떤 미디어가 연상된다. 그래서 기시감 투성이의 영화라고 투정할 수도 있겠다. 단,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결말의 반전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이 영화 보고, 새벽 2시6분에는 지하철 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왜? 돌이킬 수 없는 길이 될지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여기에는 2시 넘어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 마호가니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그러나 대낮에도 여기저기서 보이는 그놈이 문제지. 쯧. 마호가니 같은 그놈. 현실과의 싱크로율 109%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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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무엇보다, 70~80세대에게 반가운 소식. <블루 라군>의 브룩 쉴즈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도달한다. 레온을 지하철로 몰아넣는 갤러리 관계자 수잔 역. 오랜 만에 인사해도 좋다. ‘롱타임 노씨.’

( ※ <더 몰링> 9월 창간호에 기고했으나, 창간호 발간이 무산되면서 사장된 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