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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기억의 저편

안녕, 시드니 폴락 감독님... 안녕, 아웃 오브 아프리카.....

by 낭만_커피 2008. 5. 29.
소식은 이틀 전 들었지만, 늦었지만,
그저 '안녕'을 고할 시간이 없었다는 어줍잖은 핑계.

그래서 이제서야,
안녕, 시드니 폴락 감독님...
굿바이, 시드니 폴락 (Good-bye, Sydney pollack)...

현지 시각으로 26일 월요일 떠나셨으니, 3일장이라면 오늘 발인하고, 장지로 모셔진 건가요.
물론 그곳 사정이야 나로선 알 수가 없지만서리. 향년 73세. 암 투병 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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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이클 클레이튼>에서도 쟁쟁한 모습이었는데,(조지 클루니의 로펌대표였죠. 악을 변호하는.)
이렇게 마지막 소식을 알리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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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셨단 소식을 접하는 순간,
내 눈 앞에 펼쳐진 건, 황혼을 뒤로 하고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 있는 女와男.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
그래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생애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마주한 아프리카의 풍광이었죠.
1986년. 간혹 가족들에게 영화를 쏘시던 아바이 동무는,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작품을 보여준다고 우리를 극장에 데리고 가셨죠.

사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질 않아요.
남자의 죽음과 함께 눈물 철철 흘러내린 애잔했던 로맨스,
처음 만난 아프리카의 풍광의 황홀함,
더불어, 지금 커피를 배우고 있는 와중에 떠올리는 메릴 스트립의 커피 농장.

무엇보다, 특히, 아무래도, 고 앤서니 밍겔라 감독님. 3월에 먼저 떠난 앤서니 감독님과의 인연 때문에.
시드니 감독님은, 그와 함께 미라지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사를 운영하면서,
<리플리><콜드 마운틴><캐치 어 파이어><무단침입> 등 앤서니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했네요.
친구를 먼저 보낸 슬픔에 암과 싸우던 힘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때문일까요.
못다한, 하고픈 작품들이 있었을텐데, 살아남은 자에게 고스란히 그걸 떠넘기고 가시다니...

그래도 아직 미개봉작인 <메이드 오브 오너>에서 주인공인 패트릭 뎀지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
마지막으로 그를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는 남았다고나 할까요.
<마이클 클레이튼>이 마지막이 아니었던 셈이네요.

어쩌면, 감독으로서 그는 이미 끝난 커리어였는지도 몰라요.
그의 감독연출작 중에 제가 본 건, <아웃 오브 아프리카>외에, <추억> <투씨> <야망의 함정> 정도.
톰 크루즈가 나온 <야망의 함정>이 1993년이고,
그 이후 감독 필모그래피는 4편 밖에 추가를 안 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평가가 좋았던 것도 아니니.
제작과 제작총지휘, 배우로서 좀더 활발한 활동을 했다는 편이 맞겠네요.
워낙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후광이 커서 어쩌면 그도 이후 작품에 부담이 됐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앤서니 밍겔라 감독님에 이어, 시드니 폴락 감독님까지.
두 사람, 영화사 운영과 제작자와 감독으로서의 콤비 플레이도 있지만,
<아웃 오브 아프리카> <잉글리쉬 페이션트>.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틋애잔 로맨스의 풍경이 묘하게 겹치는 두 영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오열하는 어떤 풍경을 공유한 두 영화.
나는 그것이 어쩐지 짠해요. 어떤 로맨스가 연기처럼 사그러든 것 같아서.
두 영화의 산파들이 연달아 구름의 저편으로 갔다는 사실이, 좀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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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시드니 감독님의 명복을 빌어요.
 이런 소식 접할 때마다, 늘 어떤 추억 한자락을 밟게 되는 동시에,
한동안 잊고 있던 영화를 꺼내보게 되는 계기가 되네요.

그래서 이런 즈음, 나에게 필요한 건 뭐?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다시 꺼내 보는 것.
<추억(The way we were)>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
그저, 그렇게 그를 기억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안녕, 시드니 폴락 감독님, 이젠 정말 '아웃 오브 월드'.
안녕, 아웃 오브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