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호우시절
여름비. 길지 않았지만, 여름비가 왔어. 좋더라.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豪雨時節). 빗소리, 어쩌면 빗소리를 질료 삼아 빚어낸 것 같은 니 하이톤의 목소리, 그 목소리. 니 생각이 잠깐 났어. 그래, 우린 여름에 만났는데, 여름비를 함께 맞이한 적이 없더라. 오래된, 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함께 늙어가는 아해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을 거야. 역시 니 이름이 호명되고, 이 늙어가는 아해들은 볼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로 웃음을 터트린다. 그만큼 우린, 즐거웠고 행복했던 거지. 호우시절이었을 거야. 날짜를 봤어. 아, 그렇구나. 6월 들어 생각이 들긴 했는데, 이젠 코앞이네. 사랑이다, 아니다. 아해들은 그때 그 시절, 각자의 추억을 놓고 그렇게 주판알을 튕구더라. 하하호호. 즐거웠어. ..
2012.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