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겨울의 시작, 벚꽃 지다
#1. 그 남자, 달리다 따져 보면 그 남자, 사랑 앞에 한 번도 ‘쿨 한 남자’였던 적이 없습니다. 그 어느 해 겨울, 요즘처럼 길을 인도하는 여성의 목소리, 즉 내비게이션은 자취도 없던 시절. 운전면허증을 딴 뒤, 차를 몰았던 경험이라곤 열 손가락도 되지 않고, 보조 운전사도 없었으며, 처음 가는 길인데다, 결정적으로 내 나라도 아닌 다른 나라. 내 나라로 돌아가기까지 남은 시간은 달랑 사흘 여. 대륙 횡단까지는 아녔지만, 가는 데만 스무 여 시간을 달려야 하는 곳. 따라서 돌아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가지 않는 게 상책이었던 그때. 그런데도, 그 남자, 질렀습니다. 아니 질러야 했습니다. 가지 않으면 도저히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봐야 했습니다. 보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앞뒤 재지 않고 행동이 앞설..
2010.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