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누군가는 사랑에 빠지고, 다른 누군가는 이별을 겪는다. 그 남자는 죽음을 선고 받고, 그 여자는 세상에 이름을 새긴다. 혹자는 느닷없이 한 방 맞고, 누구는 온 힘을 실어 선빵을 날린다. 누구에게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이지만, 모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은 아니다. 2011년의 4월8일, 그 사람은 버스 안에서 한 여자의 흘러내린 옆 머리칼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이제부터 여자의 옆 머리칼을 유심히 지켜보겠구나. 구렛나루 아닌 그 머리칼은 절묘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그 사람, 어제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세상의 모든 짐이 그나마 잠시 가벼워지는 밤임에도, 그 사람은, ..
2011.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