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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나는 모텔이다, IMT=I'm MoTel

by 낭만_커피 2014. 5. 20.

역사가 생긴 후로 한국에 모텔이 이렇게 많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요즘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의 많은 수가 모텔 등과 같은 숙박업소다. 

주로 움직이는 동선에서도 숙박업소 몇 개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니.


내 어릴 적에는 모텔이라는 것이 없었다. 호텔, 여관, 여인숙이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많던 여관, 여인숙은 어디로 갔을까. 모텔이 그 자리를 메우고 훨씬 더 많은 수의 모텔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야말로 모텔천국. 


MOTEL. 줄여서 'MT'라고도 부르는 그것. 

모텔의 본디 뜻을 따라가면 자동차 여행자가 숙박하는 장소다. MOtor+hoTEL. 

모텔들이 주차공간을 널찍하게 마련한 것이 그런 뜻에서 비롯됐다...고 말하면 뻥이고,

그저 차를 갖고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함일 뿐이다. 


뭐, 모텔의 사회학을 쓰자는 그런 어설픈 의도는 아니다.

친구들과 술에 쩔어 술 한 잔 더 하자며 들어갔던 대학신입생절부터 이런저런 MT를 다녀봤다. (성인이 MT 가는 건 나쁜 일이 아닌 건 알지?ㅋㅋ MT 가서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MT 이야기를 쓰는 것 역시 처음인데, 

태어나 처음으로 MT 리뷰어로 꼽혀서 '강동지역 최고의 호텔'이라는 수식어를 내건 IMT를 찾았다. 순전히 리뷰를 쓰기 위해서. 강동(구)에 별로 다녀본 적이 없는 나로선 새로운 세계였던 셈인데, 길동역 부근은 아예 처음이다. 늘 가던 동네와 다른 풍경의 그곳은 그 덕분에 새롭고,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 느낌도 줬다. 어느 중소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그게 우선 신선하고 좋았다. 


더 좋은 것이 있었다. 무료니까, 그냥 일반실을 주겠거니 했다. 웬걸, VVIP나 VIP실을 제공해 준다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그건 예약 만땅이고, 특실을 주겠단다. 그게 어딘가 싶어서, 별 기대없이 발을 내디뎠다. 허거걱~ 



아니, 왜 이렇게 좋아? @,@

입이 떡 벌어졌다. 우선 방도 널찍하니 좋고, 침대도 우와 넓다! 침대 맡 너머에는 휴식공간과 욕조가 있는데, 와우~ 내가 너무 좁디 좁은 모텔만 다닌 것인가!ㅋ


 

물론 이렇게 큰방이나 VIP룸을 안 가본 것은 아닌데, 

그곳보다 방의 구조나 배치가 더 좋았다. 마음을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생목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조목이어도 있으니 괜찮~다~. 


TV도 적당한 위치다. 침대에서도 휴식공간이나 욕조에서도 볼 수 있게끔 만들어놨다.

방은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출출한 배를 움켜쥐고 MT를 나오니 인근이 바로 먹거리골목이다. 강동의 먹거리집은 또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일일이 맛 본 것은 아니니 맛을 얘기할 바는 아니고, 다른 먹거리골목과 살짝 다른 공간적 특징이 있었다. 퓨전 선술집이 종종 눈에 띠었는데, 식욕을 부르는 풍경이다.   


내 다니는 동선이 지겹고, 어딘가 낯선 풍경을 만나고 싶을 때 강동을 한 번씩 찾을 생각이다.  그리고 뭣보다 IMT, 마음에 들었다. IMT는 아마도 I'm MoTel의 뜻이 아닐까 혼자 유추해봤는데, 작명 센스 나쁘지 않다. 나는 모텔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씩씩한 자신감. 


사진이 흐릿하고 나쁜 건 어쩔 수 없다. 사진기를 따로 들고가지 못하다보니, 스마트폰도 아닌 내 피처폰이 담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이었다. 실제로 IMT의 방은 훨씬 더 좋고 넉넉하다. 내가 모텔이라고 내세우는 자신감을 믿어도 된다! 


모텔을 좋은 곳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 새삼 깨달았다. 

문득 모텔의 사회학을 쓴 글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텔의 변천사와 진화를 적은 글이 있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모텔에는 과연 한국인의 어떤 각종 욕망이 묻어 있을까. 상당히 흥미로운 텍스트일 것 같다. 모텔의 사회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텔에 근무하거나 운영하는 분들이 그런 글을 쓰고 계시지 않을까. 그것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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