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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wn Coffeestory/커피 좋아하는 남자

남자3호, 여자를 품평(?)하다

by 낭만_커피 2012. 1. 16.

로자
붉은 로자. 불꽃의 여인.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두뇌.
레닌, 한마디 덧붙인다. "그녀는 혁명의 독수리였으며, 독수리로 남을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 순정한 혁명주의자의 이름.  
급진적이었고, 극좌라는 표현도 잘못된 건 아닐 것이다.
폴란드 출신 독일의 사회주의자인 그녀는 타협을 모르는 불굴의 혁명가였다.

엊그제 장원봉 교수의 협동조합 강연, 로자 누나의 이름이 언급됐다. 반가웠다.
뜨거운 수정주의 논쟁을 펼친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과 협동조합과 관련해 펼친 논쟁의 일부.

로자는 협동조합을 수정주의로 인식했다. 그녀는 주장했다.
"협동조합에게서 무슨 사회성을 발견할 수 있지? 결국 그것들은 개인주의적인 것뿐이야. 결국 개인주의 기업으로 퇴행할 거야."

베른슈타인은 반박했다.
"생산자협동조합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소비자 협동조합의 구매를 위해 생산한다고!"

다시 로자는 공격했다.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세상을 봐. 거대한 제조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협동조합으로 가능할까?"

베른슈타인, 뜸을 다소 들이며,
"하지만 우리는 산업자본은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상업자본은 소비자협동조합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


100년 전이었다. 결과적으론 로자의 주장이 옳았다. 
급격한 시장화와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이전에 발흥했던 사회적경제는 퇴조했다.
복지국가의 도래도 협동조합이 약해지는데 한몫했다. 국가가 협동조합의 몫을 대신했으니까.

로자는 어쨌든 대처 이전 '철의 여인'이었다. 물론 대처와 판이하게 다른 철학과 사상으로 실천한.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 로자의 신념과 이상은 그에 기반했다. 실패도 그녀에겐 자극일 뿐.  

로자가 마지막에 남긴 글은 이랬다.
"그러나 혁명이 가진 특수한 생명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거듭되는 패배를 통해서만이 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말, 바꿔말하면, "씨바, 쫄지 마!"
즉, 패배는 혁명의 '스펙'이다. 스펙을 그만큼 쌓아야, 승리도, 혁명도 가능하다는 법칙.

결론은 이렇다.
나로선, 로자 룩셈부르크와 커피의 친연성은 알 수가 없다.
다만 순정한 혁명주의자였기에 그녈 떠올린다면 1월15일의 커피는 '리스트레또'.
커피 향과 맛을 좌우하는 성분 중심으로 뽑는 리스트레또가 맞다.
잡맛을 가능한 제거한 순정한 에스프레소의 엑기스.  

로자는 93년 전인 1919년 이날, 살해당했다. 비극, 그 자체였다.
한때의 동지가 집권한 가운데, 군인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맞고 확인사살당했고 강에 버려졌다.

그 죽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붉은 로자도 사라졌네/ 그녀의 몸이 쉬는 곳마저 알 수 없으니/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말했고/ 그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이 그녀를 처형했다네."  


한명숙
1월15일. 1919년 로자는 죽었고 2012년 한명숙은 민주통합당 당대표가 됐다.
한 여성이 죽고, 한 여성이 일어났다. 1월15일의 커피가 '리스트레또'가 돼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아 물론, 로자와 한명숙은 너무도 다른 인물이다.
'무죄녀' 한명숙 대표, 청렴한 행정가일 수 있겠다. 반MB정서를 업고 야당 대표로까지 올라섰다. 잘된 일이다. 그것도 여성이. 격하게 찬성!

그러나, 냉정하게. 한 대표가 정권을 바꾸게 하는데 일조할지는 모르겠다. 
한명숙(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인민의 삶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혁명은 없다.   
지금 엄혹한 1대99 시스템을 바꿀 정치인, 아니다. 나는 그들의 개혁(가능성)조차 회의한다.
근본적 모순에 대한 언급도 없고, 반성도 미미하다. 그 모순을 해결할만한 콘텐츠도 미약하고.

더 냉정하게 투표로 이들 세력에게 권력을 준들,
그들이 김대중·노무현 시대의 반성과 성찰, 깨달음을 통한 실천을 못한다면,
우리는 투표 기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투표만 하면 뭐든 바뀐다고? 조까라 마이싱. 내가 보기엔 그들은 로자가 아니다.
결국 인민이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한다. 투표보다 직접 액션을 통해 점령해야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월호,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의 말을 담아둬야 할 이유. 
"만약 올 한 해 동안, 권력을 휘두르는 금융자본을 제어할 적절한 수단과 정치적 의지가 표출되지 않는다면 모든 선거는 쓸데없는 짓이 될 것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바는 아니지만,
독일 베를린의 지하철 한 역 이름이 '로자 룩셈부르크'라더라.
그 언젠가 1월15일엔 로자 룩셈부르크 역에서 리스트레또 한 잔을.

아 물론, 강철 여인, 혁명의 독수리에게도 사랑은 있었다.
리투아니아 출신 사회주의자 레오 요기헤스. 로자의 오랜 스승, 동료, 연인이자 사실상 남편.
고종석에 의하면, "독립 여성의 상징이라 해도 좋을 로자가 레오 앞에서만은 순한 양이 되었다." 로자가 레오에게 보낸 연애편지, 참으로 달큼하다. 로자라는 한 여자안에서 나온 것인지, 우와~

혁명은 사랑과 함께다. 커피도 사랑과 함께라면, 이날의 리스트레또는 달금하다.  


룩셈부르크
로자 '룩셈부르크' 얘기기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룩셈부르크의 속담 중 하나. (으응?)
"룩셈부르크인은 혼자 있을 때 장미밭을 가꾸고, 둘이 모이면 커피를 마시고, 셋이 모이면 악단을 만든다." 그렇게 커피를 들입다 마시니, 이런 통계도 나온다.

2010년 기준 27.2kg.
룩셈부르크 한 사람당 1년에 소비하는 커피의 양이다. 세계 최대란다. 한국? 
같은 해 기준 1.9kg이다. 전 세계 34위. 그래봐야 룩셈부르크의 1/14이다. 


루니 마라(루느님!) 
여자 얘기 또 안 할 수 없는데, 나, 한 여자한테 단단히 뿅 갔다.
이토록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라니! 일은 물론이요, 자기 앞가림도 끝내주게 잘한다.  
용 문신한 여자가 이리 치명적일 줄이야. 격하게 애정할 수밖에 없는 여자, 루니 마라!!!
데이비드 핀처판 <밀레니엄>히로인이다. 남자주인공 미카엘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저리 가~

얼굴과 몸 곳곳엔 피어싱, 등에는 용 문신, 가죽점퍼로 간지를 뽐내고 줄담배를 피우며 오토바이를 모는 폭주족, 리스베트 역의 루느님.

그녀가 극중 법적보호자인 변호사 닐스(요릭밴 와게닌젠)의 변태성행위에 복수하면서부터, 나는 훅~ 갔다.

미카엘을 죽음 직전에서 구하고,
그에게 May I Kill? 하고 묻는데, 씨바, 얼릉 죽여 줘, 죽여 줘, 뒤따라다니면서 외치고 싶었다.

한 마디로 '마성'!
예쁘진 않은데, 이뻐~
그 미친 존재감에 내 눈은 번쩍, 귀는 쫑긋, 말초신경은 아~
아드레날린 강하게 돋는다. 보장한다. 이 여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리스베트가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미카엘을 사랑할 때, 나는 한없이 미카엘이 부러웠더랬다.
그녀의 온몸을 더듬고 애정하는 미카엘이 되고 싶었다.
물론 마지막 장면, 그녀는 끝까지 쓸쓸하고 멋지다. 
뻔하디뻔한 금발 편집장과 시간 보내려 리스베트의 사랑을 소외시킨 미카엘, 바보에 멍충이다.
여자 볼 줄 모르는 병신. 내게 이런 여자만 있어봐라. 평생 뫼시고 산다!

이런 파격은 드물다.
루니 마라, 단숨에 줄리아 로버츠, 스칼렛 요한슨과 동급으로 내 여신전에 올랐다. 루느님~

강한 여자에 대책없이 끌리는 나는 역시 '강한 여자종속형 수컷'일세.ㅋ



남자3호
남자 3호, 재밌고 신나는 경험.
내가 찍은 여자는 매력투성이에 마성이 보이건만, 아무도 안 찍는다.
선물만 줬다. 나도 염치를 아는 사람이니까!ㅋ   
그녀, 독립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신의 서사를 가진 사람 같았다.
살면서 어떤 변수가 그녀에게 개입할진 몰라도, 내 느낌이 맞다면,
그녀는 더 멋있는 마성의 여자이면서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다.

헤이데이의 캘리그래피. 멋있다!


아울러,
10만 년 전에 내가 여자였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얼마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자였을까? 궁금해졌다.

그나저나, 내 이름은 왜 이리 제 각각이야. 쯧.  
인디언식 이름. 웅크린 태양의 그늘(그림자) (음력. 웅크린 늑대의 고향)
조선식 이름. 소싯적 마당쓸던 기생오라비. (팡 터졌다.)
일본식 이름. 아이노 켓쇼오. 사랑의 결정.
중세식 이름. 알버트 콘라드. 대단히 뛰어난 수다스런 조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