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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드 쭌/사랑, 글쎄 뭐랄까‥

'사랑한다는 흔한 말'도 못했던 자의 기억,

by 낭만_커피 2011. 5. 28.
어쭙잖게도,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내 비록 '사랑 지상주의자'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사랑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는 믿음을 품고 있지만, 사랑을 글로 푸는 행위는 늘 그랬듯, 그닥 만족스럽지가 않다. 아마도 필력이 부족한데다, 내가 품은 사랑이 협소한 탓이겠지만...

소설가 김연수가 그랬던가. "늘 언어는 사랑보다 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무지한 채로 사랑하고, 이별한 뒤에야 똑똑해진다. 이 지체가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아무렴. 사랑을 얘기하는 것은 사랑이 끝난 뒤일 경우가 꽤 많다. 그리고 그때서야 언어로 구현된다. 사랑은 무지할 때만 가능한 것일까. 

김연우의 노래를 좋아했고 좋아한다. 초야에 묻힌 고수 같았던 그였는데, <나는 가수다>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가수 김연우를 좋아하게 됐다. 글쎄. 소수끼리 품고 있던 플레저 하나가 만천하에 공개됐다함은, 그 진가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기쁨도 있지만, 몰래한 사랑을 들통난 기분도 든다. 

'사랑'을 쓰면서, 김연우의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줄창 듣고 있다. 임재범의 [사랑]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내겐 김연우의 것이 훨 낫다. [사랑한다는 흔한 말], 김연우 음악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OST로 수록됐었다. 그의 3집 앨범. 내 주변에선 이 앨범에서 루시드 폴의 원곡이었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말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참 좋은데, 나는 그래도 [사랑한다는 흔한 말]이 늘 내 마음을 흔든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이 음악을 접하고, 그때 그 사랑을 놓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나보다. 영화 시사회를 같이 보러 가기로 했지만, 갑작스런 취소 통보. 여자에게만 직감이 있는 건 아니다. 간혹 남자의 직감도 느닷 없이 발동할 때가 있다. 내 기억으론 그렇다. 영화를 보고 눈물을 찔찔 흘리고선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 

노래를 흥얼거렸다. 밤하늘이 참 맑았는데, 별도 없이 참 맑았는데, 나는 이별을 직감했다. 그래, 이제 우린 더 이상 만날 수 없구나. 심장이 멎을 듯 아팠는데, 너 없이 살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노래가 자꾸만 흘러나왔다. "두려워, 니가 떠날까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 마음을 달래려 줄창 영화가 좋았다며, 송윤아 정말 예쁘더라며, 설레발을 쳤지만, 아마 그 두려운 마음을 감추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닐까. 
  
사랑을 놓치다. 덤덤한 그 말 뒤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사연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그래, 사랑은 깨지는 것이 아니라, 놓치는 거다. 그리고 사랑 뒤 언어. 언젠가, 그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 대해서도 풀어놓을 기회가 있겠지.

김연우 콘서트 언제 하나. 올해의 목표 중 하나. 김연우 콘서트. 나에게 김연우 콘서트라는 선물을 해주고 싶다. ^^ 근데 아마도, 콘서트 현장에서 이 노랠 듣는다면, 나는 울어버릴 것 같아... 이 노래가 나왔는데, 훌쩍 울고 있는 남자가 있다면, 나인줄 알아라. 굳이 손수건을 꺼낼 필요는 없다. 그 남자, 울게 내버려둬라. 울고 싶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