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한뼘] 영원한 여름 궁전

by 낭만_커피 2007. 10. 16.
여름은 치명적인 계절이다.
훌러덩 벗어던지고선 느슨해질 것 같은 계절이라고? 천만에 여름은 허허실실이다.
여름은 어쩔 수 없는 흉기를 품고 있다. 그것은 혁명이 됐건, 사랑이 됐건, 결정적인 것을 변화시키는 열기다.
어쩌면 생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릴지도 모를 치명적인 독약.
누군가에서 그 여름은 팜므 파탈이고, 옴므 파탈이 될 수 있다.

어제 <여름 궁전>을 보고,
마침내 올해 나의 여름이 끝맺음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의 올 여름은 <영원한 여름>에서 시작해 <여름 궁전>으로 끝났는지도.
로우 예는 예의 그 명민함을 회복한 듯 보였고,
이 지독하고 치명적인 <여름 궁전>은 보는 내내, 한숨과 매혹을 동반했다.
위홍과 저우웨이의 격정적인 섹스도,
왜 그리 슬퍼보이던지. 왜 그리 갑갑하던지.
누구 말마따나, 시대의 낙오자들간의 위로이거나 자위행위.
그리고선 나는, 먹먹했다. 스크린과 어떤 체위를 취해야할지 서성거렸다.
때론 슬픔과 한숨이 넘쳐 매혹으로 가슴을 파고들 때, 나는 스크린과 슬픈 섹스를 나누고도 싶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곤, 문득 떠올랐다.
나를 빠지게 만들었던 그 계절은 분명 가을이었지만,
사실 모든 시작은 그 여름에서 비롯됐음을.
그해 여름.
그래, 여름이 그렇게 가을을 불러온 것이다.

모름지기, 여름을 조심해라.
나는 문득 지나간 여름이, 슬프다.
리티도 위홍도 저우웨이도 모두 그해 여름을 관통했다. 혁명도 그들을 관통했다...  

'온통 어리석음의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지막하게 '안녕...'  (0) 2007.12.31
[한뼘] 2007년 송년 단상  (0) 2007.12.17
[한뼘] 밥풀  (0) 2007.10.16
하얀거탑, 마음을 파고들다  (0) 2007.02.12
흔들리면서, 사랑하면서, 아파하면서...  (0) 2007.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