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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for U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by 낭만_커피 2010. 7. 21.
간혹, 독자와 저자가 만나는 자리에 꼽사리를 끼곤 하는 나는,
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표정이 확확
다르단다.
좋고 싫음(옳고 그름이 아니다!), 즉 호불호.
그래서일까, 후기의 밀도 역시 갭이 크다.

그건, 당연한 거다.
좋은 걸 어떡해, 싫은 걸 우짜노.
그게 바로 나다. 그렇게 생겨 먹은 거니까.
그렇다고 굳이 나한테 잘 보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 이 자리.
최종규 작가(전은경, 사름벼리)와 '사진책 함께 보기'.
내가 그렇게 좋아서 히죽거렸단다. ^_______^
좋은 티가 표정에서 확확 드러났단다.

역시나 당연, 정말, 좋았으니까.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두 사람의 딸이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가 내게 건네준 이 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꾸 되씹었다.
뭉클뭉클, 울먹울먹.

이 사람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느끼게 한다.
"아,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맞다. 나는 그렇다.
한 줄 책에 실린 글귀에 위안을 받고,
퇴근하는 저녁 길에 머리 위로 떠오른 초승달에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이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가 말한 이날의 사진은,
사진에 대한, 책에 대한 고민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김훈의 독서론과도 비슷한 맥락.
책을 읽는다는 것, 책 읽기의 무서움.

“나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길을 본 적이 없다. 책 속에는 글자가 있다. 말의 구조물이 있는 거다. 지식은 있으나 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길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땅 위에 있는 거다. 나와 자식, 친구, 이웃 사이에 길이 있는 거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삶의 길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길은 있으나 마나다. 책 속에 있다는 길을 이 세상의 길로 끌어낼 수 있느냐, 내가 바뀔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혹시 말을 잘못 알아듣고 김훈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쓰는 사람은, 정말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웃음)”

책을 읽으라는 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김훈은, 다독이냐 정독이냐, 한 달에 일 년에 몇 권을 읽느냐는 별 의미가 없단다.

책을 읽는다는 그 자체보다,
그 책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자신을 어떻게 개조시키느냐의 문제.
책에 의해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구태여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

책은, 세상을 아는 여러 가지 수단 중의 하나지만,
책 속에 길은 없다! 길은 세상에 있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에.

고로, 책을 읽으면,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세상의 길과 연결시켜서,
책 속의 길을 세상의 길로 뻗어 나오게끔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

아,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처럼.

(연애에서도, 그런 연애가 최강임을 경험으로 알지만,
연애가 마냥 어디 그런가. 그냥 훅~ 빠지니까, 그게 연애지. ㅋㅋ)

쨌든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고맙습니다. 최종규 전은경 사름벼리!

p.s... 아임 헝그리.
난 여전히
좋은 사람 만나는데 배고프다.
내 악행의 자서전을 지울 수야 없지만, 집필 속도를 늦춰야지.

좋은 당신,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을, 보고 싶고,
나도 그 언젠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음 좋겠다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