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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Own Coffeestory

[Coffee, 시시콜콜한 이야기] 커피, 키스를 부르다?

by 낭만_커피 2010. 5. 4.
한차례 태풍이 지나갔어요. 에고고, 기지개 한 번 아쌀하게 펴고, 안도의 한 숨 쉽니다. 몸은 고되지만, 그 태풍을 견딜 수 있었던 하나의 풍경. 그 얘길 들려드리죠. 아, 커피와 연관이 돼 있냐고요? 물론, 당연한 말씀.

키스~!
말만 들어도 찌리릿하죠? 흠, 변태 찌질이 같은 저만 작렬한다고요? 어쩌겠어요. 그렇게 타고 난 걸. 키스, 참참참 좋아합니다. 하는 거, 보는 거, 듣는 거. 팜므 파탈과 나누는 죽음보다 강렬한 키스라면, 어쩌면 이 모진 생, 통째로 걸 수도 있습니다. 웃자고 한 소리고요.

저는 간혹
한강 다리 위의 한 매장에서 커피와 음료 만드는 일을 합니다. 오늘도 그곳에서 커피 만드는 일을 해야 했지요. 커피 강의와 로스팅과 잡일로 심신이 피곤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불가피하게 매장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지요. 어린이날 이브에 이게 뭬야! 하면서 커피를 졸졸졸 내리고 있었다지요.

참고로, 바리스타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깨는 것이 좋은데요. 막말로, 노가다입니다. 커피 노가다꾼. 우아할 것도 같지만, 천만에요. 커피를 마시는 것은 우아한 작은 사치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커피를 만들고 뽑는 것부터 이에 연계된 잡다한 일은 그저 고단한 커피 노동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오늘 일 한 이곳, 계단이 있어요. 한강시민공원과도 연결돼 있는데,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지요. 카페 안은 복층 구조고요. 태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손님이 나간 테이블을 치우러 복층으로 올라가는 도중, 마침 아래 계단을 내려가는 한 커플이 키스를 쪼옥~하는 것 아니겠슴까. @.@

순간, 므흣한 미소가 쫘아악~ 말했잖아요. 저, 키~스! 좋아한다고요. 아,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고요. 그냥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는 와중에 으잉? 키스 장면이 눈에 와다다다다다다. 띠요용~

사랑! 해보셔서 잘 아시죠?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주변의 어떤 공기로부터도 격리된, 그들만의 공간. 다른 사람들의 것과 다른 그들만의 주파수가 공기를 뚫고 지나가죠. 그 키스에는 그런 기운이 쫙쫙 퍼졌답니다. 이에 대해선 언제 다시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여즉 제 생애 쵝오의 슬랩스틱 멜로로맨스 영화였던 <월·E>를 말하면서요.

그런데, 지가 하는 사랑도 아니요, 키스도 아니고, 남들 하는 키스 갖고 힘 얻었다는 둥, 미소를 지었다는 둥, 변태 작렬 아냐? 그러게요. 전 대중교통을 타고 가다가도, 길을 거닐다가도, 키스하는 연인을 보면, 그냥 므흣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키스를 했으면 좋겠고, 키스가 만연한 세상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답니다. 으응? 왠 소박 맞을 소리? 구박에 타박에 협박에 이어 명박까지 당할 소리?

키스 하는 사람들이 불륜이면 어쩌냐고요? 아따, 그것까지 제가 무슨 상관.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제가 감히 어떤 잣대를 들이댈 생각, 없습니다. 키스 그 자체의 매력이 좋은 거지요.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자기장 속의 파장.

아, 저도 알아요. 동방예의지국이 블라블라, 그래도 아직 한국에선..., 공공장소에선 그래도 좀..., 여기가 무슨 서양인줄 아나.... 등등. 닥치라고 하지요. 꼰대들이 뭐라건, 제가 좋은 걸요. 뭐.

무슨 생각했는 줄 알아요. 히히. 그런 것들 제가 저지른 연애질의 만행이지요. 후후. 길을 거닐다가도,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사랑이 부르면 저는 냅다 키스합니다. 당연히 일방통행 아니지요. 찌리릿, 당신과 내가 통할 때, 그렇게.

그들의 계단 키스를 보자니, 오래 전 어떤 회사를 다닐 때, 사내연애를 했던 기억이 모락모락. 계단에서 그녀와 전 자주 키스를 했다지요. 큭큭. 아마, 그들이 키스하고 싶었던 건, 제가 추출한 커피 덕분이 아니었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종종 어떤 연인들을 위해선 커피를 추출하면서 주문을 외우지요. 주술이래도 좋고요. 그 커피, 키스를 부르고, 사랑을 두텁게 할 겁니다. 응? 증말?

이건, 비밀인데요. 진짜 키스를 부르는 커피 주문이 있습니다. 몰래 제 귀에 속삭여 주세요. "T.O.P." 그럼, 꿈꿔온 키스가 당신의 커피에 곁들여질지 모릅니다. 당신은 그 순간, 신민아가 되고요, 전.................... 민망하게도, 원빈이....^^;



곧 마감합니다. 5월4일의 키스를 부른 커피를 만든, 저의 커피 만행(?)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옵고, 잊지말고, T.O.P. 잘 자요, 어딘가 있을 내 (신)민아. 당신을 기다리면서 당신만의 커피를 만들고 있어요. ^^